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책 읽는 AI 스피커를 만들었을까

네이버 클로바 램프 기획 주역 신혜은·오한결 기획자를 만나다

인터넷입력 :2020/12/15 11:10    수정: 2020/12/15 23:04

디스플레이가 탑재되거나 큼지막한 시계 형태, 누구나 좋아할 만한 캐릭터 모양의 AI 스피커 등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저 스피커에만 충실한 제품도 내로라하는 인터넷 기업들의 AI 스피커 라인업엔 기본으로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AI 스피커는 좀 다르다. 램프 모양인 것도 모자라, 램프가 책까지 읽어준다. 책을 램프 밑에 들이밀기만 해도 말이다.

국내외 대표 AI 스피커를 경험해본 기자에게 네이버 클로바 램프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네이버의 다양한 기술이 집약됐다고도 평가받는 이 AI 스피커는 출시 후 1차 물량이 완판되는 등 반응도 뜨거웠다. 특히 부모들이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 "우리 아이가 책을 안 읽는데, 클로바 램프 앞에는 잘 앉아 있네요", "영어책도 읽어주니 발음 걱정 안 해도 돼서 좋아요" 등 학습 도구로 이용하고자 하는 열망이 대단했다.

클로바 램프는 어떻게 책을 읽어줄까? 우선, 이 램프에는 광학 문자 판독 기술(OCR)이 적용돼 책의 글자를 인식하는 기능이 있다. 인식 후 램프가 음성 합성 기술인 '클로바 보이스'를 통해 읽어준다. 기쁨이나 슬픔을 표현하는 단어를 읽을 때에는 감정까지 표현해주기도 한다.

조명의 기능 또한 충실히 하고 있다. 눈 보호를 인증 받은 램프가 사용 상황에 맞는 색온도 모드를 제공하기도 한다. AI 비서인 클로바 기능도 물론 가지각색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쯤 되면 기획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어떻게 이런 제품을 만들게 됐는지, 어려움이 없었는지 신혜은·오한결 네이버 클로바 램프기획자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신혜은&오한결 기획자

Q. 출시 초반부터 인기가 뜨거웠습니다. 출시 이벤트 가격도 한 몫했던 것 같은데, 클로바 램프가 이렇게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었나요?

3월 출시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이슈로 몇 달간 생산 공장이 문을 닫고, 공장이 가동된 이후에도 비행편이 없어 출장을 가지 못해 생산에 진전이 없는 등 오랫동안 마음을 졸였습니다. 출시가 꽤 미루어졌던 터라 초조한 마음도 더해졌는데요, 한편으로는 그 기간이 우리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램프에 참여한 많은 직원들이 아이를 둔 부모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부모들이 그런 것처럼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내 아이를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는데요, 아이를 가까이에서 관찰해보니 더더욱 램프의 필요성이 느껴졌습니다.

지나치게 미디어에 일찍 노출된 아이를 편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모가 많지 않을 것 같았고, 이렇게나 많은 양질의 도서들이 매월 출간되는데 이 도서들을 조금 더 쉽고, 편안하게,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기는 세상에 없었으니까요.

램프의 인기가 단지 '클로바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우리 아이들이 좋은 독서 습관을 가질 수 있는 매개체가 되도록 더 많은 인기를 얻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클로바가 탑재돼 있는 다양한 형태의 AI 기기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램프 형태의 AI 스피커는 정말 신선한 기획인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러한 아이디어가 나왔나요?

클로바에서 프렌즈를 출시하고 나서 사용자 조사를 했는데, 모바일로 네이버에서 검색하는 것을 AI스피커에 음성으로 할 것이라고 애초에 예상했던 부분은 완전히 빗나갔고 정보성 검색보다는 날씨나 뮤직, 알람 등으로 활용하거나 TV나 조명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기능으로서의 만족도가 높은 것을 알았습니다.

기존 네이버의 사용성처럼 정보를 묻고 답하기 보다는,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컨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사용이 훨씬 유용할 것이란 결론이 났어요. 

