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나선은하가 초기 우주에서 충돌하는 순간이 포착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전파 망원경인 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가 지금으로부터 약 90억 년 전인 초기 우주에서 두 개의 나선은하가 충돌하는 순간을 관측했다고 IT매체 씨넷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이날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게재됐다.
ALMA팀은 ALMA 망원경을 통해 일반 은하보다 1000배 가랑 빠르게 별을 만들어 내는 ‘폭발적 항성생성 은하(starburst galaxy)’인 ID2299를 발견했고, 이 은하가 충돌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해당 논문의 공동저자이자 천체 물리학자 에마누엘레 다디(Emanuele Daddi)는 밝혔다.
ALMA가 포착한 폭발적 항성생성 은하 ID2299는 뜨거운 가스와 먼지가 축적돼 평균보다 약 5배 빠른 속도로 새로운 별을 만드는 항성 형성 기간을 겪고 있었다. ID2299 은하는 많은 별을 만들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가스를 분출하는 특이한 현상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타이타닉 방출"이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이 거대한 분출 과정이 두 개의 나선 은하가 서로 회전하면서 중력이 변하기 때문에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로 합쳐지는 두 은하 사이의 상호 작용은 가스를 빠르게 배출하는 데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럼대학 천체 물리학자이자 해당 논문의 제 1저자 안나그라치아 푸글리시(Annagrazia Puglisi)는 "두 은하 사이의 중력 상호작용이 가스의 일부를 은하 주변으로 쫓아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별을 폭발적으로 만들던 은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속도가 느려지면서 성숙한 성장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이후 은하가 별을 만드는 것을 멈추면, 은하들은 생애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은하의 항성 형성 과정이 어떻게 멈추는 지에 대해서는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천체 물리학자들은 블랙홀이나 강렬한 별 형성으로 생긴 은하풍(galactic winds)이 은하에서 가스를 밀어 내면서 별 형성을 억제할 수 있다고 추측해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거대한 은하 충돌에서 생긴 거대한 가스가 항성 형성 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타이타닉 방출’이라고 불리는 가스 분출 현상이 두 은하의 충돌로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원들은 또한 이런 사건이 초기 우주에서 흔하게 발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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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 천문연구센터의 천체 물리학자이자 논문의 공동저자 제레미 펜쉬(Jeremy Fensch)는 "이 현상은 실제로 은하의 진화를 파악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들은 이번 관측이 은하가 어떻게 성장하고 진화하는지, 또 은하가 성장을 멈추게 되는 까닭을 무엇인지에 대한 비밀을 벗겨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