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준법위 진정성 의문" vs 이재용 측 "수동적 뇌물공여"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서 양측 주장 팽팽히 맞서

디지털경제입력 :2020/11/23 20:46    수정: 2020/11/23 21:1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특검이 "3·5법칙(집행유예)을 적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측 변호인단은 "강요에 의한 수동적 뇌물 공여일 뿐"이라며 반박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5분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을 열었다. 정식 공판인 만큼 피고인 이 부회장과 함께 연루된 삼성 전·현직 인사들도 출석했다.

이날 오후 1시36분께 법원에 도착한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을 앞둔 심경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한 평가 등 언론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채 법정으로 향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 절차 갱신에 따른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재판부 변경으로 공판 절차가 갱신됐고 특검은 서증조사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요청했다. 서증조사란 검찰과 변호인이 확보한 증거를 법정에서 공개하고 이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절차다. 재판이 중단된 사이 재판부 구성이 법원 정기인사로 변경됐다.

특검은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지디넷코리아)

이재용 부회장 이전 과거 삼성그룹 총수들의 뇌물공유 사건들을 줄줄이 언급하며 "기업이 정치권력에 어쩔 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었던 때와 비교해 시대 변화에 따라 경제적 지위가 정치적 권력보다 우월해졌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3·5 법칙이 아닌 엄격한 양형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과거 정치권력의 우월적 지위를 전제로 재벌 오너들에 대한 판단과는 달리 국민 뜻에 따른 엄격한 양형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5 법칙이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란 뜻으로 법원이 재벌가에 이같은 형량을 선고하던 관행을 빗댄 말이다.

특검은 또 지난 기일에 이어 삼성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양형심리 절차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 요청에 따라 지난 2월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 감경 사유로 삼는 데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특검은 재판부를 바꿔달라며 기피신청을 하고 재판부의 준법위 전문심리위원단 추천 요청에 응하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피신청은 기각됐으며, 현재 전문심리위원 구성이 완료된 상태다.

특검은 "준법감시제도 실효성 검증을 위한 평가와 당사자들의 의견 절차 등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 내 결론 도출은 양형심리의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주장한 적극적.능동적 뇌물공여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수동적으로 지원했을 뿐"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이후에서야 승마 지원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간 정황과 공익적 목적 취지로 진행됐던 지원들이 최서원 씨 등 개입으로 뇌물 공여로 변질된 점을 함께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재판 기간이 장기화되는 데 대한 우려도 표했다. 변호인단은 "전문심리위원 등 절차가 정상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약 4년 전 피고인 이재용은 부친 와병으로 6년 반 이상 경영을 이어왔고, 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추가로 기소돼 (재판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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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추가 재판 기록이 20만여 페이지에 이르는 상황이다. 특검은 재판부가 그룹 회계 전체를 감사하는 것도 아닌데 왜 정해진 기간에 준비할 수 없는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30일 특검의 추가 증거를 조사하고, 다음달 7일 공판에서 준법위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당초 전문심리위원 의견 공개는 11월 30일로 예정됐으나 연기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