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주가가 상장 시점보다 크게 내려간 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2030 중장기 비전을 차질 없이 이행해 주주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가 취임 후 의장으로 나선 첫 주주총회에서 숙제를 잔뜩 떠안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저금리·저성장·저출산 기조로 보험업황이 악화된 가운데도 주가를 높이고 배당을 늘려달라는 주주의 요구가 이어지면서다.
18일 삼성생명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제65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2020년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120억원) 승인 ▲현금배당(보통주 2천500원) 등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처리했다.
그 결과 이사회 의장인 강윤구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됐고, 장덕희 삼성생명 FC영업본부장(부사장)과 조배숙 전 국회의원이 각각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당초 계획했던 것처럼 7명의 이사를 중심으로 새 진용을 꾸렸다. 4선 의원 출신인 조배숙 신임 사외이사의 경우 일신상의 사유로 이사직을 내려놓는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을 대신해 회사의 법률적 현안을 책임질 전망이다.
그러나 전영묵 대표의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총장 한편에서 기대보다 낮은 주가와 배당 규모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한 주주는 "상장 시점과 비교해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앞선 실적발표에서의 예고와 달리 배당성향도 내려갔다"면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 부양을 위한 회사 차원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생명은 지난 2010년 공모가 11만원에 상장했으나, 10여 년이 지난 현재 회사의 주가는 크게 뒷걸음질 친 상태다. 지난 17일엔 공모가의 72% 수준인 7만9천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공모로 받은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약 30%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삼성생명은 배당도 축소했다. 2020 회계연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천500원을 지급하는데, 이는 주당 2천650원으로 책정했던 2019년의 결산배당보다 5% 가량 줄어든 규모다.
물론 각각의 이유는 있다. 기준금리가 사장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자산운용과 이차역마진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수요가 줄어 보험업 자체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차역마진은 자산운용으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보험금으로 내보내는 돈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주로 안전자산인 국공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에 민감한 업종으로 꼽힌다.
아울러 배당이 줄어든 것은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현안을 고려해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수용한 결과다. IFRS17은 보험부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게 핵심이라, 보험사는 새로운 기준에 대응하려면 자본금을 더 쌓을 필요가 있다.
다만 주가와 배당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커지는 만큼 전영묵 대표로서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보험업계에 확산된 디지털 트렌드에 발맞춰 회사를 민첩한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현재 삼성생명은 지난해 수립한 2030 비전을 중심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보험금 청구에서 지급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모바일 프로세스’를 구축해 편의성을 높이고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자산운용과 해외사업을 축으로 하는 성장 동력도 모색한다. 특히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자산운용과 관련해선 투자 포트폴리오를 늘릴 계획이다.
관련기사
- 흥국생명, 보험금 부지급률 1위…최다 미지급은 삼성생명2021.02.17
- 삼성생명, 뇌·심혈관 질환 보장 강화한 보험 상품 출시2021.02.17
- 삼성생명, 소비자 중심 경영 강화…'권익보호 담당' 신설2021.02.16
- "2천650원→2천500원"…실적 선방에도 배당 줄인 삼성생명2021.02.01
아울러 삼성생명은 이익의 30%를 해외에서 거둬들인다는 목표 아래 해외사업에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태국·중국법인의 기반을 강화함과 동시에 아시아 신흥국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영묵 대표는 "향후 해외사업 비중을 높이는 등 주가 부양에 힘쓰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을 이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