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될 '삼성 준법감시제도'와 관련 3인의 전문심리위원단의 평가가 엇갈렸다.
"최고경영진 감독 등에 대한 한계가 있다"는 의견과 "현실적인 선에서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7일 국정농단 사건 뇌물공여 혐의 관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측 피고인과 함께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특검 측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회계사, 삼성 측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 전문심리위원 3명이 모두 출석해 삼성 핵심 계열사와 이들을 감독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각자 의견을 진술했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전문심리위원 평가에 대한 의견진술과 공판기일 지정 등과 관련해 언성을 높이는 등 어느 공판 때보다도 불꽃 공방을 이어갔다. 추가 의견진술 기회 확보와 관련한 특검 측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21일로 지정됐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전문심리위원단 평가에 대한 추가 의견진술 등이 필요하다는 특검의 요청이 이어진 후 결정됐다. 결심 공판은 다음 기일에 확정되며 예정일자는 오는 30일이다.
■ 강일원, 중립적 입장…"새 위법 유형 예방 아쉽지만, 지속가능성 긍정적"
우선 강 위원은 평가 기준에 대해 "공소사실 핵심이 경영권 승계 관련해서 뇌물을 제공한 것이고 이와 관련 최고경영진의 위법행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최대한 사전에 발생가능한 위험을 미리 정리해, 위법 가능성이 인지되면 사실 관계를 파악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점검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 위원은 실효성 평가에 대해 "삼성 관계사들은 재판부 지적 이후 준법감시조직 위상과 독립성 강화와 비공개 신고, 제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지속가능한 준법경영 관련 의뢰를 해 진행되는 점은 희망적이다. 이런 점이 발생가능한 위험을 정의하고 준법감시활동이 선제적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다만 강 위원은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체제 구축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며 "감시제도가 진행된 기간이 짧아서인지 최고경영진 관련 제보는 확인하기 어려웠고 삼성 합병사건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 인멸 사건 등에 대한 준법위 조사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걸로 보임에 따라 최고경영진 감시에 대한 한계도 있었다"고 말했다.
준법감시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준법감시 조직 구성, 관계사 지원, 회사 내 준법문화와 함께 준법위는 관계사가 준법위 의무를 행하지 않을 시 대외에 공표하는 등 여론의 관심을 지켜보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여진다"면서도 "다만 발생 가능한 변화에 대해 현 단계에서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끝마쳤다.
■ 홍순탁, 부정적 입장…"점검시간 부족, 모니터링 체계 공백 우려"
홍순탁 위원은 재판부 요청에 따라 준법감시제도를 점검할 시간이 충분치 않아 평가 항목이 기본적인 사항에 한정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수나 현장점검 시간이 짧게 그쳤는데, 통상적으로 식별되지 않은 리스크는 관리될 수 없다고 본다"며 "준법통제기준에는 사실조사, 보고, 인사조치, 검토, 재발방지 대책과 수립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 이러한 절차를 밟았는지 중점을 두고 점검했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SDS 내부거래 관련 금융위 경고가 있었고 부당내부거래 사전통제를 받았는데 준법위에 보고를 안했다. 모니터링 체계 공백이 문제로 보인다"며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최고경영자 위반 리스크에 검찰 기소가 이뤄졌는데 삼성물산 사실 조회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임직원에 적용된 안이 최고경영자에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끝으로 "준법감시제도 관련 관계사 추가는 7개사가 동의해야 하는데 탈퇴 기준은 미흡해 지속가능성이 의심됐다"며 "보스턴 컨설팅 평가는 아직 반영할 수 없고, 결론적으로 준법감시제도는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본다. 절차적 정당성, 연방 양형기준에 따라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실효적으로 운영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 김경수, 긍정적 입장…"삼성 준법체계 근본적 변화, 의지 충분해"
김경수 위원은 삼성그룹 준법통제와 감시 핵심은 정치 권력과의 관계 설정, 경영권 승계 등 지배구조 관련 사항, 최고경영진에 의한 불법 비리 방지책 3가지 관점에서 평가를 진행했다. 그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장 점검은 많은 인상을 강하게 남기기도 해 어느 정도 판단은 가능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은 "삼성의 의지로 준법위가 출범하면서 준법체계에 변화가 있었다. 위원회에 최고경영진에 특화된 권한이 주어졌고 관계사 준법지원인, 준법위, 최고경영진 준법문화 등 3가지의 근본적이고 구조적 변화로 본다"며 "위상과 역할 강화에 그치지 않고 윤리적인 연계성 통해서 감시 범위 강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점검한 삼성 관계사 준법지원인들 사이에 준법감시사항에 대한 보고와 토론이 잦게 일어나고 있었다"며 "최고경영진이 결정하더라도 실행되려면 관계사 지시가 있어야 한다. 준법감시 그물망이 촘촘히 있다면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통해 경영진에 대한 준법감시 제도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피고인이 준법위 권고에 따라 국민에 공개적으로 준법경영 약속을 했고, 일류 기업의 약속이 사회적으로 각인됐을 것이고 준법위도 역할 수행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다만 지배구조 관련 최고경영진 준법의지가 중요하다. 준법위나 준법지원인은 시기나 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크고 경영진 의원회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특검 요청에 전문심리위원 평가 관련 추가 의견진술 진행
재판부는 지난 기일에 허용했던대로 전문심리위원 평가 이후 특검과 변호인 측의 의견진술을 진행했다. ▲총수 준법의지에 대한 점검 기준 ▲대외 공표와 대국민 약속에 대한 평가와 실효성을 위한 이행 규정 의견 ▲최고경영진 모니터링 체계 판단 근거 ▲순차적인 준법 접근 방식에 대한 의견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강 위원은 "피고인 이재용 부회장의 반성여부 등은 전문심리위원 전문사항에 속하는 게 아니었다"며 "(경영권 승계 사건 관련) 법원 판결 이전에 준법감시하는 건 가능하다고 본다. 기소가 되면 준법감시조직에서 사실관계 파악이나 조사 착수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홍 위원은 "강 위원이 한 번 폭탄이 떨어진 곳에는 절대 다시 폭탄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언급을 했는데, 내부 통제 보완하려면 기존에 발생했던 유형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향후 남은 승계 작업에 대해서도 "지배구조 개편과 중간금융지주사 등 추가 승계 관련해서도 점검이 다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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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은 "총수 의지는 심리 상태만으로 확인이 어려운 것이고 대국민 사과와 새 준법감시제도를 출범시킨 것으로 부족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준법위는 관계사뿐 아니라 최고경영진에 대한 권고 가능하도록 돼 있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며 "준법감독 강화를 위해 인력을 크게 늘릴 수도 있겠지만, 운영 성과에 따라 현재 포함되지 않은 관계사에 가입 권고하도록 하는 준법위 판단이 현실을 감안한 실효성, 지속가능성,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준법위 측은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의견을 위원회 활동에 제3자의 검증을 받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데 적극 참고하겠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위원회에 주어진 소임을 다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