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대응해 '수출통제법'이라는 반격 카드를 뽑아 들었다.
지난 22일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중국 수출통제 동향 설명회' 행사에서는 중국 정부가 일본처럼 우리나라를 상대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핵심소재의 수출을 규제하는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왔다.
임채욱 전략물자관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전인민대표 상무위원회가 지난해 10월 17일 수출통제법을 채택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1일부터 수출통제법의 시행에 돌입했다"며 "중국의 수출통제법은 법의 목적에 자국의 이익을 고려한다고 되어 있어 어느 정도까지 수출통제 범위를 확장할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수출통제법 제48조에는 보복조항이 있는데 수출통제 제도를 남용한 국가에 대해 중국 정부가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며 "국가 간 무역마찰이 생기면 일본 수출통제 규제와 같이 특정 품목의 수출을 까다롭게 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보인다. 해당 물품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수출통제법은 기존에 여러 법령에 분산되어 있었던 수출통제 관련 내용을 하나로 총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국가 간 협의를 거쳐서 정한 국제수출통제체제(바세나르, MTCR, AG 규약 등)와 달리 독자적인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임채욱 선임연구원은 "이에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중국의 수출통제법과 관련해 간주수출통제, 독자품목지정, 독자적우려거래자지정, 처벌의 역외적용, 보복 조치 등의 내용에 대한 산업계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며 "아직 수출통제법 시행을 위한 세부 규정이 통제 리스트 외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통제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가장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은 재수출로 미국산 품목을 수입해 다른 완성품 만들거나 미국산 완성품을 수입해 제3국으로 수출하는 경우"라며 "이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중국이 (수출통제법을 통해) 미국과 똑같이 하겠다고 정한 만큼 굉장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수출통제법을 근거로 미국의 재수출통제를 준수하는 우리나라 기업에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채수홍 전략물자관리원 정책연구실장은 "지난 9일 중국 상무부는 외국 법률 조치의 부당한 역외적용(영토 밖에서의 관할권 행사)에 대한 대응 규칙을 발표, 이는 외국 법령의 역외적용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상부무가 이에 대해 승인, 이행, 준수하지 않도록 금지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여기에는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어 우리 수출기업이 미국의 재수출통제를 준수하기 위해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을 중단하는 경우, 중국 정부가 이에 관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규칙은 중국 정부가 재수출 통제를 준수하기 위해 화웨이에 대한 금지 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예컨대 화웨이가 중국 정부에 신고하고 중국 정부가 공급업체에 금지명령을 내리면 우리 기업들은 공급을 재개해야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는 해당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중국 수출통제 동향 설명회 행사 이후 열린 Q&A 전문이다.
-역외적용과 관련해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수출통제법에 따라 중국에 수출하지 않았을 때 처벌을 받게 되는가.
"수출통제법 44조 역외적용은 중국 수출통제법을 준수하지 않을 때 적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의 수출통제법을 준수하기 위해 중국 기업에 수출하지 않으면 중국 상무부가 금지명령을 내리고, 그런데도 미국 법을 준수해서 중국 기업에 수출을 중단해 중국 기업이 피해를 보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이에 따라 손해배상 이행을 해야 하고, 이를 하지 않으면 강제집행도 당할 수 있다."
-중국 수출통제법 강화가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악영향 미칠 수 있나.
"중국이 작년 12월 31일에 발표한 품목 리스트를 보면 아직은 대량파괴와 관련된 품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향후에는 재래식 관련 품목이 추가될 것으로 본다. 재래식 관련 품목은 주로 바세나르 체제 품목으로 몰려있고, 품목의 가짓수가 굉장히 많아 중국산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으로 본다. 중국이 만약 수출통제법에 따라 우려거래자로 우리나라 기업을 규제하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주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처럼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나.
"2019년도 일본의 수출규제 당시 대상 품목은 불화수소를 제외하면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모두 바세나르 제재 품목이다. 향후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는 품목이 되고, 절차가 까다로워진다면 유사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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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반도체·디스플레이도 규제대상에 포함되나.
"일본에서 반도체와 관련해 한국의 소부장 수출허가를 까다롭게 하면서 압박한 사례가 있어 중국도 다시 한번 전체적인 리스트를 보고 정확하게 제품별로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