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디지털 뉴딜 과제 관련 총 100억원 규모 인공지능(AI) 사업을 자회사와 함께 수주했습니다." 이스트소프트(대표 정상원)가 지난 10월초 발표한 내용이다. 보안 소프트웨어(SW) '알약'과 인터넷 포털 '줌(zum)'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가 인공지능(AI)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7년여 역사(1993년 10월 설립)를 지닌 이스트소프트는 정상원 대표가 2016년 1월 대표로 취임하면서 AI를 전면에 내세우며 '빅 점프'에 나섰다. 비즈니스 '촉'이 남다른 정 대표는 대한민국이 알파고로 AI열풍에 빠지기 3개월전에 이미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최고의 AI 서비스 회사가 되자"고 선포했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8년 12월 이스트소프트에 병특(병역특례)으로 들어와 17년만에 대표까지 됐다.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대표가 된 경우는 간혹 있지만 정 대표처럼 병특에서 출발해 대표가 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스트소프트는 AI를 활용한 안경 과 금융 시장에 진출하는 등 'AI 회사'로 순항중이다. 모태인 보안 분야에도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인터넷 계열사 '줌인터넷'은 핀테크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작년에 연결 매출로 670억원을 올렸다. 올해도 두자릿 수 성장이 예상된다. 16일 정 대표는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AI를 처음 접하고 깜짝 놀랐다. 대박이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스트소프트는 최고 AI기업이 아니라 최고 AI서비스기업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병특으로 들어와 회사 대표가 됐다
"1998년 12월 병특으로 이스트소프트 연구소에 입사했다. 당시 이스트소프트는 10명 남짓이 근무하던 회사였다. 남부터미널 근처에 사무실이 있었다. IMF로 다들 어려워 병특도 드물었다. 3개 회사가 있었는데 이스트소프트를 택했다."
-수학을 전공했지만 수학보다 컴퓨터를 더 많이 공부했다던데
"대학에 입학해보니 소위 말하는 '수학 천재'들이 있더라. 나는 잘하는 거고, 그들은 '넘사벽'이였다. 당시 우리 과에 이런 친구가 5명 정도 있었다. 그중 1명은 진짜 천재였다. 100점을 준 적이 없는 교수가 "100점을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금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수학은 소수의 천재만 있으면 되는 것 같다. 수학보다 컴퓨터를 더 많이 공부했고, 컴퓨터공학 수업이 재미있었다. 특히 수학과 연계된 과목이 좋았다. 언어를 수학적으로 풀어 놓은 오토마타가 그랬다. 언어를 집합 개념으로 설명한 건데 너무 재미있더라."
-개발자로 입사한 건가
"병특으로 개발을 시작, 개발을 7년 정도 했다. 개발을 해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개발 실장을 맡아 이스트소프트 개발 프로세스와 개발 문화를 만들었다. 그때 이미 신사업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었다. 너무 빨랐다(웃음)."
-개발 이후 제품 기획을 맡았는데
"원래 어릴때 꿈이 글로벌 비즈니스 맨이였다. 서류 가방을 들고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다니는 꿈을 꿨다. 개발을 7년 정도 하니 어릴적 꿈인 글로벌 비즈니스맨이 떠올랐다. 개발자냐,
비즈니스맨이냐? 심각히 고민했다. 비즈니스맨을 택했다. '알송'부터 내가 기획한 제품이다. 알송, 알툴바, 알약을 맡았다. 내가 팀장을 맡은 알약이 대박을 터트렸다. 이쪽이 나한테 맞나보다고 생각을 굳혔다."'
-영업 경험도 있나
"파트너(채널) 영업을 했다. '알약'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거를 고민했는데 그게 백신이였다. '알약'을 6개월만에 1700만명이나 사용했다. 대박이였다. 그런데 대박과 돈 버는 거와는 별개였다(웃음). 돈을 벌려면 기업에 팔아야 했다. 그래서 영업을 했다. 총판 등 주로 유통사를 만났다. 2년 정도 했다. 2년 해보니 "내가 할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직접적인 고객 영업은 안했다. 마케팅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 특별한 마케팅 경험은 없다. 마케팅을 안해도 필요하니 다들 알아서 썼다. 제품 자체가 마케팅이였다."
