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율주행시대, 고령운전자 위한 운전면허제도

"획일적 금지 아닌 맞춤형 면허제도로 설계돼야”

전문가 칼럼입력 :2021/03/09 09:00

안문석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코로나19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빈차로 다니는 버스를 보면서 달라진 세상을 느낀다.

이런 비대면의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와 관련해 최근 두 가지 기사가 눈에 띈다.

첫째는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고령운전자와 관련해 정책대안을 내놓았다는 기사였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조건부 면허’를 도입하자는 내용이었다.

면허증 자료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둘째는 일본의 혼다 자동차가 레벨3의 자율주행자동차를 출시했다는 기사였다.

조건부 면허의 핵심은 사고 위험이 높은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하되 다음과 같은 조건하에 허용하자는 것이었다.

첫째 사고위험이 높은 야간에는 운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둘째 자기가 생활하는 근거지로부터 20km을 넘어서는 운전을 허용하지 않는다.

사실 지금도 정부는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하고, 운전면허 자진 반납 등 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는 고령자의 운전 자체를 금지하거나 하지 말도록 권장하는 기존 정책에 비해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위기상황에서 고령자도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운전을 허용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제기된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평균수명이 크게 높아진 세상에서 고령자의 활동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운전 자료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고령자를 위한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의 실효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다.

첫째, 노인의 운전필요성, 노인이 왜 운전을 했는지에 대한 운전수요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65세 이상을 한 묶음으로 고령운전자를 분석하면 그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고령운전자의 나이를 더 세분화해, 예를 들어 5년을 구간으로 해서 사고통계를 세분화해야 한다. 100세 시대에 맞도록 운전면허 제도에서도 고령의 기준을 다시 손봐야 할 것이다.

셋째, 1종면허와 2종면허 소지자 사이의 차이도 비교해야 한다. 택시 등 영업용을 운전하는 경우와 자가용을 운전하는 경우는 분명히 구분돼서 통계가 발표돼야 할 것이다.

넷째, 고령 노인의 인지능력을 보완하는 ‘스마트’ 장치가 부착된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 사이의 사고통계도 비교돼야 한다.

이 같은 보다 자세한 분석 자료를 참고해 개별 맞춤형 조건부 면허제도를 만들 때에는 4차산업혁명을 촉발한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자율주행 자료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시간을 조금 소급해서 면허 제도를 살펴보면, 십 수 년 전에도 조건부 면허제도가 있었다. 자동변속기만 운전할 수 있는 면허제도가 있었다. 이것은 수동변속 차량을 운전할 수 없는 운전자를 위해 자동변속차량만 운전하도록 허용하는 조건부 면허였다. 모든 차량이 자동변속장치를 장착하면서 이 제도는 사라졌다.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킨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은 곧 무인자동차 시대를 만들어 간다고 한다. 이 시대가 오면, 면허제도 자체가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자율자동차 레벨4 시대가 되면, 시스템이 운전을 하고, 모든 사고의 책임을 시스템이 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운전면허 자체가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 도달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 이전 단계인 레벨1과 레벨2단계와 레벨3단계에서는 운전자가 스마트 장치의 도움을 받아서 인간 운전자가 운전을 하고 사고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이번 혼다가 출시한 레벨3의 자율자동차는 ‘고속도로 정체수준인 시속 30km 미만 주행 시 자동으로 시스템이 운전을 시작해 시속 50km까지 스스로 운전을 한다’고 한다. 이 정도의 성능의 스마트 센서를 장착한 자동차는 운전자의 사고율을 크게 낮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스마트 크루즈 장치와 차선변경 시 경고장치 등을 부착한 자동차가 시판되고 있다. 이 같은 장치와, 또 한국에서 개발한 자동긴급제동 장치를 장착하면 고령자 운전자의 추돌사고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자율주행 자료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한국은 정보화 사회의 우등국가다. 한국의 발달된 전자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확인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하고, 재난지원금을 나누어주는 등 많은 면에서 큰 활약을 했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재난과 위기적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대단히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위기적 상황에서 노인도 운전을 해야 한다. 운전을 획일적으로 막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한 첨단기술 즉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바일,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적극 활용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도 고령자 등 운전이 어려운 계층을 도와주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미래 모빌리티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 할 뿐만 아니라 고령자의 고통을 크게 줄여 줄 수도 있다.

비대면 시대, 정부는 고령자들이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첨단 ICT 장치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조건부 면허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첨단 ICT 장치의 장착을 의무화 하면서, 동시에 고령자의 특수성을 감안해 다음과 같은 규제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첫째, 야간에는 주간에 허용된 속도이하로 운전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고속도로도 일률적으로 운전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저 차선을 이용하도록 하고 속도도 제한해 운행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비대면 문화는 앞으로 상당 기간 우리 사회를 지배할 것이다.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는 획일적인 금지가 아닌  맞춤형의 스마트한 조건부 면허제도로 설계돼야 한다. 이것이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지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문석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전자정부특별위원장, 규제개혁위원장,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장,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ES) 이사장, 고려대학교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미래모빌리티포럼의 초대 의장으로도 추대돼 국내 e모빌리티산업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