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을 제출하기 전부터 그들의 로비가 시작됐다.”
‘HB2005’란 법안을 발의한 레지나 콥 의원이 미국 IT전문 매체 프로토콜과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콥은 미국 애리조나 주 하원의원으로 세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가 발의한 ‘HB2005’는 구글과 애플을 타깃으로 한 법이다. 구글과 애플이 앱 거래 때 자사 거래 수단만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한 마디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다.
이런 법이 통과될 때까지 손 놓고 있을 구글과 애플이 아니다. 두 회사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콥 의원 말대로 “법안 발의 전부터 로비 손길을 뻗쳐” 왔다.
주지사 참모·하원 의장 출신 등 거물급 총동원
그 부분을 정밀 취재한 프로토콜 기사를 잠시 따라가보자.
콥 의원이 법안을 애리조나 주 하원 세출위원회에 발의한 것은 2월 10일이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은 공식 제출 전부터 본격 로비에 나섰다.
‘HB2005’ 저지를 주도한 것은 애플 로비스트인 로드 디리던이다. 그는 곧바로 애리조나 주지사 핵심 참모를 역임한 인물과 하원 의장 출신을 동원했다. 애리조나 주 상공회의소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반대진영에 참여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HB2005’는 지난 주 하원 세출위원회를 ‘찬성 7, 반대6’으로 가까스로 통과했다. 공화당이 찬성표를 던진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했다.
이 법은 이번 주 애리조나 주 하원에 상정될 예정이다. 하원 역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 역시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따라서 애리조나 주가 사상 최초로 앱스토어 독점 관행에 대한 규제법을 적용할 가능성도 꽤 높은 편이다.
물론 법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구글과 애플이 더 거세게 반대 로비를 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법이 애리조나 주 하원 세출위원회를 통과하고 난 뒤 애플의 로비 강도는 더 거세졌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콥 의원은“거의 모든 로비스트들을 고용한 애플과 구글과 (상대하느라) 힘든 주말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연방 정부가 아니라 주 정부 차원에서 앱스토어를 규제하는 데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실제로 애리조나 주 하원에서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은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애리조나) 주 의회가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앱스토어 인앱결제 문제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법원에서 소송을 앞두고 있다.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가 지난 해 8월 애플을 제소하면서 시작된 이번 소송은 오는 5월 3일 시작될 예정이다.
미국 노스다코타 주에서 실패한 입법, 애리조나는 성공할까
소송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앱스토어 관련 쟁점을 주 의회가 입법으로 규제하는 데 대한 부담은 적지 않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미국 노스다코타 주 의회가 앱스토어 규제 법안을 부결시킨 건 ‘최초 사례가 되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다.
애리조나 주의 이번 법은 노스다코타 주가 추진했던 법과 비슷한 부분이 적지 않다.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사 결제 시스템 사용을 강제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프로토콜에 따르면 애리조나 주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노스다코타 주 법에 비해 범위를 좁게 잡았다.
노스다코타 주에서 시도됐던 법은 애플, 구글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제3의 앱스토어를 허용하도록 규정했다. 반면 애리조나 주에선 애플, 구글 두 회사에 대해 ‘자사 결제 처리 시스템’ 사용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규제 범위를 좁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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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미국 애리조나 주는 애플과 구글의 거센 로비를 뚫고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
‘사막과 선인장의 땅’ 애리조나는 지금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첨단 IT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