-이스트 계열사인 인터넷 회사 줌닷컴에서 부사장으로도 일했다. 보안 회사가 인터넷사업을 하게 된 이유는
"개방형 포털인 '줌'을 2011년 9월 오픈했다. 알약 등이 성공하고 2008년에 이스트소프트가 상장을 했다. 그때는 게임 사업도 잘 됐다. 여유 자금이 생기니 제대로 된 사업을 하고 싶었다. 전략을 잘 짜 큰 시장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게 검색이다. 당시 네이버가 검색으로 2조원 매출을 했고, 구글이 막 우리나라 문을 두들릴 때다. 우리는 '알약'이 있어 PC 기반이 탄탄했다. 내가 볼때 당시 네이버 검색은 별로였다. 반면 구글은 검색 기술은 좋지만 현지화에 뒤졌다. '구글 같은 기술을 개발해 네이버 스타일'로 선보이면 검색 사업이 성공할 것 같았다. 당시 PC가 3300만대 정도 보급됐는데 우리가 공급한 알툴즈는 이중 2500만대 PC에 깔렸다. 하지만 '줌' 개발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기획에서 론칭까지 4~5년 정도 걸렸다. 막상 줌을 론칭하니 시장 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바뀌었다."
-'줌'의 경영 성적은 어떤가
"작년에 줌을 상장했다. 작년 매출은 250억원 정도다. 국내 검색 시장은 여전히 2조원 규모다. 이중 일부만 차지하고 있다. 검색 시장이 성숙, 혁신을 주기 어렵다. 줌 부사장으로 있으면 흑자 기업으로 만들었다."
-2016년 1월에 대표가 됐다. 대표 취임때 직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했나
" 2015년에 줌에서 다시 이스트소프트 부사장으로 돌아와 신규 사업을 맡았다. 우리가 줌' 사업을 하면서 '모바일'을 놓쳤다. 그때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2015년 1년간 고심하며 새로운 사업을 탐색했다. 이때 인공지능(AI)이 잡혔다. 2015년 AI를 보고 깜짝 놀랐다. "대박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플랫폼이 나올때마다 큰 기회가 생긴다. 다음 기회를 AI로 봤다. 무조건 AI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대표에 취임하면서 AI 기술을 근간으로 최고의 AI 서비스 회사가 되자고 했다. 2025년까지 글로벌 리딩 AI서비스 회사가 되는게 목표다."
-AI를 기반으로 내놓은 첫 서비스가 금융 분야다
"AI 서비스 중 금융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딥러닝이 잘하는게 상관 관계 분석이기 때문이다. AI가 개와 고양이 분석을 잘하는 게 이때문이다. 상관 관계가 복잡한 산업 분야가 금융이다. 기존에는 사람들이 직관으로 분석했다. 이를 딥러닝이 하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AI 금융 서비스를 가장 먼저 선보였다."
-AI 금융 분야 성과는
"처음에는 투자 알고리즘을 만들어 증권사에 공급하려 했다. 그래서 '퀀트'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그런데 투자 알고리즘만으로는 돈이 안되겠더라. 그래서 2018년에 펀드 운용사를 직접 만들었다. 최근 몇년간 펀드 운용액이 계속 늘었다. 3년만에 600억원을 모았다. 올해 목표는 800억원이다. 한타깝게 현재 상황이 안 좋다. 코로나와 옵티머스 같은 악재가 없었으면 1000억원도 무난히 모았을 거다."
-금융에 이어 내놓은 두번째 AI 서비스가 안경인가?
"그렇다. 금융에 이어 전자상거래를 생각했다. 그게 안경이다. 당시 외국에서 와비파커(Warby Parker)라는 안경 관련 전자상거래 업체가 떴다. 신규 사업을 할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시장 규모다. 안경 시장은 규모가 2조원이 넘는다. 또 낙후돼 있다. 우리나라는 안경사 제도가 있다. 안경사만이 안경원을 개설할 수 있고, 매장도 하나만 개설해야 한다. 안경알을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안경 분야의 이런 '페인(Pain) 포인트'를 딥러닝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 회사가 '딥아이'다. AI 기반 안경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딥아이' 성적은 어떤가
"설립한 지 올해가 3년차다. 작년에 투자 유치도 받았다. 그동안 성과가 꽤 좋다. 딥아이가 내놓은 AI안경 브랜드가 '라운즈'다. 앞으로 우리나라 안경은 '라운즈'와 '비 라운즈'로 나뉠 거다. 우리나라 안경 시장 규모는 선글라스를 합쳐 약 2조원이다. AI를 적용할 부분이 많다. 딥아이는 작년에 매출 4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코로나로 당초 목표보다 적지만 작년비 20%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매출 중 80%가 선글라스인데 올해 선글라스 시장이 안 좋다. 선글라스는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특히 이탈리아 제품이 인기가 많다. 그런데 면세점과 이탈리아가 상황이 안좋다. 선글라스 수요가 반 이상 줄었다."
