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개편 과제 산적…환경비용 어떻게 책정하나

석탄발전에 부담 지우고 친환경에너지 지원 강화하는 방식 될 듯

디지털경제입력 :2021/01/21 16:36    수정: 2021/01/21 16:39

정부가 유류비 변동분을 전기료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본격 도입하는 가운데, 사용 전기료와는 별도로 부과하는 환경비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환경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석탄화력발전 등에 부담을 더 지우는 동시에, 친환경 전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1일 에경연이 주최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과제 모색' 온라인 토론회에서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외부 비용 반영과 공급 비용 회수 문제가 앞으로의 개편 과제"라며 "친환경 에너지 공급과 외부비용 발생에 따른 전기료 반영 체계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료비 연동제는 유연탄·천연가스·유류 가격의 변동분을 주기적으로 전기료에 자동 반영하는 제도로, 외국에선 보편화된 제도다. 우리나라도 도시가스·지역난방에 이 개념을 적용 중이다.

앞서 정부는 전기료에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과거 수차례 적극 검토했다. 지난 2011년엔 제도 시행을 확정지은 후 돌연 취소했다. 또 2016년 들어 다시 도입 논의가 이어져오던 중, 정부는 지난달 17일 '원가연계형 요금제'란 이름으로 이를 올해부터 시행키로 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산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박태영 삼일회계법인 전무,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임원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장단점 뚜렷한 '연료비 연동제'…기후·환경비용도 분리

이 제도의 장점과 단점은 명확하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비용 변동에 대한 요금의 경직성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단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정부의 개입 여지와 전원믹스가 변할 경우 연동 공식을 변경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환경비용 등 연료비 외의 변동 요인 비중이 확대하는 추세라는 것, 주기적인 요금제 개정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한계점이다.

또다른 핵심은 환경비용을 분리해서 부과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RPS) 비용, 배출권 구매비용, 미세먼지 저감비용 등이 이른바 환경비용이다. 이 가운데, RPS와 배출권 가격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자의적인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환경비용을 비교적 순조롭게 전기료에 부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박태영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기후·환경 관련 비용을 별도로 분리·고지하는 제도는 한전의 비용발생원천을 보다 세분화해 소비자에게 상세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요금항목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란 정부 정책과 관련한 발생비용을 공개함에 따라, 정부와 한전의 투명성 증대, 소비자의 알권리 보호와 정부 정책에 호응이라는 기대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임원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기후 환경요금에 포함된 RPS, 배출권거래제(ETS) 이행비용,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비용 외에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 비용도 전력산업기반기금 개편 문제와 연결해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Pixabay

"소비자 신뢰 얻으려면 환경비용 분리 더 명확해야"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분리표시'와 '분리부과'는 명확히 다르다"며 분리부과는 기반기금과 같은 분리회계를 전제로 해야한다. 현재 RPS와 ETS 비용은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에 포함돼 있어 비용 평가의 대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ETS는 조만간 변동비에도 반영될 예정"이라며 "전기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이를 기금형식으로라도 한전회계상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환경비용의 요금 반영 방식에 대해 크게 세 가지 방안을 꼽았다. ▲탄소배출권과 같이 사회적 환경비용이 발생하는 전원에 대한 부과 ▲배출저감장치에 대한 투자를 고정비용에 포함하는 방법 ▲친환경 대체 전원을 지원하는 방식 등이다.

그는 "발전비용에 포함된 비용은 전력도매가격을 통해 요금에 간접 반영하고, 친환경 전원에 대한 지원비용은 요금에 직접 반영하는 방법이 있다"며 "지원 주체에 따라 분리부과 또는 통합부과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전력 계량기. (사진=한국전력)

"환경비용 정보공개 강화하고, 독립기관에 전기료 의사결정 권한 줘야"

환경비용 부과를 위해 정보 공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태영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현재도 총괄원가, 연료비 조정 등의 요금관련 정보가 한전 홈페이지에 공개돼있다"면서 "이러한 정보 뿐 아니라 석탄발전 감축비용 등 소비자가 필요로 하거나 정보공개가 더 합리적이라면 추가로 새로운 정보 또는 공개된 내용 중 더욱 세부적인 정보 공개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전기료의 독립적인 결정과 조정이 필요하단 점도 숙제다. 전기료 조정은 정책적 또는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사전협의를 통해 결정되곤 한다. 이에 규제기관인 전기위원회의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전기위는 전기료 조정안 인가 신청에 대한 형식적인 절차만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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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수 에경연 선임연구원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독점적인 소매시장 하에서 전기료 규제 방식도 필요하다"며 "한전의 판매수입을 총괄원가 보상원칙 하에서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정책적이고 정치적인 목적 하의 전기료 조정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며 "공급원가에 대한 검증을 통해 타당성 여부를 판단해 전기료에 반영하고, 독립적인 규제기관에 전기료 조정 인가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