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은 왜 호주서 '뉴스 차단' 조치 풀었나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돈은 쓰더라도 주도권은 내 손에

데스크 칼럼입력 :2021/02/24 19:52    수정: 2021/02/25 06:4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호주 정부와 페이스북이 전격 화해했다. 페이스북이 호주인들의 뉴스 공유를 다시 허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스미디어협상법’ 추진에 반발해 ‘뉴스 차단’이란 초강수를 던진 지 일주일 만이다.

‘뉴스미디어협상법’은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뜨는 기사에 대해 해당 언론사가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이다. 법이 발효되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90일 내에 언론사와 콘텐츠 제공료 협상을 끝내야 한다. 협상이 결렬되면 정부가 임명한 조정관이 관여하게 된다.

페이스북.(사진=씨넷)

당연히 구글과 페이스북은 강하게 반발했다. 페이스북이 더 강경했다. “뉴스미디어협상법은 페이스북 플랫폼과 언론사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언론사들은 페이스북 뉴스 공유 혜택을 이미 충분히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시 뉴스 사용료를 내라는 건 과도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결국 페이스북은 지난 주 "호주에선 뉴스공유를 못하게 막겠다”고 선언했다. 그게 지난 17일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양측이 협상 여지가 별로 없어 보였다.

페이스북이 예상외로 강경하게 나오자 호주 정부도 적극 대화에 나섰다. 조쉬 플라이덴버그 재무장관과 폴 플레처 통신부 장관이 직접 협상을 이끌었다. 결국 양측은 일주일 만에 극한 대결을 풀었다.

그렇다고 ‘뉴스미디어협상법’의 사용료 지급 조항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 조항이 없으면 법 자체의 존재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왜 뉴스 공유 재개에 합의했을까?

돈 원했던 호주 정부, 플랫폼 주도권 원했던 페이스북 

미디어 전문매체 니먼랩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돈을 얻었고, 페이스북은 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뉴스미디어협상법의 배후에는 호주의 거대한 미디어 그룹이 있다. 특히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 등이 강하게 로비했다. 거대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뉴스 대가를 받도록 해 달라고 의회를 압박했다.

따라서 호주 정부의 협상 목표는 ‘합당한 뉴스 사용 대가’를 받아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이 원한 건 뭘까? 페이스북에게 중요한 건 돈이 아니었다. 지금 체제가 가장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뉴스 사용대가를 절대 낼 수 없다”고 버틸 상황도 아니었다. 호주 단일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할 경우 ‘뉴스 차단 금지’를 계속 밀어부칠 수 없다.

다만 페이스북은 ‘플랫폼 주도권’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어떤 뉴스 콘텐츠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가를 지불할 지는 자신들이 결정하고 싶어했다. 자신들이 ‘생태계의 지배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사진=씨넷)

그런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뉴스미디어협상법’은 이 부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언론사와 협상이 결렬되면 정부가 임명한 조정관이 나서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페이스북이 ‘뉴스 공유 차단’이란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건 그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페이스북은 호주 정부의 양보를 얻어냈다. 가디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각 언론사에 어느 정도 뉴스 사용료를 지불할 지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매체에 따라선 사용료를 전혀 주지 않더라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정부 조정관’ 강제 조항을 사실상 무기력하게 만든 덕분이다.

페이스북의 제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캠벨 브라운의 설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니먼랩에 따르면 브라운은 “(어떤) 뉴스가 페이스북에 표출될 지 결정하는 권한을 유지하게 됐다. 덕분에 자동으로 강제 조정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켐벨 브라운은 “호주 뿐 아니라 전 세계 저널리즘을 지원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언론사와 플랫폼 간의 진실된 가치 교환을 가로막는 규제를 만들려는 거대 미디어 그룹의 시도에는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페이스북, 뉴스 사용료 규모-대상 결정권 확보 

페이스북의 입장은 간단하다.

“뉴스 사용 대가를 낼 수도 있다. 다만 어떤 뉴스에 어느 정도 대가를 지불할 지는 우리가 결정한다. 그러니 그 부분을 강제로 조정할 생각은 하지 말라.”

페이스북이 뉴스 공유를 다시 허용한 건 이 요구가 관철됐기 때문이란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이제 남은 건 ‘상생 의지’를 성의껏 보여주는 것이다. 곳간이 두둑한 페이스북으로선 그 부분은 크게 부담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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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분쟁을 통해 호주와 페이스북은 모두 원하던 것을 얻어냈다. 그렇다면 둘은 ‘윈윈’한 걸까? 이 소식을 전하는 니먼랩 기사의 제목에 그 해답이 있다.

“페이스북은 ‘남들은 하지 않으려는 일’을 한 덕분에 호주에서 원하는 모든 걸 얻어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