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불지핀 인앱결제 공방, 어떻게 될까

애리조나서 '강제금지' 입법…애플·에픽 소송 등 뜨거운 공방 대기

홈&모바일입력 :2021/03/04 09:38    수정: 2021/03/04 09:4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에픽 게임즈는 지난 해 8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퇴출됐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자체 결제 방식을 홍보한 때문이다. 

이 조치가 별도 결제 수단 홍보 및 사용을 금지한 앱스토어 운영지침을 위반했다는 것이 퇴출 이유였다.

미국 애리조나 주 하원이 3일(현지시간) 통과시킨 ‘HB2005’ 법 수정안은 이런 관행을 금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결제 수단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씨넷)

애플, 강력한 반대 로비에도 입법 못 막아 

‘HB2005’ 입법 작업을 후원한 앱공정성연맹은 “오늘 애리조나 주는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디지털 시장으로 전진하게 됐다”고 논평했다.

앱공정성연맹은 애플과 소송 중인 에픽 게임즈를 비롯해 틴더 모회사 매치 그룹, 역시 유럽에서 애플과 소송 중인 스포티파이 등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다.

반면 애플은 이번 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강력한 로비 활동을 펼쳤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애플에서 대외협력을 총괄하고 있는 카일 앤디어는 애리조나 주 하원에 출석해 앱스토어가 개발자들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버지에 따르면 앤디어는 “일부에선 앱스토어 수수료를 ‘거래처리 비용’이라고 묘사하고 있는 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플은  전 세계로 앱을 유통시키면서 개발자들에게 엄청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인앱결제 수수료는 그런 부분을 반영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사진=미국 씨넷)

앤디어는 특히 애리조나 주 하원이 추진 중인 법이 발효될 경우 애플은 자신들이 구축한 앱스토어에서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데, 이럴 경우  억만자자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의 모든 가치를 공짜로 챙겨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노스다코타 주에서 비슷한 법이 발의됐다가 의회에서 부결된 적이 있다. 그런 만큼 애리조나 주 하원의 이번 결정에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리조나 주와 노스다코타 주는 모두 ‘인앱결제 강제 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노스다코타 주에서 시도됐던 법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제3의 앱스토어까지 허용하도록 하는 등 좀 더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반면 애리조나 주에선 ‘다운로드 100만회’ 이상 되는 앱에 대해 인앱결제  강제 금지 조치를 적용하도록 했다. 사실상 구글과 애플에 초점을 맞춘 법인 셈이다.

이 법은 또 애리조나 주 내에 있는 개발자와 앱스토어 이용자들에게 적용된다. 또 애플과 구글이 서드파티 결제 시스템을 선택한 개발자들에게 보복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도 담고 있다.

최종 확정 여부는 불투명…여론 관심 환기만으로도 큰 성과 

애리조나 주의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최종 발효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통과된 뒤 덕 듀시 애리조나 주 지사가 서명해야만 한다.

개별 주 차원의 입법인 만큼 어디까지 효력을 미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당장 애리조나 주 외부에 거주하는 개발자들이 애리조나 이용자들에게 앱을 판매할 경우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미국 IT매체 더버지는 “이 경우에도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피할 수 있을 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리조나 주 하원의 이번 입법은 인앱결제 문제를 쟁점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적인 파급 효과보다는 ‘인앱결제 강제’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는 효과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의회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하원은 지난 해 10월 거대 IT기업의 독점 문제를 파헤친 보고서가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반독점 소위원회가 지난 해 10월 4대 인터넷 기업의 독점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사진=미 하원)

하원 법사위원회 산하 반독점소위는 16개월 동안 조사한 끝에 450쪽에 이르는 ‘디지털 시장의 경쟁 조사(Investigation of competition in digital market)’보고서를 공개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관행을 집중 점검한 이 보고서 역시 앱스토어 독점 문제를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꼽았다.

5월초 시작될 에픽 게임즈와 애플 간의 소송에서도 인앱결제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에픽은 지난 해 8월 '포트나이트' 앱 내에서 자체 결제 수단을 홍보하다가 앱스토어에서 퇴출 당했다. 에픽은 애플의 이런 관행이 경쟁방해 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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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주는 미국 내에서 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선인장과 사막이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애리조나 주는 이번 입법을 통해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IT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HB2005’ 수정 작업을 후원한 에픽 게임즈 등은 이런 점 하나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