IT기업 연봉 릴레이 인상..."기대 반, 우려 반"

"중소회사 개발자 채용난 더 심화" vs "고용도 시장 원리 따라야"

인터넷입력 :2021/03/28 10:30    수정: 2021/03/28 13:59

게임, IT 대기업들의 개발자 연봉 인상 소식이 잇따라 전해진 가운데, 이보다 작은 규모의 IT기업, 스타트업들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개발직 근로자의 처우가 개선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개발-비개발 직군 간의 연봉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인건비 상승으로 작은 회사들의 개발자 채용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값된 개발자 연봉…회사는 인건비 부담·일반직군은 상대적 박탈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개발자 채용 시장

지난 달 넥슨의 연봉 일괄 인상을 시작으로 넷마블, 크래프톤, 펄어비스,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계의 연봉 인상 릴레이가 이어졌다. 이후 전자책 플랫폼 리디,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의 개발자 초봉도 5천만원으로 인상되면서 이제는 IT기업 전반으로 개발자 몸값이 ‘금값’이 됐다. 

IT기업의 연봉 인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고민은 깊어졌다.

IT대기업들이 연봉을 올리면, 상대적으로 자금줄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인력 유출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핵심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연봉 인상 릴레이에 동참한 기업들은 늘어난 인건비 부담이란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경쟁적인 연봉 인상안을 두고 '조삼모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 투자사 관계자는 "어차피 기업에 임금으로 나갈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라며 "연봉을 높이는 대신 스톡옵션이나 인센티브를 거의 못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조삼모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개발 직군 연봉 상승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비 개발자 직군의 불만도 감지된다.

지난 달 26일 블라인드 앱에는 "개발자 연봉 상승 얘기에 마음이 흔들린다"며 "연구직 처우도 개선되면 좋겠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이 같은 불만과 우려에 한 IT업계 개발자는 “고용 시장도 시장 원리를 따른다. 비 개발자의 소외감도 이해는 가지만, 개발자 수요가 높아지니 몸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좋은 개발자 끌어오려면 어쩔 수 없어"..."회사 비전 제시해 도전정신 강조" 

직방

지난 달 26일 부동산 정보 앱 ‘직방’은 개발 직군의 초봉을 6천만원으로 결정하고, 개발 직군 재직자 연봉을 2천만원 일괄 인상했다. 

직방 관계자는 “임금 인상으로 회사에 부담이 되지만, 좋은 개발자를 끌어 오려면 어쩔 수 없다. 최대한 평균 수준 이상으로 연봉을 맞추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당장 연봉 인상으로 직원들에게 보상을 해줄 수 없는 작은 기업은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회사의 정성적 장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자금 부담으로 연봉 인상이 힘든 경우가 많다. 그 대신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해 개발자의 도전의식을 강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잡플래닛 관계자는 "중소 벤처기업, IT 스타트업의 연봉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앞으로는 기업 문화, 개발 문화, 워라밸 분야에서의 기업 간 경쟁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자 취업 노리는 문과생도 늘어

IT 개발자 연봉이 상승하면서 개발 직군으로 이직을 준비하거나, 문과대학을 졸업하고도 국비지원이나 독학을 통해 개발직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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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패스트캠퍼스는 무료 IT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인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 프론트엔드 취업완성스쿨 1기'를 모집했다. 최종 15명이 선발되는 이 프로그램의 지원자는 총 4천185명이었고, 서류 합격자의 64%가 문과 졸업생이었다. 최종 합격자인 15명의 절반 넘게 문과 대학 졸업생으로 밝혀졌다. 

패스트캠퍼스 관계자는 "예전에는 개발 직군이 3D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개발자의 연봉과 처우가 개선되면서 개발자를 희망하는 취업 준비생이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