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연말에 접어들어 신용대출을 바짝 조이자 저축은행 업계가 바빠졌다. 1금융권의 대출 차단으로, 그 수요가 2금융권으로 유입되고 있어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각 저축은행의 대출 신청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12월부터 대출 신청이 크게 늘었다”면서 "창구를 통한 접수도 많지만, 핀크나 핀다와 같은 비교대출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신청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 시중은행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축소한 것과 무관치 않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다른 출구를 찾아 저축은행으로 몰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2천만원을 초과하는 가계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으며, 신한은행은 영업점 신용대출(서민금융 상품 제외) 신규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하나은행 역시 모바일 신용대출의 판매를 멈췄고 다음달 6일부터는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 한도도 기존 1억5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의 이른바 '대출 한파'는 1월 중순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에 주문한 가계부채 총량관리 체계를 당분간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내심 이 같은 상황을 반기는 눈치다. 중·저신용자는 물론 그간 1금융권을 이용하던 고신용자까지 유치함으로써 영업 기반을 넓히고, 저축은행의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다만 건전성 문제는 이들이 풀어야할 숙제로 지목된다. 급격한 대출 증가세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면서 이미 저축은행의 여신 규모는 크게 늘어난 상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10월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여신 총잔액은 74조3천955억원으로 작년 12월의 65조504억원보다 9조3천451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엔 10%대 중금리 대출을 늘리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저축은행이 대출금리를 꾸준히 인하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10월 기준 가계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68곳 중 금리 연 15% 이상의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23곳에 불과했고,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35곳 중 1곳을 제외한 모든 은행의 평균 금리가 연 20% 이하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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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부실채권 비중도 동반 상승하면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각 저축은행이 손실흡수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신청이 늘어나긴 했지만, 시중은행보다 금리는 높고 한도는 낮아 어느 정도가 실제로 대출을 받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저축은행도 금융감독원의 방침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라 무작정 대출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