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과 특허 분쟁 중인 삼성전자가 미국 법원의 소송금지 명령에 불복해 항소했다.
삼성전자가 15일(이하 현지시간)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의 소송금지 명령을 비롯한 예비금지명령(PI)에 불복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삼성이 항소한 것은 텍사스동부지역법원 로드니 길스트랩 판사가 지난 11일 내린 명령이다. 길스트랩 판사는 당시 삼성이 중국 우한법원에서 받아낸 판결에 대해 다른 지역에선 집행을 정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예비금지명령을 내렸다.
중국 우한법원과 텍사스동부지역법원서 동시 소송
두 회사 공방 중 핵심은 소송금지명령(anti-suit injunction)이다. 소송금지명령이란 국제적 분쟁에 있어서 부당한 외국 제소에 대항하기 위한 적극적·선제적 구제수단으로 영미법계 국가를 중심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길스트랩 판사가 삼성이 우한법원에서 받아낸 '소송금지 명령'에 대해 또 다시 금지명령을 내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소송 금지-금지(anti-anti suit injunction)'이라고 비판했다.
삼성과 에릭슨은 특허소송과 함께 표준특허권의 FRAND 의무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 소송은 에릭슨이 지난 해 12월 14일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에 삼성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은 이보다 1주일 앞서 중국 우한 중급인민법원에 에릭슨을 제소했다. 우한법원은 지난 달 25일 삼성 승소 판결을 했다.
이 판결에서 우한법원은 에릭슨 측에 4G와 5G 필수표준특허에 대해 금지명령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우한 이외 다른 지역에서 FRAND 관련 판결도 신청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눈길을 끄는 판결은 소송금지 부분이다. 우한 인민법원은 에릭슨이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 우한 법원의 판결을 무력화하기 위해 ‘소송금지에 대한 금지 명령’을 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에릭슨은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에 이 판결을 무력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요청에 대해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은 지난 해 말 에릭슨의 손을 들어주는 임시제한명령을 내렸다.
당시 판사는 소송의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중국 우한법원 판결에 대해선 임시집행정지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해당 판결로 인해 에릭슨이 입은 손해에 대해선 삼성이 배상해주라고 명령했다.특히 길스트랩 판사는 당시 삼성 측에 우한법원으로부터 받은 각종 결정문 사본을 24시간 내에 에릭슨에 보내라고 명령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텍사스 동부법원은 양측의 소명을 들은 뒤 지난 11일 예비금지명령을 발령했다. 예비금지명령 역시 에릭슨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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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삼성에 대해 내렸던 '24시간 내 우한법원 사본 제출’ 명령은 취소했다. 또 에릭슨이 삼성에 배상 요구할 수 있는 범위도 제한했다.
길스트랩 판사는 “우한법원 판결로 에릭슨이 입은 손해 중 텍사스 동부지역법원 소송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만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