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준 카카오페이 "올해 주식 서비스 목표"

[핀.사.세③] 거래액 100조 찍고파...규제 풀고 진입장벽 낮춰야

금융입력 :2021/01/12 14:40    수정: 2021/01/12 16:21

'핀테크에서 일하면 어떤가요? 금융사랑 크게 다른가요? 어떤 분들이 일하고 있죠?' 우리 삶에서 핀테크 서비스가 차지하는 규모가 늘어나면서 회사에 대한 궁금증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 물음, 답해보는 인터뷰를 시작해봅니다. 핀테크 C레벨이 사는 세상과 가치관 '핀.사.세'를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올해 금융업계의 화두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디지털' 그리고 '빅테크'. 2015년께부터 핀테크(Fintech)란 용어가 흔히 쓰이더니 이제는 테크핀(Techfin)과 빅테크(Bigtech)란 '테크(기술)'이 붙은 금융업권 단어가 점차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빅테크이면서 핀테크인, 또 테크핀으로 꼽히는 한 곳을 고르면 '카카오페이'를 들 수 있습니다. 카카오머니를 충전해 결제하고, 가지 못하는 경조사에 축의금이나 부의금 봉투를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점차 금융서비스를 시작한 곳입니다. 그러던 카카오페이는 2020년 디지털 증권사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했고, 올해는 손해보험사 '카카오페이손해보험(가칭)'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간편결제와 송금으로 시작한 이 곳에서 금융 투자는 물론이고 보험 가입까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최근 경기도 판교 카카오페이 사무실에서 만난 류영준 대표와 카카오페이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Q. 네이버파이낸셜도 오프라인 결제에 뛰어들었고, 금융권들로부터 엄청나게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당연히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결제뿐만 아니라 금융 비즈니스에 많은 핀테크 업체가 있습니다. 핀테크는 막 시작하는 단계라 함께 만드는 게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금융권으로부터 엄청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들 입장에서 그럴 수밖에 없죠. 라이선스를 통해 영업을 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유저(이용자)는 금융을 잘 모르니까 금융 정보의 비대칭이 심합니다. 그러다 보니 금융사나 은행으로부터 정보 의존성이 있었지요. 대표적인게 대출일 겁니다. 그렇지만 금융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군이 공급자 위주가 아닌 소비자 위주로 헤게모니가 바뀌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영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가 된거죠. 이를 바꾸지 않으면 살아나갈 수 없을 겁니다. 기존 금융권도 헤게모니를 바꾸는 게 살아갈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사진=카카오페이)

Q. 반대로 카카오톡으로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쉽게 사용하면서 이용자가 늘었으니 카카오톡의 '산물'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카카오페이)서비스를 이만큼 키워오는데 있어서 카카오톡 덕을 안봤다 그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큰 건 아닙니다. 처음으로 시도한 게 많고 서비스 자체도 편합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었는데 누구는 안하고 못한 것입니다. 은행은 왜 진작 공인인증서 사용을 없애려고 안했을까 반문해봅니다. 카카오페이가 처음에 간편결제 서비스 자체를 기획하고 만든 것은 2~3개월 이었는데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금융당국에 얘기해 승인받는데 1년 반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추진해왔던 것은 이용자가 분명 편할텐데 규제가 문제면, 규제를 바꾸는게 맞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또 카카오페이는 특정 사업 영역에서 트래픽을 통해 (류영준 대표는 트래픽 레버리지로 표현) 트래픽 부스트를 한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치면 은행들은 모바일 앱의 월간이용자활성화 수가 엄청납니다. 이를 레버리지해 소비자를 위한 가치와 서비스를 했나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Q. 지난해는 증권사 인수합병, 올해는 보험사 출시까지 라이선스 이슈가 많이 걸려있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과는 다른 행보이지요.

"다른 회사의 경영 방향 전략을 말하긴 어렵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은 효율적, 합리적인 방향에 중점을 두고 플랫폼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카카오페이도 플랫폼이긴 하지만 금융산업 전체 혁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상품을 팔더라도 유저에게 이게 더 좋을텐데 하며 살펴보면 규제도 있고 라이선스 이슈도 있었습니다. 라이선스를 획득해서 'OO업을 하자' 이게 아니고 새로운 금융 경험을 주고 싶은데 그걸 주려면 라이선스가 없으면 안되는 거였습니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라이선스를 획득하려고 한 거지요.

