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개발자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페이스북이 애플을 맹비난했다. 기기부터 앱스토어, 앱에 이른 전체 생태계를 통제하면서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이 새롭게 추진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이 애플을 잘 제어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내놨다고 CNBC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이스북과 애플은 같은 시장을 놓고 다투는 경쟁업체가 아니다. 그런만큼 페이스북의 이 같은 논평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날 페이스북이 독특한 논평을 내놓은 계기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제안한 DSA와 DMA 때문이다.
DSA는 온라인 중개 사업자들이 불법적인 콘텐츠에 대해 좀 더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불법 콘텐츠를 삭제할 경우 이용자들에게 좀 더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DMA는 문지기 역할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경쟁 방해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사 상품이나 콘텐츠를 우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날 “DMA가 애플에게도 한계를 규정지을 수 있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EU가 선보인 두 법안, 미국 4대 IT기업 정조준
이날 EC가 제안한 두 법안은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법안 공개 이후 일제히 비판을 쏟아낸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달랐다. 오히려 유럽연합이 통일된 법안을 마련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애플을 강하게 공격했다. CNBC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애플은 기기와 앱스토어, 앱에 이르는 전체 생태계를 통제하고 있다”면서 “애플은 이런 힘을 이용해 개발자와 소비자 뿐 아니라 페이스북 같은 대형 플랫폼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이 이런 논평은 낸 건 애플과 해묵은 다툼 때문이다. 애플은 광고주들이 여러 다른 앱에서 이용자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도구를 선보였다.
그런데 애플의 이 정책은 광고가 주 수익원인 페이스북에겐 치명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발표 직후 곧바로 “개발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다”면서 격하게 반응했다.
결국 페이스북은 EU가 새롭게 도입할 DSA와 DMA가 애플의 행위를 적절하게 제어해줬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EU의 새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독점 행위를 제재하는 강력한 처벌 규정을 갖고 있다. 특히 전 세계 매출의 10%에 이르는 벌금 부과 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기업 분할 명령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관련기사
- EU, 아마존 반독점 제소…"플랫폼 지위 남용"2020.11.11
- EU, 구글·페북 겨냥 초강력 규제법 만든다2020.12.16
- 130년 된 美 반독점법, 페이스북 제재 가능할까2020.12.10
- 英, 내년 구글·페북 잡을 저승사자 출범2020.11.27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을 통해 소셜 네트워크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페이스북에겐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거대 IT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EU의 새 법안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