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프로세서 설계·제조 분리할까

이달말 실적 발표서 답변 내놓을 지 주목..."주주가치 향상 논의 환영"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1/01/05 16:44

인텔이 행동주의 펀드 '서드포인트'를 통해 제조시설 분리 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받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인텔이 행동주의 펀드 '서드포인트'를 통해 제조시설 분리 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받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최근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분리하라는 방안을 고려하라는 미국 행동주의 펀드 '서드포인트'(Third Point)의 공개서한에 인텔이 이달 안으로 답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밥스완 인텔 CEO는 이미 지난해 10월 "7나노(nm) 공정의 보완 과정을 거쳐 진전을 거두고 있지만 7nm 공정의 외부 생산 여부를 제품 성능과 공급망 경제성, 출시 계획 예측 등 3가지 기준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서드포인트 공개서한, 투자자들 실망감 반영"

'시킹알파' 등 해외 주식분석 사이트에서는 서드포인트의 공개서한 이전에도 인텔이 칩 설계와 생산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지난 해 7월 인텔이 "7nm 공정이 2022년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고 밝힌 뒤부터 이런 요구가 두드러졌다.

글로벌 투자포털인 인베스팅닷컴은 4일(한국시간 5일) 해리스 안와 애널리스트의 기고문을 통해 "서드포인트의 공개서한은 인텔 주가가 최근 1년간 경쟁사에 비해 크게 떨어진데 따른 투자자들의 실망에서 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텔-SK하이닉스 간 낸드 사업 양수/양도 로드맵. (자료=인텔)

또 "제조 공정에서 도전 과제와 경쟁이 존재하지만 인텔은 장기 투자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밥스완 CEO는 이런 난제를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낸드 사업을 SK하이닉스에 매각하는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AMD는 '자금난', 인텔은 '주주 이익 환원'이 원인

서드포인트 등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디커플링은 이미 AMD가 한 번 시도했었다. AMD는 2009년 중동 아부다비 정부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매각해 세워진 회사가 바로 글로벌파운드리다.

단 2009년 반도체 제조부문 분사를 결정했던 AMD와 2021년 현재 분사를 요구받는 인텔의 처지는 완전히 다르다. AMD가 2009년 당시 반도체 제조부문 분사에 나선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자금난이었다.

지난 해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미국 아리조나 주 인텔 10nm 제조시설 Fab 42. (사진=인텔)

반면 인텔은 아직도 충분한 현금 동원력을 가지고 있다. 2018년 하반기에 프로세서 수급난이 불거지자 14nm 공정과 10nm 공정의 생산량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렸고 지난 해에는 미국 애리조나 주 챈들러의 10nm 생산 시설도 가동에 들어갔다.

이처럼 생산 시설 확충과 공정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매년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서드포인트를 포함한 주주들은 "자체 생산 시설 투자 대신 이익 환원(다시 말해 배당금 지급)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인텔 "주주가치 향상에 대한 투자자 의견 환영"

인텔은 서드포인트 공개서한에 대한 지디넷코리아의 질의에 "주주가치 향상에 대한 모든 투자자의 의견을 환영하며, 이런 맥락에서 향상 방안에 대해 서드포인트와 의견교환을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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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달 안에 7nm 공정 제품의 자체 생산, 혹은 위탁 생산이나 혼합 등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답변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다음 주 예정된 CES 2021 기간 중 기조연설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 기간 중 관련 내용이 발표될 확률은 낮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이달 말로 예정된 실적발표 시점이 가장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