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카테크] 애플카에 E-GMP 채택?…섣부른 예측 금물

플랫폼 탑재 차량 아직 출시 전…안전성 아직 검증되지 않아

카테크입력 :2021/02/05 16:04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에 선보인 전기차 플랫폼 ‘E-GMP’에 대한 관심이 애플카 때문에 다시 뜨거워졌다.

애플 관련 전문가로 알려진 밍치궈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일(현지시간)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애플카 첫 모델 생산 때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 스스로 E-GMP 플랫폼에 대한 선호가 높다는 자체 분석으로 보인다.

해당 애널리스트가 현대차그룹의 E-GMP를 언급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단순히 애플과 현대차그룹 간 협업이 임박했다는 추측성 보도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도면 형태 전기차용 E-GMP 플랫폼 구성을 소개한 뒤 지난해 연말 해당 플랫폼의 구체 특징을 소개했다.

현대차가 CES 2019 현지에서 공개한 E-GMP 전기차 전용 플랫폼 (사진=정구민 국민대 교수 제공)

E-GMP 플랫폼의 핵심은 효율성과 안전이다. 배터리 탑재 용량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고, 800V 고전압 충전이 가능해 18분 안에 배터리 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5분만 충전하면 100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E-GMP에 통합 충전 시스템(ICCU)과 차량 충전관리 시스템(VCMS)을 통해 별도 추가 장치 없이도 일반 전원(110V/220V)을 차량 외부로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to-load) 기능을 넣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해당 플랫폼 자체가 기존 전기차 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아직 특별하게 밝히지 않았다. 5일 현재 E-GMP 플랫폼이 탑재된 전기차가 국내에 출시된 적은 없다.

해당 플랫폼을 처음 채택하는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아직 글로벌 공개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오닉 5가 4월 국내 출시돼 차량이 인도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E-GMP를 적용한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은 올해부터 순차 출시된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나 기아 니로 EV 등은 미국 NHTSA 충돌 테스트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신차 안전도 평가 KNCAP은 그동안 전기차 안전도 평가를 진행하지 않다가, 올해부터 전기차 안전도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GMP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이런 우려 속에서 밍치궈 애널리스트가 애플의 E-GMP 플랫폼 사용 예측은 안전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너무 앞서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떤 형태의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한 핵심은 바로 안전이다. 만약 E-GMP 플랫폼 탑재 전기차가 안전성 검증 없이 계속해서 화재를 일으킨다면, 우리 사회에 큰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섣부른 예측보다는 안전 면에서 인정받은 플랫폼을 사용해야 하는 관점이 우선이다.

애플도 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 자체를 선호한다고 한 적이 없다. 애플은 현재까지 BMW와 협력해 디지털 키 기술이나 전기차 전용 지도 앱 기술을 활성화했지만 차량 설계를 위한 플랫폼 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향후 E-GMP 플랫폼을 통해 500km대 전기차에 대한 청사진도 전했다. (사진=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 PPT 캡처)

현대차그룹 스스로 전기차 사업 발전을 위한 과제는 남아있다.

최근 17번 넘게 화재가 난 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 규명 움직임은 소홀한 편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에 대구에서 발생한 코나 전기차 화재 차량 배터리를 별도로 남양연구소에 보냈지만, 아직 화재 원인을 밝혔다는 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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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자체 플랫폼을 애플에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 자신도 좀 더 안전한 플랫폼이나 차체 설계 등을 본받아 애플카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애플과의 협업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전하지 않았다. 애플도 현대차그룹과의 관계에 대한 어떠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