-첨단 디스플레이를 갖춘 안경 매장 2호를 판교에 개설한다던데
"사람들이 직접 못 써보는 안경을 가상 피팅으로 제공해보자는 게 '딥아이' 출발점이다. TV나 책을 봤을때 사고 싶어하는 안경을 만날 수 있다. 이때 이를 검색해 바로 알려주는 디스플레이가 '라운즈 미러'다. '라운즈 미러'를 갖춘 매장을 강남에 열었고 2호점으로 판교점이 연내 그랜드 오픈을 한다. 보통 안경점을 방문하면 불편한 부분이 꽤 있다. 제품을 다 써볼 수 없다. 또 안경사한테 꺼내달라고 해야 하고 가격도 일일이 물어봐야 한다. '라운즈 미러'는 이런 불편을 해소해 준 거다. 가격을 비롯해 내가 써 본 안경 정보가 디스플레이에 다 뜬다. 나한테 어울리는지도 알려준다.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비대면 언택트 안경점이다. '라운즈 미러'는 수출도 가능하다. 당장은 수출할 생각이 없다. 국내 안착이 먼저다. 수출을 한다면 동남아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할 거다. 안경 사업은 처음 시작할때부터 글로벌을 생각했다."
-AI가 추천해준 안경에 대해 소비자 만족도는 어떤가
"반품률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제품은 반품률이 10%가 안된다."
-'프로젝트 바닐라'는 모바일 회사도 관계사로 두고 있는데
"KB증권과 합작해 지난 9월 만들었다. '바닐라' 목표는 '한국의 로빈후드'가 되는 거다. '로빈후드'는 미국의 유명한 금융거래 중개 플랫폼이다. 빠르고 쉽게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카카오페이 출신이 대표를 맡고 있다."
-대표가 된지 4년째다. 대표를 해보니 어떤가
"예전에 창업자가 늘 하던 말이 이제야 가슴에 와 닿는다. 예컨대 이런 말이다. 예전에 창업자가 늘 "오늘도 잠을 잘 못잤다"고 했다. 고민이 많아 잠을 설쳤다는 건데, 이제야 알 것 같다. 나도 CEO 초반에 숙면을 취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꿈에서도 일을 하더라(웃음). 또 예전에 창업자가 늘 "사람이 중요하다"고 했다. 당시에는 "저건 말 뿐이야"고 했는데, 대표를 해보니 정말 사람이 제일 중요하더라."
-경영 노하우가 있다면
"역할과 직책에 맞게 사람을 배치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다. '피터의 법칙'이란게 있다. 조직에서 어떤 직책의 적임자를 선택할 때, 그 직책에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보다 지원자가 현재까지 보여 온 업무성과에 기초해 평가한다는 경영학 원칙이다. 이는 영업을 잘했다고 영업 본부장을 시키면 안된다는 거다. 영업과 본부장은 다르다. 본부장은 영업 외에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사람에 맞는 포지션을 주는게 회사 성장에 중요하다"
-신입사원 면접때 무엇을 물어보나
"두 가지다. 하나는 "친구들과 술 먹을때 친구들이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나?"라는 것과 또 하나는 여친(남친)이, 혹은 와이프나 남편이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나?라고 묻는다."
-같은 질문을 정 대표한테 한다면
"냉정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듣기 나쁘지지 않다. CEO는 냉정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속은 냉정하지 못하다. 원래 약한 사람이다(웃음)."
-좌우명이나 좋아하는 말은
"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보다 못난 사람한테도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이다. 기본과 원칙도 중요시한다. 예컨대 회사는 왜 존재하는가? 같은 거다. 회사는 직원과 사회를 위한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직원들 행복이 중요하다. 사업할 때는 고객 만족을 보지만, 내부적으로는 직원들 행복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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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롭게 가고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연구원들 AI 수준이 엄청 올라왔다. 가짜 뉴스 찾기 등 정부가 시행하는 AI 경연 대회에서 최근 몇년간 계속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올해는 4개 부문 모두에서 수상을 했다. 이중 2개 부문은 1등을 차지했다. 나머지 2개는 2등과 4등을 했다. 내 임기 안에 1조원을 했으면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람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게 1조원이라고 본다. 1조원이 넘어가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운은 내 소관이 아니다. 대표 취임할때 2025년까지 1조원 하자고 했다. 밸류에이션 1조원이 아니고 매출 1조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