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 채널 ESPN이 지난 5월 선보인 ‘더 라스트 댄스’는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의 현역 마지막 시즌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조던이 시카고 불스 동료들과 함께 팀의 6번째 NBA 우승을 이끄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더 라스트 댄스’는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첫날 평균 시청자 수 610만명으로 단숨에 ESPN 다큐멘터리 신기록을 수립했다. 덕분에 코로나19로 스포츠 경기 개막이 지연되면서 고민에 빠졌던 ESPN은 ‘조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마이클 조던은 농구 뿐 아니라 스포츠 전 영역을 통틀어 첫 손에 꼽히는 스타다. 운동 능력 뿐 아니라 탁월한 리더십과 불굴의 승부욕까지 갖춘 그는 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누구보다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

특히 조던은 어떤 선수보다 승부처에 강했다. 1998년 유타 재즈와 NBA 파이널 6차전 경기 종료 직전 우승을 확정한 역전 결승골은 승부사 마이클 조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그 장면은 '더 샷'으로 불리면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조던은 선수 시절 초기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신입생 시절 모교에 NCAA 우승컵을 선사한 '더 샷' 역시 조던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조던의 영웅적 면모 뿐 아니라 인간적 결함까지 그려내
롤랜드 레이즌비의 ‘마이클 조던’은 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인 조던의 평전이다. 하지만 이 책은 ‘더 라스트 댄스’처럼 조던을 마냥 영웅적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탁월한 업적과 함께 어두웠던 그의 그림자도 가감 없이 다루고 있다.
저자인 레이즌비는 수십 년간 조던의 대학 시절과 프로 생활을 취재한 경험, 그를 가르친 농구 지도자들과의 친분, 친구나 팀 동료, 가족과 나눈 무수한 인터뷰를 통해 인간 마이클 조던의 초상을 가장 진실하게 그려냈다. 덕분에 이 책은 많은 스포츠 기자와 스포츠 전문 매거진으로부터 가장 균형 잡힌 마이클 조던 평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저자는 조던을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거의 증조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경은 홀리 셸터라는 늪지대 강변의 허름한 판잣집. 흑인을 향한 학대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마이클 조던의 증조부는 극심한 가난과 차별을 겪지만 놀라운 일들을 해냈고, 고향에서는 수십 년간 전설의 주인공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흔히 마이클 조던의 삶에서 아버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처음 농구를 떠나 야구를 하게 된 것도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조던 힘의 원천을 훨씬 더 먼 곳에서 찾았다. 성장기에 4대가 한데 모여 살았던 조던은 증조 할아버지로부터 내려온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를 통해 뛰어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이런 성장 과정을 통해 조던은 프로에 와서 이겨야 하는 경기는 꼭 이기고야 마는 강인한 승부 욕을 갖게 됐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이 책은 조던의 성장기부터 스타로 발돋움하는 과정, 그리고 NBA의 역사를 바꿔놓은 그의 뛰어난 활약까지 세심하게 그려낸다. 신입생 때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팀에 NCAA 우승컵을 안겨준 얘기부터 NBA 입단하자마자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이야기, 팰 잭슨 감독과의 운명적인 만남 같은 것들은 농구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따끈한 얘기들이다.
다시 돌아와 시카고 불스 팀에 두 번째 스리핏을 안겨준 이야기는 넷플릭스와 ESPN이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에도 잘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조던의 밝은 면 뿐 아니라, 어두운 면까지 가감 없이 다루고 있다. 잘 아는대로 조던은 무자비한 경쟁심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안겨줬다.
대표적인 것이 스카티 피텐이다. 잘 아는대로 피펜은 조던과 함께 환상의 콤비를 이루면서 시카고 불스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다. 농구 뿐 아니라 전 영역을 통틀어 탁월한 2인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조던은 입단 초기부터 피펜을 강하게 다그치고 호되게 질책했다. 덕분에 피펜은 한 단계 더 성장하면서 NBA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조던 특유의 독설과 다그침 때문에 둘은 그다지 살가운 관계를 유지하지는 못했다.
도박 중독은 조던의 또 다른 어두운 그림자였다. 조던은 내기 골프나 카드 같은 여러 도박을 즐기면서도 일단 경기장에 들어서면 최고 재능을 보여줬다. 그러다보니 도박 성향까지도 특유의 승부욕으로 얼버무려 진 적이 많았다.
하지만 저자인 레이즌비는 도박에 빠지곤 했던 조던의 성향을 비판적으로 다루면서 자칫 찬사 일변도로 흐르기 쉬운 평전의 균형을 잘 유지한다.
탁월한 재능과 넘치는 승부욕을 가진 한 인간의 인생 역정
ESPN의 ‘더 라스트 댄스’가 조던의 눈으로 본 이야기였다면, 레이즌비의 ‘마이클 조던’은 탁월한 작가가 객관적으로 평가한 마이클 조던 이야기다. 이 책은 조던이 어떤 과정을 통해 위대한 선수로 발돋움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빛과 어둠이 있는지도 잘 보여준다.
‘마이클 조던’은 850쪽에 육박하는 두툼한 책이다. 분량에 걸맞게 조던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농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특히 마이클 조던의 시대를 기억하는 독자들이라면 두툼한 분량 속에 담겨진 알찬 내용을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더 라스트 댄스’를 흥미롭게 즐겼던 독자라면, 그 다큐멘터리에서 비어 있는 또다른 이야기를 접하는 재미도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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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 뛰어난 승부욕과 탁월한 성취 욕구를 지닌 마이클 조던이란 한 인간의 성장기로 읽어도 흥미롭다. 재능과 승부욕을 키워나가면서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이뤄낸 인물로 마이클 조던에 필적할 사람은 그다지 흔치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롤랜드 레이즌비 지음/ 서종기 옮김, 1984, 2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