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사설인증 시대 도래? 아직은 시기상조

금융결제원 '공인인증서비스' 새 버전부터 도입 예정

공인인증서의 '공인' 지위가 삭제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12월 10일 시행을 앞둔 상태지만, 빠른 시일 내 은행업계의 다양한 사설 인증이 나오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개별 은행의 사설 인증이 마구잡이로 나올 경우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6일 은행업계는 금융결제원의 공인인증서를 업그레이드한 '금융인증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일단 도입한 후 사설 인증 개발을 고려해본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이유는 범용성이다. 개별 은행의 사설 인증의 경우 은행이나 은행이 속한 금융지주의 계열사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제일 먼저 사설 인증을 출시한 KB국민은행의 경우에도 사설 인증 'KB모바일 인증'이 KB스타뱅킹과 KB손해보험 등 KB금융그룹 계열사에서만 통용된다. 

타 은행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만드는 사설 인증은 범용성과 타 은행과의 호환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각 은행별로 사설 인증을 내놓으면 이를 설치하는 고객의 편의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22개 은행은 사설 인증과는 별개로 금융결제원의 공인인증서비스를 한 차원 발전시킨 금융인증서비스를 우선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인증서는 PC나 스마트폰, USB 등에 저장했던 공인인증서와 다르게 금융결제원 클라우드에 저장되며, 유효기간은 3년이다. A은행서 금융인증서를 발급한 후 B은행서도 사용할 수 있다. 추후 국세청 등에서도 쓸 수 있을 예정이다.

KB모바일인증서

그렇지만 은행이 사설 인증 개발에 손놓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의 KB모바일인증은 2019년 7월 출시된 이후 13개월여만에 53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OTP나 보안카드없이도 일부 금융업무 처리가 가능해 KB스타뱅킹 고객을 묶어두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또 디지털 채널을 통한 거래가 커지고 있어 본인인증에 대한 편의성을 높이는 것도 은행업계가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NH농협은행은 본인인증(로그인) 단계에서 사설 인증을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연내 자체 개발한 사설 인증을 내놓을 계획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인인증서 유효기간이 남은 사용자가 많은 만큼 이 기간이 지나기 전까지 은행이 사설 인증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