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안 논의가 또 국회 상임위원회 안에 갇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이어 별도 공청회를 열었지만 제대로 된 법안 심사 단계도 밟지 못했다. 국내 디지털 콘텐츠 업계의 어려움을 우려한다는 목소리는 쏟아내지만, 법안 논의는 쳇바퀴만 돌고 있다.
26일 국회 안팎에 따르면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 인앱결제(IAP) 수단만 강제하는 것을 금지행위로 삼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상임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 발의를 쏟아냈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의 성토가 오갔다. 또 복잡한 사안인 만큼 상임위 자체 공청회는 물론 국회 밖에서 이에 대한 세미나와 토론도 수차례 이어졌다.
그럼에도 본격적인 법 개정 논의는 시작도 못했다. 최근 과방위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7건을 다루기 위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기로 했지만, 과거와 같은 똑같은 이유로 심사 논의가 무산됐다.
법안 심사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인엡결제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확답을 내놓은 것도 아니고, 수수료 인하 추진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만 남기고 국회가 반년 넘게 산업계 민감한 이슈를 이렇게 외면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쟁법으로 불공정거래 협의 신고를 하고 다른 결제수단은 대놓고 배제한다는데 공정위에서는 과거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는 말만 나올 뿐이고 직접적인 소관법 개정 논의는 국회가 뭉개고 있다”며 “글로벌 독점 사업자의 갑질에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경영계획이 크게 바뀔 상황인데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법안소위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과방위 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국민의힘이 한미 통상 문제와 검토 부족이란 이유로 심사 논의를 무산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도 국민의힘은 “기존 앱은 내년 9월부터 정책이 변경된다”며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쳐 업계의 불신을 높였다.
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이를 두고 “미국에서도 애리조나, 조지아, 메사추세츠주에서 애플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의 독점적 지위를 규제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통상 문제가 된다는 것은 구글의 일방적인 입장일 뿐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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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의원은 또 “구글이 수수료를 낮추더라도 문제의 핵심은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앱 개발사 한 관계자는 “구글이 유예기간을 뒀을 때는 이해할 수 있지만, 수수료를 얼마나 내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논의를 또 미루면 국회는 놀아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야당에서 작년부터 계속 검토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어떤 부분을 검토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