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이 향후 2년 내에 이더리움이 '지분증명 체인'으로 완전히 전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테린은 지난 19일 온라인으로 열린 이더리움 개발자 컨퍼런스 '이더콘 한국 2020'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이 포함된 이더리움2.0 개발 로드맵을 공유했다.
이더리움 2.0 업그레이드는 합의알고리즘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바꾸는 동시에, 블록체인이 초당 처리할 수 있는 트랜잭션(TPS)을 현재 수십 건 수준에서 10만 건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로드맵에 따라 2022년까지 우선 PoS 전환이 완료되면, 이더리움은 기존 PoW 채굴 방식의 한계로 지적돼 온 문제들을 대다수 해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PoW 방식은 컴퓨팅 연산 능력이 높은 노드가 블록을 생성하고 보상을 받는 구조라 불필요하게 에너지 낭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힘 있는 몇 개 채굴 업자들이 블록체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PoW 방식의 잠재적 리스크로 여겨져 왔다. 몇 개 채굴 업자가 담합해 네트워크에서 51% 이상의 영향력(해시파워)을 확보하면, 한 번 사용한 돈을 또 사용하는 '이중지불'도 가능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안정성과도 직결된 문제로 여겨져왔다.
페이즈0 단계 진입한 이더리움2.0 업그레이드...이달 지분증명 체인 론칭
이달 1일 이더리움 재단은 페이즈0에 해당하는 '비콘체인'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긴 이더리움2.0 여정에 첫 발을 뗐다.
부테린은 비콘체인 론칭이 "수 년에 걸쳐 진행될 거대한 프로젝트의 가장 중대한 첫 단계"라며 "이더리움 생태계가 최소 3년을 기다려온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비콘체인은 PoS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체인이다. PoS 방식은 블록체인에 지분이 있는 사람들이 블록 생성, 즉 합의에 참여할 수 있게 한 합의알고리즘이다.
비콘체인은 론칭 직후부터 탈중앙화 측면에서 PoW 방식보다 개선된 성과를 내고 있다. 부테린은 "비콘체인이 분산도 면에서 좋은 통계를 보이고 있다"며 "30개의 대형 참가자들을 합쳐야 51%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PoW 체인들은 채굴 노드 4~5개만 모여도 51%에 쉽게 도달한다"고 덧붙였다.
비콘체인에 대한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관심도 뜨겁다. 부테린은 "론칭 2주 반만에 140만 개 이더가 예치됐다"며 "지갑 주소로 추정해 본 결과 약 4천 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더를 예치한 99%의 참가자가 온라인 상태로 체인에 블록을 활발히 제출하고 있다"며 "노드가 지속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모든 참여자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콘체인은 현재 스테이킹만 되는 단순한 형태로 작동한다. 트랜잭션 분산처리 기술인 샤딩 기능이 추가되지 않아 아직 트랜잭션을 처리할 순 없다. 하지만, 향후 구현해야 할 복잡한 기술 파트가 이미 비콘체인에 탑재돼 있다는 게 부테린의 설명이다.
부테린은 "비콘체인은 아직 샤딩을 포함하고 있지 않지만, 샤딩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조각들은 이미 비콘체인에 내장돼 있다"며 "이로인해 샤딩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추가 작업들이 훨씬 더 절감될 것이다"고 말했다.
부테린은 앞으로 1~2년 안에 기존 이더리움 체인에 기록돼 있는 모든 계좌 잔고, 스마트컨트랙트 코드 및 상태를가 지분증명 체인인 비콘체인으로 옮겨오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가 되면 기존 작업증명 체인은 폐기하고 온전히 지분증명 체인으로만 이더리움이 작동된다는 설명이다.
샤딩과 라이트 클라이언트 도입...초당 10만 트랜잭션 지원 목표
이날 부테린은 현재 이더리움2.0 개발 상황에 대해 "지분증명 체인인 '비콘체인'을 막 성공적으로 론칭시켰고, 이제 라이트 클라이언트와 샤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트 클라이언트는 이더리움 노드를 웹브라우저나 휴대폰에서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노드 경량화 기술이다.
부테린은 이더리움2.0이 라이트 클라이언트를 지원하게 되면 "매우 작은 컴퓨팅 파워로도 비콘체인을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이는 웹 브라우저나 휴대폰에서 지분증명 비콘체인에 참여할 수 있는 분산화된 클라이언트 환경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딩은 모든 노드가 모든 트랜잭션을 검증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노드 집단으로 이뤄진 여려 샤드에 트랜잭션을 분산하고 병렬처리하는 확장성 솔루션이다.
샤딩에 대해서는 "더 큰 도전으로 우리는 매우 높은 수준의 확장성을 앱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샤딩 도입을 포함해 확장성 확보가 이더리움2.0으로 가는 데 가장 고난도 작업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더리움2.0 업데이트의 핵심 목표가 확장성 개선인 만큼 확장성을 최대치로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다는 게 이더리움 재단의 계획이다.
부테린은 "확장성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은 레이어1의 샤딩과 레이어2의 롤업의 이점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샤딩과 롤업을 모두 적용하게 되면 "초당 10만 트랜잭션 이상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더리움1.0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선 사항들도 이더리움2.0에 합쳐질 예정이다. 부테린은 "이더리움2은 이더리움1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더리움 시스템을 위한 일련의 업그레이드"라며 "더 나은 확장성을 위해 합의 레이어나 데이터 레이어의 변경에 집중한 업그레이드다"고 설명했다.
기존 이더리움1을 모두 버리고 이더리움2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더리움1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선 사항도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더리움 1.x 업그레이드에서는 상태저장 시스템이 없는 클라이언트인 '스테이트리스 클라이언트'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 저장 방식을 개선해 더 많은 파일을 넣고 단기적으로 이더리움 트랜잭션의 처리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도입됐다.
정리하면, 이더리움 재단은 비콘체인에 샤딩 기능을 추가해 트랜잭션 처리가 가능하게 되는 수준으로 발전시킨 후, 기존 이더리움1.0의 자산과 디앱을 모두 옮겨 올 수 있는 시기를 2022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 높은 확장성 확보를 위해 또다른 솔루션인 '롤업' 기능을 함께 작동시키고, 라이트 클라이언트와 이더리움1.0 개선사항까지 병합해야 하는 과제를 추가로 완수해야 한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이더리움2.0이다. 이더리움2.0이 완성되기까지는 한참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테린 "참여로 더 나은 이더리움을 만들자"
부테린은 끝으로 이더리움2.0의 목표가 "더 많은 사용자 그룹이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며 "이더리움 생태계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확장성을 키우고 수수료를 낮추는 등의 업그레이드 역시 궁극적으로 개발자와 이용자들이 이더리움 위에서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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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테린은 비콘체인 스테이킹 사용자경험(UX)이 개선될 수 있도록 개발자들의 참여도 요청했다. 그는 "현시점에 생태계에 필요한 부분 중 하나가 스테이커들을 위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는 일"이라며 "특히 중앙화된 운영자를 신뢰하지 않아도 되는 스테이킹 풀이 개발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생태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이더리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리고 이를 통해 지분 보유자들이 늘어나고 멋진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