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경제 활성화, 사공이 너무 많다

세부내용 중첩 추진…"개인정보위·데이터 특위 역할구분 명확해야"

컴퓨팅입력 :2020/12/26 19:48    수정: 2020/12/27 12:07

각종 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 세부 내용이 중첩적으로 추진돼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마련한 데이터기본법과, 지난 23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발표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지적이다.

데이터의 상당 부분은 개인정보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정책 중첩이 나타나는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국가 발전 전략인 '한국판 뉴딜' 중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역량을 고도화하는 '디지털 뉴딜'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부처로서 데이터기본법을 마련했다. 개인정보위의 경우 개인정보의 안전한 보호 및 활용을 꾀하는 부처로서 이번 개정안을 준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마이데이터 근거 '정보 이동권', 어떻게 법제화해야 하나

두 법안에는 모두 '마이데이터' 사업 확대를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사업자가 정보 주체로부터 개인 데이터를 제공받고, 이를 활용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뜻한다.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 분야 위주로 활성화되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정보 주체의 정보 이동권을 법적 근거로 삼는데, 금융 분야를 다루는 신용정보법에서만 법적 개념으로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전자정부법 개정 준비 중인 공공 분야 외, 다른 분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산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데이터기본법의 경우 정보 이동권을 '데이터 이동권'이란 이름의 법적 개념으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디지털 뉴딜의 주요 과제인 '데이터 댐'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법안이다.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인정보위가 발표한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에도 '개인정보 이동권'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보 주체의 권리 보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 분야에 걸쳐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산하기 위한 조치다. 개인정보위는 2차 개정안을 내년 상반기 국회에 직접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각 정부 부처가 비슷한 정책 및 법제 개선을 추진하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그 배경에 시선이 쏠렸다. 23일 진행된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 관련 정책 브리핑에서 최영진 개인정보위 부위원장은 개인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데이터기본법 관련 논의가 오갔다고 답했다. 

최영진 부위원장은 "데이터기본법이 데이터 산업의 진흥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데이터 관련 거버넌스 정비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판단했다"며 "다만 개별 조문 관련해 기능의 중복, 충돌 등이 있을 수 있어 국회 입법 과정에서 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이런 부분을 없애 조화시켜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데이터? 개인정보?" 거버넌스 역할 구분도 숙제

과기정통부에서 준비 중인 데이터 거버넌스와, 개인정보 관련 통합 거버넌스인 개인정보위 간의 역할 구분도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입법예고한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서 4차위를 통합 데이터 거버넌스로 확대 개편한다고 밝혔다. 데이터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국무총리와 민간 인사를 공동 위원장으로 두고, 개인정보위를 포함한 7개 중앙행정기관장을 포함한 위원 40명 이하를 임명해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터 특위 신설 이유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 부처 간 또는 민·관 협력을 위한 통합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들었다. 그러나 현재 개인정보위가 정보 주체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가명정보', 사실상 데이터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인 점을 고려하면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개인정보위 또한 국무총리 직속 기관인 점을 고려해도 그렇다.

최영진 부위원장은 4차위 데이터 특위와의 역할 구분에 대해, 향후 부처 간 논의를 통해 조율할 방침을 밝혔다. 청사진도 제시했다. 최영진 부위원장은 "가령 데이터 결합은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여러 시범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종 데이터를 결합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나 국세청 등 타 부처가 연관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데이터 특위에서 시범 사업 대상을 발굴하거나, 기업 의견을 수렴하게 한다면 더 성과가 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활용 가치 큰 데이터는 결국 개인정보" 

이처럼 양 부처가 흡사한 정책을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부처 간 충분한 소통 없이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과 관계자는 "데이터기본법 초안을 만들고, 공청회를 개최하기 전 개인정보위를 포함한 타 정부 부처에 내용을 공유했다"며 "개인정보위와 소관 범위에 대해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각 법안과 거버넌스는 초안만 나온 단계다. 다만 개인정보의 민감성 및 통합 거버넌스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전문기관인 개인정보위 중심의 정책 일원화가 바람직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출처=픽사베이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는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각 부처의 입장이 반영된 초안이 만들어진 것인데, 내년에는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 및 내용 정리가 구체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데이터 중 부가가치가 높고, 수요가 높은 건 개인정보이고, 개인정보는 결국 보호를 잘 하면서 활용도 활성화해야 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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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연구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개인정보는 활용도 중요하지만 보호가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개인정보 보호 관련 전문기관인 개인정보위의 주도 하에 정책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3법을 만들면서 개인정보 관련 정보통신망법 상 규정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옮기게 된 이유도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산발적으로 존재해 수범자에게 혼란을 주고, 보호 조치도 제각각 이뤄진다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데이터의 활용을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 외에서 개인정보와 연관된 법 규정을 둘 수 있게 허용한다면, 데이터 3법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