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을 영구 퇴출시켰다.“폭력 선동 우려가 있어 위험하다”는 게 퇴출 이유였다. 처음엔 개인 계정(@realDonaldTrump)만 정지시켰다. 입이 막힌 트럼프가 대통령 공식 계정(@POTUS)에 또 다시 선동하는 글을 올리자, 공식 계정 이용까지 막아버렸다.
하루 전엔 페이스북이 트럼프를 제재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임기 만료 때까지 트럼프 계정을 정지시킨다”는 글을 직접 올렸다. “임기 동안 페이스북을 계속 이용하도록 놔두는 건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계속 정책위반 행위를 할 경우 계정을 영구 정지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두 소셜 플랫폼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 6일 발생한 미국 의사당 폭력 사태와 관련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영상을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올리면서 사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대선 불복’이란 주장을 계속 되풀이한 것도 이런 조치를 부채질 했다.
이번 조치는 ‘소셜 플랫폼의 책임성’ 문제와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영향력은 TV, 신문 같은 전통 매체를 압도한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힘은 더 엄청나다. 파급력이 큰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다. ‘믿고 싶은 정보’나 ‘듣고 싶은 정보’를 편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허위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소셜 플랫폼의 편향성과 책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보수 계층을 대표하는 미국 공화당은 소셜 플랫폼의 편향성을 문제 삼는다. “진보 의견만 우대하고 보수 의견은 억누른다”는 피해 의식이 강하다. 트럼프는 이런 주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민주당 쪽도 불만이 많다. 이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영향력 만큼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허위정보가 무차별 유포되고 있는 데 별다른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플랫폼 책임 강화' 주장에 힘 더 실릴듯
그런데 마땅하게 규제를 할 방법은 없었다.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법 230조는 인터넷 사업자를 ‘발행자’가 아니라 ‘중개사업자’라고 규정한다. 이 규정 덕분에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사업자들은 플랫폼 내에서 유통되는 각종 콘텐츠에 대해 법적인 책임이 면제됐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었다.
트럼프가 ‘통신품위법 230조’를 수정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작년 연말엔 230조를 수정하기 않을 경우 국방수권법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맞서기도 했다.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도 통신품위법 230조는 어떤 형태로든 손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플랫폼들이 허위정보 등에 대해선 좀 더 강한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는 게 바이든의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선동’과 연이은 퇴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소셜 플랫폼이 좀 더 강한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트럼프 계정을 영구 정지시킨 것 자체가 ‘발행업자’의 편집 행위에 가까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정책 최우선 순위로 꼽았던 ‘통신품위법 230조’를 고치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임기 막바지에 의사당 폭력의 빌미가 된 선동적 콘텐츠를 연이어 게재하면서 플랫폼 사업자가 왜 좀 더 강한 책임성을 가져야 하는지 온 몸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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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자신의 출발점이나 다름 없는 트위터에서 영구 추방당했다. 하지만 바로 그 행위를 통해 임기 내내 그토록 염원했던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의 중요한 실마리를 터주게 됐다. 덕분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민주당 측은 큰 짐을 하나 덜 수 있게 됐다. 바이든 차기 대통령이 “소셜 플랫폼이 허위정보 문제에 좀 더 강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터이기 때문이다.
임기 내내 좌충우돌했던 트럼프가 막판에 차기 행정부에 선물을 하나 던져줬다고 해석하면, 지나치게 희화화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