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올해 3인의 공동대표 체제를 가동한다. 각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 등 현안에 대응하고 의사결정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재무적 투자자(FI)와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도 이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혁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편정범 채널담당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 등을 표결에 부친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편정범 부사장(1962년생)은 순천향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인물이다. 1988년 교보생명에 입사한 이후 교육담당 상무와 채널지원담당 상무, 전략기획담당 상무 등을 거쳐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과 윤열현 사장 등 기존 대표에 편정범 신임 대표를 추가해 3인의 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이들의 업무 분장은 주총 이후 이뤄질 예정이다. 그간 신창재 회장은 신사업과 자산운용을, 윤열현 사장은 보험영업 전반을 책임져왔다.
신창재 회장이 올 들어 새로운 시도에 나선 것은 환경 변화에 발맞춰 내부 혁신에 속도를 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연초 그는 2021년을 ‘디지털시대 성공 기반 구축의 해’로 정하며 기존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양손잡이 경영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엔 '디지털혁신지원실'을 'DT(디지털 전환) 지원실'로 확대해 회사 내 디지털 전환 작업을 관리·운영토록 하는 한편,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을 위한 '금융마이데이터파트'를 꾸리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달부터는 인공지능·디지털콘텐츠 전문 스타트업과 손잡고 소비자 밀착형 서비스 구축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총을 기점으로 교보생명의 신사업에 한층 속도가 붙을지 주목하고 있다.
또 눈여겨볼 부분은 '풋옵션 분쟁'이 아직 종결되지 않았음에도 신창재 회장과 이사회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교보생명 이사회엔 FI 측 입장을 대변하는 이상훈 어피니티 한국 대표가 참여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신창재 대표와 FI의 불편한 관계가 이사회에도 반영될 것으로 점쳤다. 양측이 풋옵션 계약을 둘러싼 갈등을 수년째 이어왔고, 지난 15일부터는 사실상 마지막 공방인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재판 청문절차에도 돌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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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려와 달리 신창재 회장은 FI와의 충돌 없이 주요 경영 현안을 순조롭게 풀어나가는 모습이다. 실제 교보생명 이사회는 지난해부터 교보증권과 교보라이프플래닛 유상증자, AXA손해보험 인수 추진 등 안건을 100% 찬성으로 가결시킨 바 있다.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인 편정범 부사장의 대표 추천 역시 이사회의 승인을 거쳤다. 이는 풋옵션 분쟁과 별개로 이사회 구성원 모두가 기업 가치 제고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풋옵션 분쟁과 관련한 중재 절차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내부 안건을 놓고는 신창재 회장과 이사회가 늘 한 목소리를 냈다"면서 "올해의 주총도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