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화성탐사 로버, 왜 20년 전 아이맥 칩 썼나

1998년 오리지널 아이맥에 쓰인 ‘파워PC 750’ 탑재

과학입력 :2021/03/03 10:10    수정: 2021/03/03 17:27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에 착륙한 탐사 로버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기기다. 

하지만, 이 최신 탐사 로버에 1998년 오리지널 아이맥에 쓰였던 파워PC(PowerPC) 750 프로세서가 탑재됐다고 더버지 등 외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차세대 화성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 (사진=NASA)

파워PC 750은 단일 코어, 233MHz 프로세서, 60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특징으로 하는 칩으로, 최근 출시된 애플 M1칩의 160억 개의 트랜지스터, 3.2GHz의 최대 클럭 속도 등의 성능과 비교하면 너무 구형 사양이다.

왜 최첨단 화성탐사 로버에 최신 칩이 아닌 1990년대 나온 구형 칩을 사용했을까?

그 이유는 화성의 혹독한 기후 조건 때문이다. 화성의 대기는 많은 방사선과 하전입자들을 내뿜고 있으며 영하 55도에서 영상 125도를 넘나든다. 화성의 이런 기후 조건은 컴퓨터 프로세서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컴퓨터 칩이 복잡해질수록 더 많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지구에서 4억7200만㎞ 가량 떨어져 있는 화성에서 칩이 고장날 경우 교체할 수도 없다. 이런 기후 조건 때문에 퍼시비어런스는 실제로 두 가지 컴퓨팅 모듈을 사용하고 있는데 하나는 평소에 사용하며, 나머지 하나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용하는 백업 모듈이다.

오리지널 아이맥 (사진=애플)

퍼시비어런스의 파워PC 750 칩은 아이맥 칩과는 다르게 설계됐다. ‘RAD750’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세서는 방사선과 극심한 온도차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 칩은 과거 NASA 큐리오시티 로버와 달 정찰 궤도탐사선(LRO), 케플러 우주 망원경에도 탑재됐으며, 현재 지구를 돌고 있는 약 100개 가량의 인공위성에도 사용됐다. 가격은 20만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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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프로세서는 최신 스마트폰이나 게임용 PC에 비해서는 성능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과거 화성탐사 로버인 오퍼튜니티, 스피릿에 탑재된 칩보다는 훨씬 강력하다. RAD750은 이전 로버보다 10배 빠른 200MHz 클럭 속도에 플래시 메모리는 2GB, 과거보다 8배 강해진 256MB 램을 갖췄다.

컴퓨터 칩 성능은 좀 떨어지지만, 2천만 화소 고해상도 내비게이션 카메라를 비롯해 퍼시비어런스 로버에는 다양한 고성능 탐사 장비들이 대거 탑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