그 시기에 키즈를 타깃으로 한 AI 교육 플랫폼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클로바 내부적으로는 OCR기술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로 평가를 받게 되면서 OCR을 활용해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을 주는 기획안이 진행됐습니다. OCR 기술은 텍스트를 인식하는 부분이 핵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 그리고 책상, 책상에서 책을 보는 환경이 그려졌고 위에서 말씀드린 보다 생활밀착형 디바이스로서 자리 잡을 수 있게 조명과의 결합이 아이디어로 나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최첨단의 기술이 가장 아날로그적으로 책을 읽는 것에 도움을 주게 됐는데요. 이는 너무 디스플레이형 디바이스와 스마트폰에 노출돼 있는 아이들에게 '종이책'을 통한 책읽기의 즐거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기획자들의 마음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Q. 그동안 파파고나 영수증 리뷰 등을 쓸 때 접했던 OCR 기술이 클로바 램프에 접목됐다는 것도 정말 획기적입니다. 그러나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혹시 기획이나 개발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현재 OCR기술은 대상이 되는 텍스트를 모두 정확히 인식하는 것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요. 실제 부모님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배경그림에 있는 의미 없는 글자라던지, 페이지 번호, 작가 소개, 주석 등 읽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제외하고 읽을 텐데요. 이렇게 읽어야 하는 글자, 읽지 않아도 되는 글자를 구분하는 부분이 기획적으로도 개발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페이지 번호나 책의 서지에 있는 소개 영역 등 일부 영역은 제외하고 있습니다.

또한 책의 구부러짐으로 인한 글자의 굴곡을 학습해 같은 라인으로 인식하는 기술이라거나, 책상에 책 말고 놓여있는 여러 가지 사물들의 글자를 제거하기 위해 책 모서리를 따는 기술 등은 OCR팀에서 추가 개발해 적용해주셨고, 폰트의 다양성이나 작은 폰트에서의 오류 등은 지속적인 과제로 생각하고 개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Q. 클로바 램프의 무게나 무선이 아닌 점이 아쉽다고 하는 이용자들도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가볍게 만들 순 없었는지, 무선이 될 수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램프의 사양이 LED 조명의 밝기1300lux 인데요. LED 조명 사이에 카메라도 위치하고 있어 헤드부가 몸체보다 무거울 경우 램프가 쉽게 넘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낙하를 하게 될 경우, 제품에 치명적인 결함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크게 다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때문에 아예 고정적으로 책상에 두고 사용하도록 하고, 아이들이 장난으로 건드려도 쉽게 넘어지지 않도록 하단부의 무게와 하중이 설계가 된 부분입니다.

그리고 클로바 램프가 무선으로 제공된다면, 아마도 조명 기능과 카메라 인식을 통한 책읽기 기능이 배터리 이슈와 네트워크 이슈가 많을 것입니다.

몇 권 읽지 못하고 다시 충전을 해야하거나 이동 중에 네트워크가 약해지면 책읽기가 매우 더디게 느껴지거나 아예 끊겨버려서 오히려 사용성에 불편감을 줄 수 있구요.  물론 편의성 측면에서 저희도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위 무게의 이슈 때문에라도 고정형으로 사용하게 될 확률이 높아 보다 안정적으로 유선을 선택했습니다.

클로바램프

Q. 클로바 램프를 한 달 넘게 사용해보니 책상 위 나만의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클로바 램프는 어떤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했으면 좋겠나요?

램프에 참여한 사람들은 램프가 친구같은 디바이스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글을 깨치지 못한 연령대의 아이들부터, 영어 공부를 하는 아이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시력 저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까지, 론칭 이벤트 이후 천 건이 넘는 사용자 리뷰를 받았는데 그 중 정말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었습니다.

시각 장애인이신 고객님이 남기신 후기였는데,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는 글이 저희 램프 프로젝트를 진행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연간 출간되는 도서에 비해 점자책, 오디오북은 여전히 너무 적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클로바의 기술이 정말 삶을 이롭게 하는구나, 하는 확신과 뿌듯함이 들었습니다.

램프가 비단 어린 아이들 뿐 아니라 연령대에 상관없이 늘 가까이에 두고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책 읽기의 기쁨을 일깨울 수 있는 기기로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고, 지금 있는 여러 기능들 외에 독서를 더욱 신나게 할 수 있는 추가 기능들이 열심히 개발되고 있으니 꾸준히 사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클로바 램프를 구매한 학부모들에게 활용 팁을 전수해준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본적인 책 읽기 외에 제가 가장 많이 추천드리는 것은 '에코리딩'과 '스캔해줘'입니다. 아이가 아직 어려 한글도, 영어도 읽지 못하더라도 소리를 따라하는 것은 어린 아이들에도 충분히 가능하고, 심지어 정말 재미있어합니다.

많은 교육 전문가가 말씀하신 것 처럼 '소리 내서 따라 읽는 것'이 언어학습에는 굉장히 효과적인데요, 램프가 같은 문장을 두 번씩 읽어주니 따라서 말하는 것도 확실히 수월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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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집집마다 쌓여가는 아이들의 귀여운 그림, 편지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저장해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결국 사진첩 안에서 이리 저리 섞여 찾지 못하는 경험, 많이들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램프의 스캔 기능을 활용하시면 네이버 클라우드 (마이박스)에 저장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 더 쉽게 아이들의 소중한 순간들을 찾아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