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4천원이 걸린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두고 정부와 이동통신 3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과거 경매가와 연동해 재할당 대가를 산정하되 5G 투자와 연계해 가격을 인하하는 방식을 내놨다. 그러나 이통 3사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즉각 반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주파수 재할당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고, 내년 6월 사용기한이 만료되는 3G·LTE 주파수 310MHz 폭에 대한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을 공개했다.
과기정통부가 내놓은 산식은 과거 경매 대가를 반영해 5년을 기준으로 재할당 대가를 4조4천억원으로 설정하고, 사업자의 5G 기지국 추가 구축 여부에 따라 최대 27%를 할인해주는 방안이다. 이 경우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3조2천억원이다. 탄력적인 주파수 활용을 위해 사업자가 3년 뒤 재할당받은 주파수를 반납하는 방안도 추가했다.
정영길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 과장은 “전체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면서 5G로의 전환을 촉지하기 위한 것이 이번 주파수 재할당 방안의 지향점”이라며 “이용 기간 관점에서도 탄력적으로 설정해 통신 사업자가 최적의 주파수 포트폴리오를 구상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
■ 과거 경매대가 100% 반영, 정당한가
정부의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방안에 대해 사업자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재할당 대가인 4조4천억원의 배경이 된 과거 경매대가 반영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LTE 확산 초기 경쟁적 수요가 충분했던 당시 주파수의 가치와 현재 5G 확산 시기 LTE 주파수의 가치는 전혀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협혁실장은 “앞으로 사용할 주파수대가 산정하는데 향후 사업 전망이나 매출을 지표를 사용하기보다 과거의 경매 대가를 사용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경쟁적 수요가 존재하던 과거 LTE 주파수 경매 당시와 지금은 통신 시장 경쟁 환경이 완전히 다른 만큼, 현재 상황에 맞춰 보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신규할당과 재할당이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는 점을 앞세워, 경쟁적 수요가 없는 재할당 대가를 신규 할당 당시와 동일하게 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종관 전문위원은 “신규할당은 산업 활성화나 기술 개발에 포커싱을 맞추는 반면 재할당은 서비스의 연장과 연속성,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다”며 “서로 추구하는 정책 목표가 다르고, 재할당의 경우 경쟁적 수요가 없는 만큼 대가 산정에 대한 부분도 다르게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과거 경매 낙찰가가 주파수의 시장 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한정적인 자원인 주파수가 시장에서 평가받은 가치가 낙찰가이고, 5G 상용화 이후에도 LTE 수요가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과거 경매사례가 있다면 이를 반영하도록 전파법 시행령이 명시하고 있는 만큼,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지환 KISDI 연구원은 “주파수 할당 대가는 전파법에 따라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산정하고, 과거 경매 사례가 있는 경우 경매 낙찰가를 고려해 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과거 경매 사례가 존재하고 향후 동일 시장에서 이미 구축된 설비를 이용해 동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경매 낙찰가를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힘을 싣는다. 송시강 홍익대 교수는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는 법률에 근거해 과거 경매가 외 적절한 대가 산정이 어렵다”며 “사업자는 과거의 가격을 현재 그대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위해 정부가 5G 투자에 따라 재할당 대가를 낮춰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 5G 투자 시 재할당 대가 인하, 적절한가
정부가 제시한 5G 투자에 따른 3G·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 인하 방안에 대해서도 이통3사는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LTE 주파수 재할당 가격을 정하면서 이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5G 투자를 연계한다는 것이 부당결부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5G 주파수 경매 당시 이미 부과받은 기지국 투자 의무에 추가로 조건이 부과되는 만큼, 이중부과로도 볼 수 있다고 소리를 높인다.
김순용 KT 정책협력담당 상무는 “이통 3사가 5G 주파수를 할당받을 당시 부여받은 망 구축 의무를 통해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후에 추가적인 조건을 부과한다는 것은 문제”라며 “사후 추가적인 의무 부과가 허용된다면 어느 사업자가 예측할 수 없는 주파수 경매에 참여해 입찰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5G 가입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5G 기지국을 추가로 구축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 상무보는 “5G 가입자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기지국을 구축하라는 조건은 사업자가 감내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LTE 주파수 재할당에 5G 기지국 구축을 조건으로 붙일 것이 아니라 LTE 품질을 유지하도록 조건을 붙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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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LTE 주파수의 가치가 5G 활성화 여부에 따라 변동되는 만큼, 5G 투자를 재할당 대가 인하의 조선으로 붙이는 것이 정당하다고 맞선다.
정영길 과기정통부 주파수 정책과장은 “5G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LTE 주파수가 필수이기 때문에 가치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5G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의 재할당 가치와 5G 도입에 따른 가치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 5G 투자에 따라 재할당 대가를 조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