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디지털 단일시장 원칙을 어긴 PC게임업체들에게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온라인 PC게임 플랫폼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와 5개 게임업체에 780만 유로(약 104억 원) 벌금을 부과했다고 CNBC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밸브 등이 EC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은 것은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잠금(geo-blocking) 때문이다.
제재 대상은 밸브와 제니맥스, 포커스 홈, 반다이남코, 코크미디어, 캡콤 등이다.
"지역잠금 때문에 유럽내 소비자 단일시장 혜택 못받아"
EU의 경쟁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베스타게르 EC 부위원장은 “지역 잠금 때문에 유럽 소비자들이 디지털 단일시장의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디지털 단일시장이란 EU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라 모든 업체들은 유럽 내 소비자들에겐 동일한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 원칙을 위반할 경우에는 유럽 경쟁법에 따라 제재를 받게 된다. 밸브를 비롯한 PC게임업체들이 벌금을 부과받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날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PC게임업체들의 구체적인 위반 사항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밸브와 PC 게임업체들은 스팀 활성화 키를 체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서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2010년 9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5년 동안 적용됐다.
밸브 등의 이 같은 정책 때문에 EU 내 평균소득이 높은 국가에서는 스팀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PC 게임을 이용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설명이다.
스팀과는 별도로 PC게임업체들 간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EU 역내 국가를 차별하는 지역잠금을 한 부분도 문제가 됐다.
반다이 남코, 포커스 홈, 코크 미디어, 제니맥스 등 4개 게임 퍼블리셔들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지역 차단을 적용했다고 EC가 밝혔다.
반다이 남코를 비롯한 5개 PC게임업체들은 디지털 단일시장 관행 조사에 협력함에 따라 벌금 액수가 10% 가량 감면됐다.
반다이 남코는 34만 유로, 캡콤 39만6천 유로, 포커스 홈 288만8천 유로, 코크미디어 97만7천 유로, 제니맥스 166만4천 유로 벌금이 부과됐다.
반면 밸브는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벌금 162만4천 유로가 그대로 부과됐다고 EC 측이 밝혔다.
2015년 처음 공개된 개념…지역잠금 등 철저하게 금지
디지털 단일시장은 EC가 지난 2015년 공개한 전략이다. 미국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유럽 전역을 단일 시장으로 묶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된 원칙이다. 이 원칙은 다양한 논의 과정을 거쳐 2019년 6월부터 발효됐다.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의 기본 목표는 제품, 사람, 서비스 및 자본이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개인이나 기업이 온라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공정한 경쟁 조건에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EC는 주장하고 있다.
EC는 '디지털 단일 시장'이란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영역도 적시했다.
첫째.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국경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 규칙.
둘째. 고품격의 국경을 넘나드는 배송 서비스.
셋째. 지역 잠금(geo-blocking) 불허.
넷째. 디지털 콘텐츠에 좀 더 잘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저작권법 골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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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부가가치세 단순화.
이번에 밸브를 비롯한 5개 업체들이 제재를 받은 것은 지역잠금을 허용하지 않는 디지털 단일 시장 규정을 위반한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