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숙원인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 법안이 의료계의 반발에 가로막혔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소비자가 병원 전산시스템을 통해 보험사에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을 자동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각 개정안엔 소비자가 병원·약국 등에 진료비 계산서 등을 보험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고, 보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서류 전송 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는 근거도 담겼다. 대신 서류 전송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며, 심평원은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보관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실손보험이 보편화됨에 따라 보험금 청구가 빈번해졌으나, 소비자 상당수가 번거로운 절차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다는 진단에 따라 마련된 법안이다.
현재 소비자는 실손 보험금 수령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병원·약국에서 증빙자료를 받아 보험설계사 또는 팩스로 전달하거나, 직접 보험사를 찾아 청구서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일부 보험사가 대형 병원과 손잡고 자체 앱으로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했지만, 모든 병원이 참여하는 게 아니어서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에 시민·소비자단체는 소비자 편의 증진을 명분으로 내세워 국회에 법안 처리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법안 처리를 가로막은 쪽은 의료계였다. 이들은 환자의 질병 정보가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것이란 논리로 법안에 반대해왔고 국회를 찾아 정무위원회 의원과 접촉하는 등 법안소위 통과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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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의료계는 심평원이 실손보험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을 염려해 이 같이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회의 이번 논의 결과에 따라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 작업엔 적신호가 켜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특별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 한 해당 법안이 21대 국회 후반기에나 다시 검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