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워드프로세서로든 열리는 'ODT'…"국민 문서 활용도↑"

[이슈진단+] 공공기관 문서 서비스 혁신, 성과와 과제 (하)

컴퓨팅입력 :2020/11/16 15:43    수정: 2020/11/17 12:31

김윤희, 김민선 기자

전국민에 보편적으로 제공돼야 할 공문서가, 비(非)표준 포맷인 'HWP'로 유통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다. 더구나 데이터 경제가 주목받으면서 폐쇄적인 HWP 대신 개방형 문서표준포맷(ODF)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일자 중앙 정부와 개별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공문서 서비스를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각각의 세부 내용과, 바람직한 정책 방향성은 뭘지 모색해봤다. [편집자주]

전자정부 서비스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가 ODF 전면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과 달리,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공문서 생산에 앞장서는 모습도 발견됐다.

ODF의 하나인 'ODT'로 전체 공문서를 유통하겠다고 발표한 경기도와, 보도·정책자료를 ODT로 전환할 계획을 꾸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그 사례다.

두 기관은 공문서를 기계가 판독할 수 있는 국제 표준 포맷으로 제공해 공공 데이터가 폭넓게 활용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래아한글 비(非)사용자인 국민이 그 동안 공문서를 다루는 데 겪은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도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기도가 대민용 문서 ODT 적용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정부가 문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단순히 포맷을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경험(UX) 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구상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도 제기됐다.

과기부·경기도는 왜 ODT 도입했나

과기정통부의 경우 ODT 도입 계획을 수립하고 지난 7월27일부터 배포되는 보도자료를 ODT 포맷으로 제공하고 있다. 일부 자료에 한정됐지만, 중앙 부처 중에서는 가장 먼저 ODT를 채택했다. 7월27일 이전에 배포했던 보도자료 1만1천여건과 정책자료도 연말까지는 ODT 포맷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정보화담당관 관계자는 "국민 수요가 높은 보도자료부터 ODT 제공을 시작했다"며 "현재 추진 중인 홈페이지 고도화 사업이 완료되면 홈페이지에 문서 파일을 등록 시 ODT로 자동 변환해주는 기능이 탑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ODT 도입 계획 추진 배경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기영 장관이 관련 이슈에 관심을 갖고, 특정 SW에 공문서가 종속되는 현상 없이 무료 SW로도 공문서를 이용할 수 있도록 ODT 포맷 제공 계획을 추진했다"고 답했다.

과기정통부 홈페이지의 경우 HWP 파일에 대해 바로보기 뷰어를 제공하고 있어 자료 열람에 대한 편의성은 갖춘 상태다. 보도·정책자료를 ODT 파일로 제공하는 것은 생산되는 공문서를 데이터 활용에 바로 쓸 수 있게 지원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크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경기도도 국제 표준 포맷인 ODT와 PDF 도입 계획을 세웠다. 내년부터 도입을 지속적으로 확대, 오는 2022년을 전면 도입 시점으로 잡았다.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달 말부터 경기도지사 연설문 파일을 ODT로 제공하기 시작했고, ODT를 지원하는 문서관리시스템 '온-나라 문서' 2.0 버전을 도입할 예정이다.

경기도청 '디지털 표준화 추진 계획'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같은 계획을 밝히면서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문서 작성 프로그램은 특정 프로그램에 종속돼 ODF와 어긋나고,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모바일 시대에 사용이 불편하다"며 "무엇보다 다른 프로그램과 호환이 되지 않아 기계가 판독하기 어렵고 따라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기 어렵다"고 계획 추진 이유를 밝혔다.

인사·채용 관련 정보의 경우 표준을 준수하는 데이터로 개방, 민간 구직 사이트에서 맞춤형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언급했다.

"공공기관 서비스 혁신, 많이 진보했지만 갈 길 멀어"

공공기관 전체의 행정 혁신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에 비해 개별 기관들은 기동력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와 경기도청이 보다 선도적으로 ODT를 도입할 수 있는 이유다.

때문에 행안부가 ODT 도입 없이, '아래아한글' 라이선스가 필요 없는 공문서 서비스를 구현해낸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민석 오픈이노베이션 아카데미 학장은 "아래아한글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이 공문서를 편집할 수 있게 된 건 굉장한 진전"이라면서도 "다만 모바일, 태블릿 등 PC가 아닌 기기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지원이 필요할텐데, 이는 편집되는 문서가 비표준 포맷인 HWP라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6일 서비스를 개시한 '모바일 문서24'에서는 모바일 기기에서 공문서 처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단 PC 기반 서비스와 달리 문서 편집은 불가하다.

공문서 서비스를 지금보다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이용자경험(UX)을 새로 디자인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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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석 학장은 "공문서 포맷보다 앞선 원론적 문제는 국민이 공문서에 수많은 내용을 손수 입력하게 하는 UX"라며 "정부 시스템 내에서는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현재 살고 있는 주소가 연동되는 등 자동화가 이뤄져 있는데도, 국민이 내용을 입력하는 시스템에서는 이런 방식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UX 개선은 개별 문서 단을 넘어 공공 웹서비스를 전면 개편하는 방향으로도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학장은 “포털 검색처럼, 홈페이지에서 키워드를 검색하면 바로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등의 직관적인 UX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