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가 올해 친환경 성장 전략을 세우고 탄소 저감에 박차를 가한다. 앞서 탄소중립 선언을 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필두로 SK종합화학과 한화토탈, 여천NCC 등이 저(低)탄소 구조로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이어 최근 한화토탈이 탄소중립(Net Zero·넷제로) 선언 대열에 동참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즉 '넷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더했을 때 순배출량이 '0'인 상태를 말한다. 지금까지 70여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롯데케미칼 이어 한화토탈도 탄소중립 선언 채비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각각 작년 7월과 지난달 '2050 탄소중립성장'과 '2030 탄소중립성장'을 선언했다. LG화학은 국내외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을 추진한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친환경사업에 5조원을 투입하는 등 총 6조원 규모의 투자 목표를 설정했다.
한화토탈은 합작사인 프랑스 '토탈(TOTAL)'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맞춰 세부 이행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곧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SK종합화학은 2050년까지 친환경 제품 비중을 70% 이상으로 확대하고, 여천NCC는 에너지 효율 설비와 공정개선에 투자할 예정이다.
석유화학 등 산업계는 대표적인 탄소 다(多)배출 부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산한 산업 부문의 탄소배출량은 전체에서 약 36% 비중이다. 산업 부문은 그동안 탄소저감을 위한 효율향상 중심의 기술개발에 집중해왔지만, 이제는 과거와 전혀 다른 근본적인 신공정 개발을 통한 ESG경영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석화업종은 연간 약 7천1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등 국내 제조업 중에서는 철강에 이어 두 번째로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많다. 이들 업계가 원료로 사용하는 납사의 열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 등 부생가스를 연료로 연소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한다.
산업부는 이달 초 산업·에너지 분야의 '2050 탄소중립 연구·개발(R&D) 전략'을 수립키로 했다. 탄소를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한계돌파형 혁신기술' 개발이 목표다. 이 전략은 산업부가 연말까지 수립하는 산업·에너지 분야의 탄소중립 종합계획 '2050 산업 대전환 비전과 전략', '에너지 혁신전략'과 범부처 '탄소중립 기술로드맵'에도 연계 반영될 전망이다.
업계 "R&D 지원 시급…배출권제도도 손봐야"
업계도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에 다양한 건의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연구·개발(R&D) 단계인 석화 연료와 원료 확대기술에 대한 선제적 도입을 위해 관련 R&D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투자세액 공제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 또 업계는 RE100 추진을 위한 녹색프리미엄,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REC) 등 제도 활성화도 바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발적 에너지효율 목표제'에 참여하여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된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 확대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해 '배출권 유상할당 경매 수익'을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활용하거나 '해외 상쇄 배출권'에 대한 국내 사용한도 확대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오후 '석유화학탄소제로위원회(가칭)'를 출범한다. 위원회는 석화 분야의 탄소중립 추진을 돕고, 민·관 소통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행사엔 박진규 산업부 차관과 한국석유화학협회장, 석화 NCC 주요업체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박 차관은 출범식 참석에 앞서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R&D 현장을 방문해, 열분해유 시제품 생산설비를 둘러보고 R&D 동향을 살필 예정이다. 국내 열분해유 기술 현황을 파악하고,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과 자원 선순환 체계 활성화를 당부하기 위한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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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분해유 기술은 폐비닐 등 재활용이 어려운 폐플라스틱을 열로 분해시켜 원료를 추출해 석화 제품 원료인 납사로 재활용,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를 완성하는 기술이다. SK종합화학은 연내 이 기술을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해 사용 가능성 등을 시험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달 미국 열분해 전문업체인 '브라이트마크'와 국내 열분해유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박 차관은 "석유화학 업계의 탄소중립 실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다른 어느 업종보다도 수소, 탄소,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폐플라스틱을 원료와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제조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대형 R&D사업을 기획하여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