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숙원인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21대 국회에 접어들어 여야가 잇따라 법안을 발의하며 제도 개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그러나 의료계는 여전히 반대하는 모양새라 이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과제가 될 전망이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소비자가 요양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요양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험회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해당 서류 전송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근거도 담겼다.
대신 개정안엔 서류 전송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며, 심평원은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 또는 보관할 수 없다는 단서가 달렸다. 동시에 심평원이 위탁 업무 협의를 목적으로 보험사, 요양기관 등과 위원회를 꾸릴 수 있다는 내용까지 추가됐다. 이는 업무의 번거로움과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는 별도의 서류 증빙 없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은 보험금을 수령하려면 병원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데, 복잡한 절차로 인해 이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한 실정이다.
보험업계는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재수·고용진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 여야 의원이 연이어 개정안을 내놓으며 이 문제를 공론화한 만큼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1년째 공회전하던 실손 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보험업계에 상당히 중요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연간 8천만건에 이르는 청구 건을 일일이 수기로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라 보험사의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의료계의 움직임이다. 해당 법안이 보험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보험사가 소비자의 정보를 보험금 지급 최소화와 가입거부 등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것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실손보험과 관련 없는 의료기관에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 전송업무를 전가시키는 것 역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의 경우 지난 13일 공식 성명에서 법안 통과 시 강경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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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국회는 본격적인 법안 논의에 앞서 의료계의 목소리를 수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금 청구 절차 개선 요구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고, 고용진 의원의 개정안으로 비용이나 절차, 정보 유출 책임소재에 대한 내용이 명확해진 만큼 의료계의 동참이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0년 국정감사 이슈분석'에서 "전산화되지 않은 실손의료보험은 소비자뿐 아니라 병원과 보험사 모두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는 등 여러 방식을 선택해 소비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