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깊은 침체기를 맞이한 정유업계가 석유수요 회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강진과 미국 텍사스에 30년 만에 몰아닥친 한파로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정제마진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1달러대를 유지했던 정제마진은 이달 16일 들어 2.1달러로 상승했다. 정유사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와 수송·운영비를 뺀 값인데, 통상 4~5달러 수준이 손익분기점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개시된 지난해 말부터 정제마진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제마진은 지난해 9월 0.3달러에서 10월 1.6달러로 상승한 뒤 6개월째에 2달러대를 넘어서게 됐다.
국제유가도 상승세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17일 브렌트유(Brent)는 전일 대비 0.99달러/배럴 상승한 64.34달러/배럴에 마감했고, 서부텍사스산유(WTI)도 1.09달러/배럴 상승한 61.14달러/배럴에 마감했다. 두바이유(Dubai)도 전일 대비 0.50달러/배럴 상승한 62.80달러/배럴에 마감했다.
日 최대 정유사 정제설비 2기 가동 중단…공급 차질
미국 석유 정보업체 플랫츠에 따르면 13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현지 최대 정유사 '에네오스(ENEOS)'의 센다이 정제설비가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도쿄 인근에 위치한 회사의 또다른 정제설비 가동도 지진에 따른 정전 영향으로 긴급 중단됐다. 양 설비의 생산 규모는 하루 41만5천 배럴에 달한다.
증권업계에선 후쿠시마 지진 이후 일본 정유사들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가동을 줄이거나 가동을 멈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공장 특성상, 가동을 재개하려 해도 최소 준비 기간만 2~3주가 소요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일본발(發)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 국내 업계에 반사이익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 텍사스에 30년 만에 발생한 기록적인 한파도 정제마진 반등에 힘을 싣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정제능력의 20% 정도가 가동을 멈췄다. 텍사스에 위치한 모티바(Motiva), 엑손모빌(ExxonMobil) 등 약 4백만 배럴 규모의 정제설비가 이번주 초부터 가동 정지됐다. 가동 중단 설비도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상승 신호탄" vs "단기 호재"…시각은 엇갈려
업계는 미국·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 추세와 백신 보급률 상승, 미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이후 석유 수요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유가는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DB금융투자 한승재 연구원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일본 지진으로 인한 일시적인 공급 불균형으로 단기 역내 마진의 반등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유가의 오버슈팅 가능성까지 고려했을 때 올해 1분기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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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단기적인 수급 차질로 인한 상승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11만 배럴에서 9천600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석유제품 수요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개선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미국 정제설비의 경우, 복구에 최대 수주 정도 소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허리케인 내습 시 생산시설 파손과 달리 정전과 동결은 빠른 시간 내에 복구할 수 있다고 분석가들이 평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