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텔 훈풍 타고 '파운드리 1위' 오를까

인텔과 'PCH·5G 칩셋' 등 위탁생산 계약...파운드리 투자 확대도 고려 中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01/22 15:46    수정: 2021/01/23 15:34

삼성전자가 인텔과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파운드리 시장 1위 도약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설지 기대를 모은다.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인텔과 PC 메인보드용(PCH) 칩셋 및 5G 기지국용 칩셋 등에 대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국내외 파운드리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과의 이번 위탁생산 계약은 CPU·GPU와 같은 고가의 칩셋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캐파(생산능력)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다양한 품목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다"며 "삼성전자 역시 현재 캐파가 부족한 상황으로, 추가적인 위탁 계약이 성사될 경우, 국내외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사진=삼성전자)

실제로 인텔은 21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2020년도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인텔은 7나노미터 공정의 문제점을 자체적으로 해결했고, 2023년에 출시할 7나노미터 프로세서 대부분은 내부에서 제조할 계획"이라면서도 "다만, 아웃소싱(위탁생산) 물량은 과거보다 늘릴 계획이다. 세부적인 부분은 새로운 최고경영자가 취임(2월 15일)한 이후에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추가 위탁생산 계약 가능성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파운드리, 시스템LSI)에서만 올해 12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파운드리 시장 1위 업체인 TSMC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30조원 후반대의 시설 투자 계획을 밝힐 정도로 시장 상황은 추가 캐파 확보 없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7나노미터와 5나노미터 칩셋을 위탁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업체는 전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그리고 전체 파운드리 생산에서 7나노미터와 5나노미터의 비중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4나노미터와 3나노미터 생산에 대해 미리 대비가 필요한 만큼 오스틴을 포함한 국내외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국내(평택)보다는 미국(오스틴)에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스틴 공장이 인텔 외 AMD,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본사와 가깝고, 코로나19로 불거진 공급망 리스크도 적어 신규 수주물량을 따내기에 훨씬 유리하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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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삼성전자 파운드리 행사 'SAFE 포럼'에 참석한 라자 코두리 인텔 수석부사장. (사진=SAFE 포럼 캡처)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법인이 있는 국내 한 업체는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인근에 시설 투자 규모를 늘리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고, 몇몇 장비 업체들은 미국으로의 반도체 장비운송 절차를 알아보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확대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추이. (자료=트렌드포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매출액 기준)에서 17%의 점유율로 시장 2위를 기록했다. 시장 1위 TSMC는 55%의 점유율을 기록, 양사의 격차는 38%포인트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