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무료체험 후 유료 전환 자동결제, 인플루언서 뒷광고 못한다

공정위 새해 업무보고…공정 뿌리내린 활기차고 따뜻한 시장경제 구현

유통입력 :2021/01/22 14:15

 #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셋톱박스와 TV를 켜자 특정 방송사 콘텐츠를 1개월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월정액권이 도착했다고 해서 리모컨으로 확인을 누르고 결제를 위한 비밀번호를 입력해 월정액에 가입했다. 연말에 일이 몰려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다가 최근 휴대폰으로 날아온 요금 고지서를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무료체험이 끝나고 자동으로 유료로 전환하면서 2개월 동안 요금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올해부터는 이 같은 피해 사례가 없어진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구독서비스 제공 플랫폼은 무료체험 후 유료로 전환될 때 소비자에게 통지하고 연장 의사를 확인하도록 전자상거래법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 때문이다.

# 자동차부품업체를 운영하는 B사장은 재료비가 인상될 때마다 찾아오는 걱정을 덜게 됐다.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원사업자와 하도급대금 조정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하도급법이 개정돼 중기중앙회로부터 원가분석, 시장 전반 현황, 과거 조정사례 분석, 법률 지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재료비 등이 증가하더라도 원사업자와 균형 잡힌 협의로 합리적으로 분담할 수 있게 된다.

# 온라인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 C사장은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노출 순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 계약서로 명확하게 설명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과거 자사 플랫폼에만 독점적인 최저가 판매를 요구하던 플랫폼 불공정 관행도 없어졌다. C사장은 필요에 따라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고 플랫폼별 거래조건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해 업무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공정위는 올해 ‘공정이 뿌리내린 활기차고 따뜻한 시장경제 구현’을 비전으로 3대 전략, 6대 핵심 과제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3대 전략은 공정경제를 경제 전반에 뿌리내리게 하고 디지털 경제로 확산하는 것과 혁신기업이 성장하고 취약계층 권익이 보장되는 시장환경 조성, 국민과 소비자가 체감하는 공정문화를 정착이다.

6대 핵심 과제는 ▲디지털 경제 분야 공정거래 질서 확립 ▲갑을이 협력하고 상생하는 포용적 시장환경 조성 ▲대기업집단의 건전한 소유·지배구조 및 거래 질서 정립 ▲혁신이 촉진되는 시장환경 및 거래 관행 형성 ▲소비자 권익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시스템 구축 ▲공정거래정책 추진 인프라 강화다.

■ 디지털 경제 분야 공정거래질서 확립

공정위는 올해 디지털 공정경제 구현을 위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하는 한편,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을 전면 개정한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상생협력을 통해 공정하고 혁신적인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중요사항 서면 교부 ▲표준계약서·공정거래협약 ▲분쟁조정제도 ▲불공정행위 금지 등이 핵심이다.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은 플랫폼사업자에 거래 관여도에 걸맞은 소비자 보호책임을 부여하고 피해예방·구제강화 등을 위해 개정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1주년 언론소통 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제 디지털화로 인한 취약계층 보호 기반을 강화한다. 가맹본부·공급업자의 온라인판매에 따른 가맹·대리점 등 소상공인의 피해를 예방하고 권익을 위한 기반도 마련한다.

택배·배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단부터 최하단까지 단계별 계약서를 점검해 자율 시정하도록 하고 표준계약서를 보급한다.

소비자의 안전한 비대면 거래환경도 조성한다. 올해부터는 무료체험 후 유료로 전환하면서 추가 고지 없이 자동결제하는 행위나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뒷광고, 후기게시판 조작 등 기만행위를 시정할 계획이다.

온라인몰의 배송 전 주문 취소 시에도 배송비를 부과하는 행위 등을 점검하고 국내외 OTT 사업자의 중도해지 시 환불제한 등 불공정약관도 시정한다.

독과점 플랫폼의 경쟁제한행위 규율을 통해 시장 혁신동력을 유지한다. 플랫폼 산업의 시장획정, 플랫폼사업자의 독점력 남용행위 판단기준 등을 구체화해 ‘온라인플랫폼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가칭)’을 제정할 예정이다.

ICT 특별전담팀에 앱 마켓·O2O 분과를 신설해 국내외 플랫폼사업자의 불공정행위 감시를 강화한다.

■ 갑을이 협력하고 상생하는 포용적 시장환경 조성

대중소기업 간 자율 협력과 상생 기반을 강화한다. 대기업에 편중된 공정거래협약을 중견·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전 분야 유통업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상생협력 캠페인을 전개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행사기간 중 ▲판매수수료 인하 ▲최저보장 수수료 및 최저임대료 면제 ▲대금 조기 지급 ▲광고비 등을 지원한다.

공정한 계약문화 정착을 위해 표준계약서 도입 업종을 확대한다. 가맹점은 도소매업 1종을 3종으로, 서비스업 3종을 5종으로 업종을 세분화하고 대리점은 도입 업종을 12종에서 18종으로 확대한다. 또 공공기관 모범거래모델을 기초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으로 확산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맨 오른쪽)이 4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대규모유통업계와 중소납품업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을의 협상력 제고 등을 통해 협력적 거래기반을 구축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 협상력 강화를 위해 중기중앙회에 대금조정 협의권을 부여하고 가맹점주단체 신고제와 대리점 사업자단체 구성권을 도입한다. 가맹본부에 1개 이상 직영점, 1년 이상 운영을 의무화하고 소규모 가맹본부에도 정보공개서 등록 및 가맹금 예치 의무를 부여한다.

