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의 주식 가치 산정 방식을 둘러싼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간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분쟁'이 연일 격화되는 모양새다. 검찰의 회계법인 관계자 기소를 계기로 교보생명 측이 FI를 향한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가면서다.
이 가운데 갈등의 향배를 판가름할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의 2차 청문회가 약 2주 앞으로 다가와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이어 한국공인회계사회에까지 진정서를 내며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풋옵션 분쟁으로 회사가 평판 하락 등 유무형적 피해를 입은 데다, 검찰 수사로 회계법인의 위법행위가 드러난 만큼 철저히 조사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교보생명 측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달 딜로이트안진과 교보생명 FI 관계자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이들이 FI의 풋옵션 청구 과정에서 교보생명의 주식가치를 부풀려 평가했다는 이유에서다. 교보생명의 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지분율 24%)은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베어링 PE ▲IMM PE등과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됐다.
신창재 회장과 FI의 악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창재 회장이 당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천원으로 FI 측에 넘기며 회사가 3년 내 상장하지 않으면 주식 매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한 게 그 출발점이다.
기한 내 교보생명의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FI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지만, 신 회장은 계약의 적법성과 유효성 부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안진회계법인이 산출한 주당 40만9천912원의 풋옵션 행사 가격이 신 회장의 생각(약 20만원)보다 크게 높았던 탓이다. 회계법인이 풋옵션 행사 시점보다 약 4개월 앞선 2018년 6월30일을 기준으로 잡아 유사 기업 평균 주식 가치를 반영한 게 원인이었다.
이에 FI는 2019년 3월 ICC에 중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고,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과 4월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와 국내 검찰에 안진회계법인을 각각 고발하는 등 공방을 이어왔다. 이들은 오는 3월15일 ICC 중재법원에서 두 번째 청문회를 갖는다.
남은 관건은 판단을 앞둔 ICC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중재 결정이 법원 확정과 동일한 효력을 갖기 때문에 풋옵션 분쟁의 승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어서다.
현재 FI와 회계법인 측은 적법한 방식으로 교보생명의 주식가치를 산정했다며 검찰의 기소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중재에서도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검찰에 제출한 증거자료와 ICC에 제출한 자료가 동일하므로 중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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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선 검찰의 기소로 신창재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시선도 적지 않다. 검찰이 가치 산정 과정을 문제 삼은 만큼 중재 판정부 역시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검찰 공소장에 안진회계법인이 FI로부터 용역비나 법률 비용 이외의 '추가 용역 수임'을 약속받고 부정공모에 가담했다는 혐의가 적시돼 FI의 손을 들어주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온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안진회계법인과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불법행위로 인해 회사의 안정성과 평판이 떨어진 것은 물론, 영업 활동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관행을 바로잡아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