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작년 영업손실 5兆 육박…코로나로 사상 '최악'

팬데믹으로 석유 수요↓…올해 사업 전망도 먹구름

디지털경제입력 :2021/01/26 12:33

정유업계가 지난해 약 5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석유제품의 수요가 크게 감소한 탓이다. 코로나 확산세는 올해 들어서도 지속하고 있어 향후 실적 회복 가능성에도 먹구름이 가득 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실적발표를 시작으로 정유업계의 연간 실적이 공개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실적 전망치를 종합하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4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1천억원대 후반에서 2천억원대 초반에 이를 전망이다.

4개사 가운데 2개사(SK이노·GS칼텍스)는 영업적자를, 2개사(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손실액인 4조8천75억원을 더하면 연간 영업손실은 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실적 하락의 주 원인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석유제품의 수요 부진이다. 코로나 상황이 팬데믹으로 확대되면서 각국이 문을 걸어잠가 항공유·벙커C유 등의 수요가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수익의 지표인 정제마진(휘발유·경유·나프타 가격에서 원료비를 뺀 가격)도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하반기 소폭 반등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진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에 1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화학·배터리사업도 포함돼있지만 정유사업에서의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이 이유다. 국제유가 하락과 재고평가이익의 감소 여파가 컸다.

정유4사 CI. (사진=각 사)

3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한 GS칼텍스도 4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GS칼텍스의 4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600억원대로 예상했다. 화학·윤활유 사업은 성장세였지만, 역시 정유부문의 적자 폭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반면, 에쓰오일은 4분기 6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부문의 적자 폭은 전년 대비 커졌지만, 화학부문에서의 이익 개선 효과가 컸다. 유가 상승분 인식 시점 차이 덕분에 재고관련 이익도 확대된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오일뱅크도 같은 기간 7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전년에 비해선 두 자릿수로 감소한 수준이나, 정유업계에서 유일하게 지난해 3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전망도 밝진 않다. 석유제품의 수요 회복에 달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개선되면서 적자 폭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청신호다. 그러나 올해도 코로나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어서, 석유제품 수요의 극적인 증가를 바라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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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는 하반기 이후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국에서 코로나 백신 보급이 시작된 점은 좋은 신호이고, 이후 경기가 회복된다면 수요도 따라 회복할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그 전까지는 부진은 이어질 것이고 긴 터널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파리기후협정 등 저탄소·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확산하는 점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또다른 신호"라면서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을 늘리는 한편, 친환경 사업을 확대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