■ 대기업집단의 건전한 소유지배구조 및 거래 질서 정립

부당 내부거래 근절을 통해 건전한 거래문화를 확립한다. 우회적인 내부거래 감시를 위해 공익법인에 대한 각 계열사 거래현황을 공시하도록 하고 친족분리 후 신설회사도 내부거래내역 제출을 의무화한다.

물류·SI 업종을 대상으로 일감나누기 자율준수 기준을 마련하고 일감나누기 실적을 공정거래협약 평가에 반영해 일감개방을 유도한다.

공시제도·정보공개 등 시장 압력을 통해 투명한 소유·지배구조를 유도한다. 임원현황, 서면·전자투표제 운영현황 등 지배구조 관련 신규 공시항목을 발굴하고 내부거래 관련 공시항목을 자산유형별로 세분화한다. 지주회사 현황을 기초 현황과 심층 분석정보로 구별해 연 2회 공개하고 내부거래 정보공개 대상을 현행 상품·용역거래에서 자금·자산거래까지 확대한다.

규제 합리화를 위해 대기업집단 규율체계를 정비한다. 경제력 집중 우려가 높지 않은 PEF 전업 집단을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임원독립경영 요건을 완화한다. 시장감시 필요성이 적은 소규모 비상장사 공시부담을 면제하고 지주회사 신고·보고 관련 자료 제출 부담을 완화한다.

■ 혁신이 촉진되는 시장환경 및 거래 관행 형성

혁신기업에 투자를 촉진하고 기술을 보호하는 시장환경을 조성한다. 공정위는 벤처 지주회사 설립기준을 자산총액 5천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완화하고 벤처자회사에 연구개발(R&D) 5% 이상 중소기업을 추가하는 한편, 대기업짐단 편입 유예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CVC 관련 외부자금 출자비율한도, 공정위에 대한 정기 보고내용 등을 규정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기술자료의 비밀관리성 요건을 ‘합리적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에서 ‘비밀로 유지된’으로 완화하고 승인도·회로도 등도 기술자료로 인정한다.

규제개선 및 효과적 인수합병(M&A) 심사로 경쟁적 시장구조를 확립한다.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항공·조선·기계 분야 M&A를 신속·효과적으로 심사하고 비대면 경제로 전환하면서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방송·통신·반도체 분야 M&A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혁신 저해 우려가 큰 잠재적 경쟁자 인수는 심사를 강화하고 경쟁제한 우려가 적은 투자목적 M&A는 신고를 면제하는 등 M&A 심사를 합리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민 안전, 건강과 밀접한 의료 분야나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는 언택트, 산업 경쟁력 핵심인 부품·중간재 등 분야 담합을 집중 감시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9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열린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우수기업 사례발표회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반도체·제약 등 신산업 분야에서 국내외 독과점기업의 경쟁사업자 배제, 특허권자의 특허권 남용 등 경쟁제한행위 감시도 강화한다.

공정거래 자율준수제도(CP) 운영·평가·인센티브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해 기업의 자율적 법 준수 문화를 확산한다. 과징금 부과 한도를 2배 상향한데 맞춰 과징금 산정기준을 종합 검토하고 시정조치 이행관리 법적 근거를 마련해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 소비자 권익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시스템 구축

소비자정책위원회의 정부 부처별 소비자정책 평가결과 공개를 확대해 책임 있는 정책추진을 유도하고 온라인 소비자정책위원회를 수시로 개최한다. 소비자원의 소비자정책위원회 지원기능을 소비자 지향적 제도개선 사업 외에 이슈 발굴·실태조사·대안 도출 등 업무 전반으로 확대한다.

행복드림에서 국내외 안전정보를 원스톱 제공하고 국내 안전기준이 미비한 해외리콜제품의 안전기준 제·개정 등 범정부 차원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항균·인공지능(AI)·에너지효율 등 건강·성능·기술 관련 부당광고를 적극 시정하고 아동·고령자 등 안전 취약계층을 위한 상품비교정보 제공도 확대한다.

태양광 설비 설치업체의 청약철회 방해·정보제공 미흡 등 농촌지역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방문판매법 위반행위도 집중 점검한다.

모바일 민원처리 시스템 구축, 온라인 분쟁해결(ODR) 강화 등 비대면 상담·피해구제를 활성화하고 단체소송 제기요건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 공정거래정책 추진 인프라 강화

단순 사실 확인만으로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가맹사업법 위반행위 과태료 부과 권한과 하도급·유통 분야 분쟁조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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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 분쟁조정협의회가 분쟁당사자 외 발주자에 대해서도 자료제출과 출석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불공정하도급 피해금액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 실시 근거를 마련해 조정제도 실효성을 높인다.

공정거래정책 추진 역량도 강화한다. 사건처리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 개선을 통해 사건처리를 신속·효율화하고 공정거래정책 연구, 공정거래 문화 확산, 소상공인 종합지원 등 공정거래조정원 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정책품질을 높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