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순수 전기차 분야 판매 1위를 달성한 테슬라 모델3가 결국 올해부터 새로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
정부는 새로운 전기차 보조금 지급안을 내놓을 때 마다 “특정 업체(테슬라)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21일 나온 정부 확정안은 그동안 정부가 강조해온 내용과 정반대다.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는 올해 341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책정됐다. 지난해(800만원) 보다 459만원 삭감됐다. 모델3 롱레인지는 올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 가운데 국고보조금 삭감 금액이 가장 높은 모델이 됐다.
반면에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은 올해 보조금이 800만원으로 책정됐다. 정부가 지급 가능한 국고보조금액(700만원)보다 높게 책정됐다. 코나 일렉트릭이 정부가 정한 이행 보조금(50만원)과 에너지 효율 보조금(50만원) 기준에 충족됐다는 정부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코나 일렉트릭 올해 보조금은 지난해보다 20만원 가량 줄었지만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가운데 가장 많은 보조금 혜택을 받는 전기차로 이름을 올렸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미래자동차 확산 및 시장 선점전략’ 정책에서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해 8월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K-뉴딜위원회 현장간담회’ 개최 이후 2개월 만에 나온 방안이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지난해 8월 지디넷코리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테슬라 등 특정 업체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후 환경부는 자동차 업계 관계자 등과 가진 수차례 간담회를 거쳐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 방안을 구체화했다.
환경부의 기본 방침은 다음과 같다. 우선 6천만원 미만 전기차는 보조금 100% 혜택을 받고, 6천만원~9천만원 미만 전기차는 보조금 50% 혜택을 받을 수 있다. 9천만원 이상의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환경부 방침을 예견된 순서로 평가한다. 해마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가능 대수를 늘리는 대신 차량별 보조금 지급 가능 액수를 줄이는 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별도 입법 예고를 통해 전기차 보조금 상한액 기준도 발표했다. 부가세를 제외한 공장도가격 기준으로 6천만원 미만이 되면 보조금 100%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 가격 기준이 적용되면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공장도가격이 6천만원 미만이 되기 때문에 700만원 이상의 보조금 책정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 방안이 입법 예고되자 자동차산업협회와 수입차협회 등이 반대입장을 보였다. 공장도가격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업체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자동차산업협회 측에서 나왔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반대 의견을 냈는지 지디넷코리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자동차산업협회 등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보조금 상한액 산정 기준을 확정안 발표 이전인 20일 행정 예고했다. 부가세를 포함한 권장소비자가격으로 책정 기준을 바꿨다. 결국 이 입법 예고안은 실질적인 보조금 지급 확정안에 반영됐다.
모델3의 권장소비자가격은 6천만원 이상이 됐고 보조금은 341만원으로 책정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비자 기준으로 봤을 때 6천만원 이상은 너무 높다”며 이번 보조금 개편안이 정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체적인 보조금 책정 금액을 살펴보면 여전히 현대차와 기아에 유리하다.
소비자의 반응은 환경부 입장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한 소비자는 “보조금 확정안 발표 하루 전에 새로 입법 예고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소비자는 “기술이 좋으면 더 큰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편협한 기준으로 지원했다”며 “정해진 답을 놓고 거기에 맞게 정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코리아가 올해 정부 보조금 정책에 맞는 가격을 내놓는다면 모델3 보조금이 700만원대로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출시 예정인 모델 Y도 국내 사정에 맞는 가격대로 책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출시할 아이오닉5, CV 보조금 혜택 유무는 나오지 않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아이오닉5와 CV 등의 일부 트림의 가격이 6천만원 이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예상 수준이기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가 스스로 가격 조절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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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테슬라 모델3 연간 판매량은 1만1천3대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은 같은 기간 8천66대가 판매됐다. 모델3 연간 판매량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코나 일렉트릭은 떨어지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올해 코나 일렉트릭이 단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아직 코나 일렉트릭 국내 판매 방안에 대한 구체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