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출시된 그랑사가는 출시 전 게임 모든 캐릭터의 음성을 더빙한다는 소식으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게임 내 음성 더빙은 캐릭터의 감정을 활자보다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이를 선호하는 이용자가 많지만 조금이라도 이용자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수준으로 음성 더빙이 이뤄졌을 시에는 그만큼 큰 비판을 받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랑사가는 출시 후 음성 더빙에 대해 이용자들의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수의 성우를 기용해 게임 내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집중한 엔픽셀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랑사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라스와 세리아드의 목소리를 연기한 김지율, 송하림 성우는 두 캐릭터의 음성을 연기하며 각자 다른 주안점을 두고 작업에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두 성우 모두 작업에 앞서 그랑사가의 외형을 보고 흥미를 갖고 작업에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김지율 성우는 "처음엔 어떤 캐릭터를 맡을 줄 몰랐다. 그런데 실제로 캐릭터와 영상 모델링이 너무 예뻐서 바로 수락했다. 처음엔 내가 맡을 역할이 괴물인 줄 알았는데 모델링 보고 잘생김에 가장 큰 흥미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송하림 성우는 작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그랑사가의 프로모션 영상을 보고 여기에 흥미를 갖게 된 경우다. 실제로 색감과 모델링이 예쁘고 모바일 플랫폼으로도 서비스 되는 게임임에도 PC게임처럼 퀄리티가 좋아 좋은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랑사가의 더빙 작업은 성우가 개별로 각 캐릭터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작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식을 택한 셈이다.
김지율 성우는 "1인 녹음을 하게 되면 작업 속도가 빠르지만 상대의 대사를 보고 이런 톤이겠구나 하며 상상하면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라며 "라스가 주인공이다보니 대사량이 많아 스크립트 문서가 쌓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달에 한 번, 한 시간 정도 더빙 작업을 진행했지만 작업 중 욕심이 생겨 아쉬웠던 부분은 시간을 들여 다시 녹음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라스 목소리를 연기하면서 힘 조절에 집중했다. 대사도 워낙 많아서 힘을 조절하지 않으면 캐릭터 매력이 사라진다. 처음에는 힘을 빼고 시작했고 점차 라스가 감정적으로 변하는 구간들이 있다. 그때마다 성장해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후반부로 갈수록 라스의 감정이 격렬해지는데 소리를 많이 질러야 해서 정말 힘들었다. 소리를 아껴서 지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느낌이 안 산다. 이용자에게는 내가 대충 소리 지르는 게 티가 날 텐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 텐션이 떨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에너지를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하지만 주인공이 처음부터 너무 장점을 드러내면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진다. 주인공이 너무 튀면 조연의 매력이 죽는다. 중심을 잘 지키면서 꾸준히 이어가다 임팩트 있는 장면에서만 힘을 주는 게 주인공이다"라고 설명했다.
송하림 성우는 "보통 녹음을 하기 전에 녹음 분량을 전달받고 스케줄을 잡는다. 그리고 녹음실 가서 대본을 받고 현장에서 상대방이 어떻게 했을 거다 상상하며 녹음하면 녹음실 밖에서 디렉터가 피드백 주는 식이다. 한달에 한번이나 작업 기간에 맞춰서 녹음하고 추가소스가 필요할 땐 중간에 추가로 작업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세리아드를 연기하면서 집중한 부분에 대해서는 김지율 성우와 달리 감정을 절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세리아드와 라스의 캐릭터 특성이 전혀 다른 이유다.
송하림 성우는 "세리아드는 정반대로 감정을 표현하면 안되는 캐릭터다. 녹음할 때 이모션 작업도 함께 하는데 캐릭터들이 박수치고 활발하게 웃는데 세리아드는 활발하게 웃으면 안 된다. 세리아드의 모습은 활짝 웃고 있지만 감정은 많이 빼야 한다. 절제에 절제를 하면서 표현해야 하다 보니 고충이 많았다. 세리아드는 감정 절제를 조율하면서 다듬어졌던 캐릭터다. 캐릭터 개성이 무너질 수 있어 정말 가볍게 호흡하며 작업을 했는데 목을 많이 안 쓰는 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세리아드는 캐릭터 특성상 대사량이 적은 편이어서 세리아드 외에 다른 캐릭터 음성도 녹음했다. 마을에 있는 소년이나 그랑웨폰의 목소리를 녹음하기도 했고, NPC 대사를 녹음하기도 했다. 내 목소리는 게임 구석구석에서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더빙 디렉팅도 이런 점에 맞춰 진행됐다. 다만 두 성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느낌이 전혀 다르기에 디렉팅 방향도 조금은 달랐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김지율 성우는 "소리가 어린 편이다.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소리가 조금씩 어려지기도 한다. 라스가 멋있게 말하다가 갑자기 어리숙하게 표현될 때가 있었는데 그런 점은 다시 어른스럽게 표현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송하림 성우는 디렉팅 단계에서도 감정 절제를 요청받았다며 "세리아드는 기억과 감정을 잃어버린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지율, 송하림 성우는 향후 그랑사가에 대해 이용자의 많은 관심을 부탁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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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율 성우는 "엔픽셀은 캐릭터 하나하나에 애정을 많이 갖고 있다. 인연도와 호감도에 맞춰 연기를 진행했는데 보통 이렇게까지 더빙을 하지는 않는다. 캐릭터 하나하나 스토리를 만들어서 풀 더빙 작업을 한다는 건 앞으로도 이런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더 만들어진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점점 더 업그레이드될 거라 생각하고 즐겨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송하림 성우는 "게임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탄탄하게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성우 입장에서는 성우 한 명 한 명을 귀하게 관리해 주고 애정을 담아서 캐스팅과 디렉팅을 해줬다. 디테일에 신경 쓴 만큼 작품에 대한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픽도 너무 예쁘고 화려하고 색감 다채롭고 해서 즐길 거리가 많다.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도 스토리 보는 것도 재미있고 즐길 게 많아서 모처럼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대가 많이 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