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부터 아시아나까지"…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기업 구조조정 순항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첫 발…두산그룹도 경영정상화 눈앞

금융입력 :2020/12/08 17:17    수정: 2020/12/08 17:30

연말에 접어들어 산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다시 탄력을 받았다. 이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위한 첫 발을 내딛은 데 이어, 두산그룹의 경영정상화 작업도 막바지로 향하는 것으로 감지된다.

이처럼 굵직한 기업 이슈가 일단락됨에 따라 구조조정 완수 임무를 띠고 연임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당장의 무거운 짐을 덜어낼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한진칼에 약속한 8천억원을 모두 투입했다. 지난 2일 5천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했고, 이튿날엔 한진칼이 발행한 3천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도 취득했다.

(사진=산업은행)

이는 법원이 사모펀드(PEF) KCGI의 한진칼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에 힘을 실어준 데 따른 후속조치다.

향후 한진칼은 자회사 대한항공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된다. 한진칼이 산업은행의 투자금을 활용해 대한항공 유상증자(2천5천억원)에 참여하면, 대한항공이 다시 1조8천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5천억원)와 영구채(3천억원)를 인수해 최대 주주에 오르는 식이다.

산업은행으로서는 이번 투자로 두 항공사 통합의 9부 능선을 넘어선 셈이 됐다. 항공사 노조의 반발과 경쟁당국 기업결합심사 그리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의 처분 등은 과제지만, 일단 형식적인 요건을 갖춘 만큼 합병은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또 산업은행은 두산그룹의 경영정상화와 관련해서도 성과를 앞두고 있다. 두산 측이 이르면 이번주 현대중공업과 유진그룹이 경합 중인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상당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기점으로 두산그룹 자구계획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올해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로 3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갖추겠다고 약속했으며, 모트롤BG 사업부와 네오플럭스, 두산솔루스 등 처분으로 이미 2조2천억원을 확보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차근차근 합병 절차를 밟아나가는 상황이다. 비록 코로나19 여파에 EU(유럽연합)와 중국, 일본 등 경쟁당국의 결합 승인이 지연되고는 있으나, 내년 초엔 그 결과를 받아들면서 이들이 후속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연임 이후 아시아나항공과 두산그룹 등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를 하나씩 풀어내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특히 이 회장이 고비 때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과 같은 과감한 솔루션을 제시하며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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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동걸 회장은 그간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이란 과거의 숙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혁신성장 지원 여력을 확보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 새로운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9월 간담회에서 2기 경영 체제의 목표를 구조조정 완수와 혁신성장 지원, 은행 경쟁력 제고 등으로 꼽으며 당면 과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