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쌍용차, 회생 마지막 기회"

"노조도 고통분담 동참해야"...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순항

금융입력 :2021/01/12 18:43    수정: 2021/01/12 18:44

"이번 기회를 놓치면 쌍용자동차는 더 이상 회생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쌍용차 노사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협의에 임해야 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2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의 추가 지원 문제를 놓고 이 같이 밝혔다. 쌍용차의 투자 유치 결과에 따라 채권단 차원에서 지원 여부를 검토할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선 노사의 고통분담이 전제돼야 한다는 메시지다.

특히 이동걸 회장은 쌍용차 노조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흑자를 내기 전까지 일체의 쟁의행위를 중지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산업은행)

"쌍용차 노조, 파업 중단 약속해야 지원 가능"

이날 이동걸 회장은 쌍용차에 대한 추가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잠재적 투자자와 진행 중인 협상 결과를 검토한 뒤 사업성이 인정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출을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동걸 회장은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지만 쌍용차가 신규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투자 성사 후 회사 측이 채권단에 지원을 요청한다면 사업성을 검토한 뒤 추가 투자를 포함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차를 향해선 "노조가 잠재적 투자자와 협의해 회사의 존속 가능성을 담보할 결과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성 평가를 요청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는 쌍용차가 새 투자자를 확보하고 수익성이 개선될 경우에만 추가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이동걸 회장은 "다시 한 번 부실화되면 쌍용차는 끝이라는 생각으로 노사가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이해관계자와의 고통 분담 원칙에 따라 성실하게 협의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단체협약 유효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흑자를 내기 전까지 일체의 쟁의행위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면서 "사업성 평가와 함께 두 가지 조건이 전제되지 않으면 산업은행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을 것"라고 선을 그었다. 구조조정 기업이 파업 등으로 경영정상화에 차질을 빚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이동걸 회장은 "노조를 일방적으로 핍박하려는 게 아니라 쌍용차를 살리기 위한 각오를 다져달라는 것"이라며 "자동차산업이 결코 만만한 분야가 아닌 만큼 이 정도는 약속해야 한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순항…2022년 정상화 기대"

이동걸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에 대한 진행 상황도 공개했다. 그는 "큰 어려움이 없다"면서 "1월 중 16개 국가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 여름 항공업이 정상화된다는 가정 아래 양사의 통합을 실시한 것"이라며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한다면 항공사의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겠지만, 인수합병 자체엔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U 등 경쟁당국의 합병 불허 가능성에 대해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통합해도 세계 10위 수준이고, 이들이 주력하는 곳이 대부분 대도시"라면서 "해당 도시의 경우 취항하는 항공사가 많고 경쟁도 극심해서 독과점 논란의 여지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노조와의 협상과 관련해선 "지난해 12월 실무진이 3개 노조와 면담을 했지만 이들의 입장이 달라서 취합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들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그동안 핵심정비 인력이 많이 빠져나가서 더 이상 인원이 줄면 안전성에 문제가 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소개하며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이 없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동시에 이동걸 회장은 통합을 위한 대한항공의 정관 변경에 국민연금이 반대한 것을 놓고는 "지분 가치가 많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반대의견을 낸 데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특히 실사 없이 합병 결정이 이뤄졌다는 지적엔 "대한항공은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인 만큼 자료만으로도 많은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며 "현장과 대조할 필요는 있겠지만 시기를 놓치지 않는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산은법에 '고용안정' 추가?…논의 필요"

이밖에 이동걸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이 산업은행 설립목적에 '고용안정 촉진'을 추가하는 산은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하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동걸 회장은 "구조조정을 위해선 인력 감축이나 임금 삭감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법안의 내용이 고용의무조항으로 오해를 받는다면 구조조정이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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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구조조정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이뤄지는데, 다른 은행과 입장차를 빚을 수 있고 상업적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고용안정은 장기적·단기적 시각과 기업 또는 산업 전체의 측면 등으로 바라볼 수 있는데, 단기 고용안정에 주력하면 장기적인 안정을 해칠 수 있다"면서 "법안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