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시장이 활황을 맞으면서, 초고속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초저지연 콘텐츠 전송 기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이용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엔터테인먼트, 여행 등 다양한 산업이 동영상 스트리밍에서 새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대고객 접점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려는 기업과 조직은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적극 도입해 웨비나, 온라인 컨퍼런스 등을 활발히 개최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이용자층이 두터워지면서, 더 빠르게 고화질 영상을 전달하려는 수요도 늘어났다. 그중 지연시간(latancy)이 주요 이슈다. 기존 대형 방송사의 인터넷 기반 실시간 스포츠 중계가 30~20초 수준의 지연시간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이같은 실시간 영상의 지연시간을 3~8초, 심지어 1초 이내로 줄이려는 기술적 해법이 고안되고 있다.
아카마이에 따르면, 콘텐츠산업 유형별 목표 지연시간은 스포츠 및 e스포츠 생중계의 경우 3~8초, 소셜미디어의 경우 5초 이하, 도박과 실시간 경매 중계의 경우 4초 이하, 음성 통화는 1초 미만이다. 이는 초저지연시간(Ultra Law latancy)에 속한다.
초저지연시간을 구현하는데 거론되는 전송기술로 '공통미디어애플리케이션포맷(CMAF)'이 최근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와 함께 P2P 기반으로 웹브라우저에서 별도 프로그램 설치없이 동영상 콘텐츠를 재생하게 해주는 '웹RTC'도 유력 기술 중 하나 거론된다.
CMAF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안한 MPEG의 저지연시간 구현 표준이다. LL-대시(DASH), LL-HLS 같은 초저지연 전송 프로토콜이 올해 표준화됐는데, 두 프로토콜 모두 청크드 인코딩(chunked encoding)이란 방식을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미디어 파일을 전송할 때 프레임들을 6초 길이의 여러 조각으로 나눠 콘텐츠전달망(CDN)으로 보낸다. 청크드 인코딩은 이 조각을 1~2초나 수십밀리초 단위까지로 더 잘게 쪼개서 보내는 것이다.
이를 여러 물을 여러 그릇에 담아 계단식으로 내려보내는 것으로 비유하면, 그릇을 다 채우지 않고 다음 그릇으로 넘기는 게 'LL-대시'고, 그릇 자체의 크기를 작게 줄인 게 'LL-HLS'다.
청크드 인코딩을 기본 방식으로 해 전송하는 형식을 표준화한게 CMAF다. CMAF를 이용하면 스트리밍 지연시간이 2~10초까지 줄어들 수 있다.
CMAF는 대시, HLS 등 여러 형식을 담을 수 있는 범용 포맷으로 고안됐다. 여러 형식의 파일을 단일 포맷으로 만들어 캐시 효율을 높여준다. 현재 대다수의 CDN 업체에서 채택됐다. 대표적으로 아카마이는 CMAF 표준을 이용한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2~5초대의 지연시간을 제공한다.
한준형 아카마이코리아 상무는 "네트워크 대역폭에 따라 달라지지만 한국에서 2.4초의 지연시간을 기록했다"며 "CMAF는 여러 지역으로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환경에서 빠르면서도 안정적인 스트리밍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MAF가 동영상 서비스의 지연시간을 대폭 줄이지만, 그보다 더 짧은 지연시간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 경매, 도박, 소셜미디어 기반 양방향 소통 등의 경우 완벽한 실시간에 가깝도록 1초 미만의 초저지연시간을 요구한다.
CMAF는 조각을 다시 합치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지연시간을 줄이는데 한계를 갖는다. 1초미만 지연시간을 기록하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환경에서 안정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로선 실현 불가능하다.
이에 1초미만 초저지연시간 구현 기술로 '웹RTC'가 주목받는다. 웹RTC는 웹표준단체 주도로 만들어진 프로토콜이다. 웹브라우저에서 별도 플러그인 없이 리치 미디어 콘텐츠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TCP/IP 대신 UDP/IP를 활용한다.
웹RTC는 1초 미만 초저지연시간을 구현하는 가장 유망한 기술로 꼽힌다. 문제는 웹RTC를 동영상 스트리밍에 활용하려면 별도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HTTP와 다른 별도 프로토콜이므로 전혀 새로운 인프라 구축 투자가 필요하다. 글로벌 서비스 규모로 인프라를 갖추는데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아카마이는 이 투자를 유보하고 웹RTC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라임라이트네트웍스는 웹RTC를 채택해 1초미만 스트리밍 플랫폼 인프라를 구축했다. 라임라이트네트웍스는 시간과 돈이 직결되는 산업에서 웹RTC 기반 스트리밍 플랫폼을 밀고 있다. 영상중계와 사용자의 행동을 결합하는 게임중계, 온라인 콘서트 등에서 1초미만의 즉시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후발 온라인 영상 서비스 기업이 기존 사업자와 차별점으로 실시간성을 삼고 있어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라임라이트네트웍스코리아 김성환 기술이사는 "영상 비즈니스에서 고객을 끌어오려면 1초 이내 지연시간이어야 한다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며 "웹RTC는 UDP를 이용하므로 품질보다 속도에 초점을 맞추는 시장에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아카마이도 웹RTC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단, 웹RTC가 H.264와 VP8의 코덱만 지원하고, 품질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주류 시장에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코덱인 AV1이 웹RTC에 적용되기 시작해 품질향상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상업화 용도로 시기상조라고 분석한다.
한준형 아카마이 상무는 "팬데믹 시대에 기업이 비대면 중심으로 전환하고 양방향 소통이 필요한 상황에서 웹RTC는 좋은 방안일 수 있다"며 "그러나 웹RTC 적용 솔루션은 대규모 사용자를 수용하기 힘들며, 캐시에 저장할 수 없어 재사용을 못하므로 글로벌 규모 이벤트를 전달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웹RTC는 소규모 화상회의나 일정 규모 이하의 세미나에서 쓰이고 있다"며 "AV1 코덱과 웹RTC의 결합이 실시간 고화질 영상 전송을 가능하게 할 수 있지만 미래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라임라이트네트웍스 김성환 이사는 "1초 미만 지연시간 시장이 아직 주류는 아니지만, 남보다 빨라야 성공한다는 뉴플레이어 고객이 지연시간을 적극적으로 따진다"며 "너무 앞서간 투자일 수 있지만, 수년내 빠르게 커질 시장이기 때문에 라임라이트는 미리 경험을 쌓아서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벤트 수용 규모의 한계에 대해 투자의 부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2P 릴레이서버를 대규모로 증설하는 작업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CDN사업자가 뛰어들지 않은 것"이라며 "라임라이트는 10만명 규모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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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RTC가 동영상 스트리밍 활용에서 또 다른 약점으로 지적받는 게 '패킷 손실'과 '보안'이다. UDP 기반인 웹RTC는 일정 부분 품질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또 대부분 기업의 보안 방화벽에서 UDP를 차단하고 있다.
라임라이트네트웍스는 이를 픽셀수가 늘어나는 현상황에서 소량의 패킷손실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접근제어나 사용자 인증 등으로 보안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