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인재 등용"...삼성, 미래 준비 '착착'

부사장 31명 등 총 214명 승진 역대급…성과주의·융복합 시대 준비

디지털경제입력 :2020/12/04 13:57    수정: 2020/12/04 13:59

삼성전자가 3년 만에 최대 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코로나19 등 위기 속에서도 멈춤 없이 미래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재 중시'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시장 수요에 적기 대응하고 운영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뜻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사장 31명이 대거 승진하며 미래 최고경영진 후보군에 올라섰다.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발탁 승진·여성 임원도 늘었다. 소프트웨어(SW) 우수 인력을 대거 선임하며 관련 분야에도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4일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214명을 승진시켰다. 2017년 5월 90명, 2017년 말 221명, 2018년 말 158명, 올해 1월 162명과 비교해 역대급 규모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0월 베트남 출장 당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떤 큰 변화가 닥치더라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자"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는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여러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이지만 흔들리지 않고 차세대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미래전략 점검을 위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를 찾은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사진=삼성전자)

■ "코로나 꺾고 호실적 지속"…젊은 부사장단 대거 전진배치

이번 인사에서 승진폭이 커진 데는 삼성전자의 실적 성과도 크게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가 격화된 지난 2분기에도 전년 대비 20% 이상을 상회하는 8조원대 영업이익을, 3분기에도 67조 역대최대 매출액과 12조원을 넘어서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가 실적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호실적을 이끌었고, 스마트폰과 TV·가전도 펜트업·비대면 수요와 맞물려 기대치 이상의 판매를 달성했다.

이에 부사장급에서는 인사 규모가 지난해(14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31명이 승진했다. 스마트폰·TV·가전 세트 부문에서는 17명이,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는 14명이 승진했다.

비스포크로 삼성 가전을 빛낸 이강협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과 이기수 개발팀장 부사장도 승진했다. 이들은 비스포크 등 고객 맞춤형 혁신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가전 연간 매출 기네스 달성을 이뤄내고, 개발을 이끌었다. 지난 2일 사장단 인사에서도 이재승 부사장이 생활가전 출신 최초로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삼성은 이번 성과를 전환점으로 삼아 글로벌 가전 선두 자리를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최연소 부사장은 발탁 승진된 1969년생(51세) 이준희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이다. 5G vRAN(기지국 가상화 기술) 상용화를 주도해 미국 버라이즌 등 통신사업자 대형 수주를 성공시킨 무선통신 기술 전무가로 꼽힌다. 1968년생(52세) 윤태양 글로벌인프라총괄 평택사업장 부사장과 1967년생(53세) 황기현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공정개발팀장도 50대 초반 나이에 승진한 인물들이다. 

이 외 고승환 VD사업부 구매팀장, 김학상 무선사업부 NC개발팀장, 최방섭 SEA법인(미국) 모바일 비즈니스장, 최승범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 윤태양 글로벌인프라총괄 평택사업장 부사장, 이석준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 황기현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 공정개발팀장, 한인택 종합기술원재료연구센터장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70년대생 발탁 임원 승진도 두드러져…융복합 시대 SW 역량 강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연령과 연차 상관없이 승진한 발탁 임원도 25명으로 확대됐다. 특히 70년대생 승진이 두드러졌다. 최현호 종합기술원 유기소재랩 상무와 이윤경 삼성리서치 데이터 애널리틱스 랩 상무는 모두 1979년생(41세)다. 노강호 메모리사업부 S/W개발팀 상무와 김민우 무선사업부 영업혁신그룹 상무는 1978년생(42세)다.

삼성전자는 조직 혁신과 지속가능경영의 기반이 되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과 여성에 대한 승진 문호 확대 기조도 유지했다. 올해는 총 10명 규모로 지난해보다 1명 늘었다. S/W 분야 우수인력 승진 규모도 총 21명으로 지난해(10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반도체, 폰, AI 등 연구개발 부문 최고 전문가도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을 선임해 최고 기술회사 위상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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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미래 융복합 시대에 맞춰 각 사업부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일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관련 존재감이 다소 떨어졌던 일부 분야도 있어 분위기 전환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기 임원인사를 마무리한 삼성전자는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