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기술 패권경쟁이 계속될 것입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핵심 기술 공급을 끊고, 중국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핵심 기술 국산화를 강화하는 기술 탈(脫)동조화 ‘테크 디커플링(Tech Decoupling)’이 가속화 될 전망입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 연구위원은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美-中 기술패권 경쟁과 우리기업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한 ‘대한상의 Next Trend’ 온라인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 부 연구위원은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이 장기화된다며, 그 이유로 ▲바이든 정부도 중국의 불공정성을 인식 ▲미국의 제재에 대해 중국이 강경 대응 ▲미국 내 초당적 반중 정서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의 제재수단들이 모두 법제화돼 갈등이 제도화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도 미국 제조업 부흥과 함께 중국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노동 및 환경 정책을 중시한 통상교섭 전략과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어 미․중간 갈등구조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의 제재조치에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전략보다는 중국판 뉴딜인 양신일중(兩新一中)과 내수경제 선순환 기반 쌍순환 발전(Dual Circulation)으로 대표되는 ‘新대장정 전략’으로 미국과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연 부 연구위원은 “2018년 미국 국방전략 보고서, 2018년 USTR 301조 조사 보고서, 올해 5월 백악관이 발표한 ‘대중국 전략보고서’모두가 미‧중간 분쟁의 근본 원인이 첨단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에서 비롯된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와 달리 5G·AI·로봇·양자컴퓨터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첨단기술은 투자할수록 경제력과 군사력이 함께 증대되는 민군겸용(民官兼用, Dual Use)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의 기술부상에 경계심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술패권 전장에서 미국은 질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양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R&D 투자 규모에서 미국에 거의 근접했고, 국제특허출원 수도 지난해 미국에 앞섰지만, 핵심원천기술 보유를 나타내는 지적재산권 수지는 미국이 중국에 월등한 격차로 앞서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이노베이션에는 강하지만 원천기술과 핵심기술을 만들어내는 발명특허에는 아직 약하다는 반증”이라며 “미국의 대중 제재 수단인 수출통제개혁법(ECRA)과 투자규제(FIRRMA·외국인투자검토현대화법)도 이러한 점과 맞물려 있다”고 언급했다.
연 부 연구위원은 “미국은 ECRA를 통해 신흥 기술과 기초기반 기술 수출 규제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면서 “수출 통제 대상 기업리스트인 ‘Entity List’에는 화웨이 등 중국제조 2025 또는 원천기술 관련 기업들이 올라 있다”고 밝혔다.
또 “FIRRMA 시행을 통해 핵심기술·핵심인프라·민감한 개인정보 관련 사업에 대한 외국인의 비지배적 투자까지 심의 대상에 포함시켰다”면서 “이는 사실상 중국의 대미 기술 투자를 강력하게 규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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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사이에 낀 한국기업이 어느 편에서도 서지 못하는 고립무원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산업, 내수산업을 육성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미국의 대중제재, 중국의 대미제재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독자 기술역량 강화를 꾀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강연은 유튜브(대한상공회의소 인사이트)와 대한상공회의소 홈페이지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12월 18일부터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