물론 카카오페이가 플랫폼 정신을 잊은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결국 누군가 혁신을 해야 비슷한 걸 팔 수 있다는 '미꾸라지' 역을 자처한 것입니다. 규제들을 우리가 하면서 고쳐나가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또 이득을 볼 겁니다. 보험의 경우도 보험산업 경쟁력을 올리는데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사진=카카오페이)

Q. 기업 공개 상장(IPO)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올해 딱 IPO를 하겠다고 몇 년 전부터 찍어둔 건 아닙니다. 증권사 인수와 보험사 인가 등 자금이 들어갈 이슈가 많습니다."

특히 카카오페이가 기존에 있지 않은 업종이다 보니 기업 가치 평가 얘기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슷한 산업군에서 성장세를 가늠해 기업 가치를 측정해야 하는데 전혀 신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페이 주관사는 '앤트파이낸셜'을 살펴보고 있으며, 만약 이 사업으로 상장이 된다면 세계 최초 사례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Q. IT랑 금융업의 환경이 매우 다르지요. 규제만 해도 그럴 것 같습니다.

"금융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거 몇 년 안되는데 IT와 비즈니스 하는 방식과 다릅니다. 뭔가 하려면 기획해서 만들면 되는게 아니고 금융당국과 상의해야 하고 법도 만들어져야 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비즈니스 속도가 연(年) 단위로 느려집니다. 카카오페이자체가 금융업을 지향하는 유전인자를 보유한 곳이 아닌 서비스 지향 사업자라 금융업 자체와 사고 방식이 달랐지요."

카카오페이 앱을 설명하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Q. 그래도 카카오페이가 본 궤도에 진입했는데, 예상했나요.

"규모를 예측하진 못했고 사업모델은 미리 그려놓은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 지불·결제를 서비스하고 그 위에 금융서비스를 올리는 것. 그 서비스가 투자·대출·보험이 될 거야 까지 막연하게 생각해놨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재작년 거래액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5년 차, 거래액 100조원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금융당국에 혹시 규제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핀테크는 아직 시작에 불과한 단계인 시장입니다. 양성하려고 하는 측면서 규제를 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핀테크·빅테크·금융업 이렇게 나누는 건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어느 한 분야 규제가 풀리면 모두 수혜를 보죠.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오면 새로운 시도를 하니까 바뀌기도 하죠.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경쟁을 촉진으로 가면 어떨까 합니다. 규제를 풀고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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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서 카카오페이 PPL 광고도 했습니다. 가맹점에 가서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결제 가맹점 확대에 주력하신 모양새입니다.

"지금 가맹점 수가 60만개 가까이 됩니다. 신용카드 가맹점이 잘 쓰지 않는 가게를 제외하면 약 200만개 정돈데, 아직 반이 되지 않는 숫자입니다. 최소한 100만~150만개는 돼야 '카카오페이 결제 되나요?'라고 묻지 않아도 되는 범용성이 확보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대형 프랜차이즈는 99% 확보했고, 올해는 작지만 대다수인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가맹점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2~3년 내로 150만개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Q. 올해 꼭 이루고 싶다, 이것 하나만큼은 하고 간다는 게 있을까요.

"올해는 안정적으로 주식 서비스를 출시하는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한 증권사의 MTS 마비 사태를 봤듯 수요가 언제 몰릴지 모르고 잘 안되면 피해자가 생기는 서비스입니다. 연내에 어떻게든 하려고 합니다."

류영준 CEO는? 절대 주식 안할 것 같은 5명이 주식하면 '빨간 불'이라는 투자 철학을 갖고 있는 인물. 건국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 후 동대학 정보통신학 석사를 마친 1977년 뱀띠이자 쌍둥이자리 CEO. 음성통화도 데이터로 가능한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개발한 주역. 대학 초년 때부터 투자에 관심을 가진게 우연이자 필연처럼 이어져 2013년 페이먼트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2015년 9월 다음카카오(카카오) 핀테크 총괄 부사장을 거친 뒤 2017년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로 역임 중이다. 2020년 3월에는 다양한 핀테크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며 한국핀테크산업협회의 회장으로도 취임했다. 금융소비자나 고객, 손님보다는 유저(User·이용자)란 표현을 쓰는 게 남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