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왜 대출할 때 적금을 권유할까?

"다양한 거래 필요...단골잡기 위한 서비스"

금융입력 :2020/11/13 10:31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신규 신용카드 발급이나 적금·주택종합청약저축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제안을 수락할 경우 대출 금리를 연 0.1%p 가량 인하 혜택을 주기 때문에 고객들이 부수 거래를 수락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출과 연계한 예금을 과도하게 요구할 경우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현재는 대출 금액의 1%를 초과하는 예·적금을 강요할 경우 구속성 예금 행위인 '꺾기'로 간주돼 은행이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은행들은 이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부수 거래 가입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왜 대출을 할 때 예금이나 적금을 권유하는 걸까? 단순히 대출을 담보로 은행의 예금 유치액을 늘리기 위한 걸까?

13일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문의해 봤다. 은행 관계자들은 대출할 때 각종 부수 거래를 제안하는 건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주기 위한 측면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물론 은행이 예금을 유치하는 효과도 있지만, 고객들이 받는 혜택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억5천만원의 주택담보대출과 2천만원의 신용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 때 부수거래를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고객 혜택을 계산해봤다.


◇주택담보대출 (1억5천만원,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 부수거래 월 10만원 주택종합청약저축이나 적금 납입 만기까지 유지)

▲부수거래 미적용 (연 2.62% 고정금리 가정)=월 상환액 60만2천82원, 총 대출이자6천674만9천613원

▲부수거래 적용 (부수거래로 0.1%p 인하 연 2.52% 고정금리 가정)=월 상환액 59만4천242원, 총 대출이자 6천392만7천223원

▲부수거래 적용과 미적용 간 이자 차이=월 상환액 7천840원

▲부수거래 혜택 대비 비용=월 불입액 10만원-월 상환 절약금액 7천840원=9만2천60원 고객 손해(다만, 10만원씩 30년 월 적금 납입 시 3천600만원 원금 모을 수 있어)


◇신용대출 (2천만원, 1년 만기, 만기 일시 상환, 부수거래 월 10만원 주택종합청약저축이나 적금 납입 만기까지 유지)

▲부수거래 미적용 (연 2.62% 고정금리 가정)=총 이자액 52만4천원 (월 4만3천666원)

▲부수거래 적용 (부수거래로 0.1%p 인하 연 2.52% 고정금리 가정)=총 이자액 50만4천원 (월 4만2천원)

▲부수거래 적용과 미적용 간 이자 차이=1만9천992원 (월 1천666원)

▲부수거래 혜택 대비 비용=월 불입액 10만원-월 상환 절약금액 1천666원=9만8천334원 고객 손해(다만, 10만원씩 1년 월 적급 납입 시 120만원 원금 모을 수 있어)


단순히 이자만 계산하면 부수거래를 할 경우 고객들의 월 지출액이 더 많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월 9만2천60원, 신용대출은 월 9만8천334원을 납입해야 하는 이자보다 더 은행에 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손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 부담한 만큼 목돈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A은행 관계자는 "돈을 쓰지 않고 모을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은행이 하는 일 중 하나"라며 "월 불입이 부담스럽다고 하면 강요는 하지 않지만 돈을 낸 만큼 모을 수 있다는 것은 고객에게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대출 연계 예금을 전부 꺾기로 간주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인 혜택을 보장해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B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부수거래를 통한 단골고객 만들기 차원"이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 은행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 순이자마진(NIM)이 낮아지면서 대출에 대한 마진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보다는 급여계좌나 청약 등 다양한 금융거래를 하게 만들어 은행 수익을 올리고 추후 또다른 거래를 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급여이체와 적금, 퇴직연금 등을 C은행과 거래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고객은 부수거래가 많아 또다른 금융 거래를 하더라도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객은 C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인지하고 단골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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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부수거래 우대 항목은 대부분 대면 거래(영업점)에 한정돼 있어 노령층일수록 부수거래를 더 많이 권유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으로 신청하는 대출은 업무원가가 줄어들어 금리 수준이 낮다. 이 때문에 부수거래를 통한 금리 인하 항목도 적다.

D은행 측은 "비대면 대출도 종류마다 원하는 부수거래가 다르다"면서 "대면 채널 대비 비대면 채널의 금리가 낮기 때문에 부수거래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편"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