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IT 다크호스 네이버클라우드..."내년엔 커머스 시장 잡는다"

3분기 누적매출 1천900억...올해 말까지 작년 두 배 성장 예상

컴퓨팅입력 :2020/11/10 14:21

네이버가 '기업 대상(B2B) IT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네이버 내부적으로는 올해를 'B2B 사업 원년'으로 선포했을 만큼,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클라우드 플랫폼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로 회사가 보유한 B2B 역량을 총집결시키면서, 내년에 보다 공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설 전열 정비도 마쳤다.

네이버가 B2B에 힘을 싣는 모습은 아마존을 떠올리게 한다. 이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이 내부 IT 인프라 운영 기술을 상품으로 만든 것이 현재 세계 클라우드 시장 1위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다. AWS는 아마존 전체 매출의 10%,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차지며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 네이버 역시 '네이버클라우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B2B IT 분야를 차기 먹거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최근 만난 네이버클라우드 최고마케팅책임자(CMO) 한근주 상무는 "지난 20여 년간 네이버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은 기술과 노하우,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네이버클라우드의 경쟁력"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네이버클라우드 CMO 한근주 상무

"올해가 B2B 사업 원년"...네이버 이유 있는 '자신감'

네이버는 3분기 실적 발표 때 처음으로 '클라우드 사업' 매출을 공개했다. 클라우드를 위시한 B2B 사업의 성과가 이제 외부로 드러낼만한 수준이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클라우드 사업 항목에는 클라우드 플랫폼, 인공지능(AI) 클로바, 업무용 솔루션 네이버웍스 등 네이버의 B2B 핵심 서비스들이 포함됐다.

3분기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7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2%나 성장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약 1천900억원에 이른다.

올해 4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한 상무는 "언택트 트랜드와 정부의 디지털뉴딜 정책으로 클라우드 수요가 증가하며, 꾸준히 매출이 상승하는 중"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말에는 작년 대비 2배 정도 성장을 기록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클라우드 사업 매출 추이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으로 2017년 4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해 단 3년 반 만에 일군 성과는 단지 매출만은 아니다. 단시간에 기본 컴퓨팅 인프라에서 데이터베이스(DB), 보안, AI, 분석, 관리, 개발툴까지 종합적인 상품을 갖추고, 까다로운 금융, 대기업에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는 게 네이버클라우드가 더 자부심을 갖는 부분이다.

네이버클라우드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비결은 뭘까. 한 상무는 "'네이버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은 지난 20년간 경험이 주효했다"고 봤다.

트래픽이 최대치까지 치솟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컴퓨팅 자원을 자유자재로 늘리고 줄이는 클라우드의 기본 속성을 잘 이해할 수 밖에 없고, 이미 나와있는 솔루션만으로는 부족해 내부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만들어 쓰다보니 이미 외부에 클라우드 사업을 제공할 수 있을 수준으로 역량과 기술이 쌓였다는 설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능을 갖춘 이후 네이버클라우드는 특색 있는 서비스 제공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국내 대형 고객사들의 피드백을 발빠르게 수용했다.

한 상무는 " 클라우드 기본은 다 비슷하다고 봤을 때 네이버클라우드의 우위는 뭐냐고 물어보면 이전까지 답하기가 어려웠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단계를 벗어났다. 고객들이 준 피드백을 받아서 많이 적용하면서 우리만의 특색있는 기능이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확보한 대표적인 고객 사례가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펍지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펍지에 트래픽이 급증해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베어메탈서버와 게임 개발자에 편리한 운영환경 등을 맞춤 제공하면서 고객사로 유치했다.

더불어 온라인 비즈니스 도메인 지식이 풍부한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기업들의 신뢰를 쌓은 것도 네이버클라우드의 성공비법이다.

한 상무는 "고객이 서비스 운영 상 문제로 문의를 하면 우리 엔지니어들은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DB에 어떤 문제일 수 있다'고 지원해 주고 있다"며 "고객들이 타 클라우드를 이용할 때보다 서비스 운영 가시성이 높다는 점에서 만족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T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서비스 '신뢰도'라고 본다"며 "네이버클라우드는 고객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업체가 되도록 신뢰를 쌓는데 집중해 왔다"고 정리했다.

네이버가 잘하는 '쇼핑' 서비스...네이버클라우드가 커머스 특화 클라우드로 같이 키운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성장 전략은 명확하다. 점진적으로 산업마다 특화된(버티컬) 클라우드 상품을 제공해 고객사를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현재 공공, 금융, 게임 산업에 특화된 클라우드 상품을 갖추고 있는데, 내년에는 커머스, 교육, 업무용 솔루션 등 3가지 분야에서 맞춤 상품을 내놓는 게 목표다.

특히 커머스 산업 특화 클라우드는 '네이버 쇼핑'의 성장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지난 2~3년간 네이버 전체 사업 중 쇼핑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쇼핑을 주축으로 필요한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업 전략이 됐다. 최근 CJ그룹과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CJ대한통운의 지분 7.5%를 취득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는 행보다.

네이버클라우드가 버티컬 특화 상품을 완성하기 위해 외부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한다.

네이버클라우드도 이 같은 전체 사업 전략에 보조를 맞춰 커머스 특화 클라우드에 주목하고 있다. 한근주 상무는 "쇼핑과 관련 업종에 있는 업체에 필요한 기능을 클라우드에 얹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하고 있다"며 "예컨대 라이브 커머스나 상품 추천, 챗봇, 페이 등이 상품으로 구성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외부 개발 솔루션도 함께 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 클라우드도 내년 선보인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올해 온라인 개학을 지원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클라우드 상품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 상무는 "경남도교육청은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를 교육 포털로 도입해 알림장이나 EBS 온라인클래스 같이 학습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한 데 모아 보여지게 했다"며 "웨일 브라우저뿐아니라 다양한 원격교육솔루션 업체들을 모아서 종합 교육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업무용 협업 솔루션 분야도 내년 네이버클라우드가 노리는 필승 시장이다. "이미 국내 일반 메신저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가 업무용 메신저 시장까지 접수하게 둘 수 없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네이버의 업무용 메신저 라인웍스(한국 서비스명 네이버웍스)는 지난 2016년 출시돼 이미 10만 개 고객이 사용할 만큼 상품이 안정화돼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최근 몇 년 간 일본 업무용 메신저 1위를 지키고 있다.

한 상무는 "업무용 메신저는 이미 상품이 완성된 상태라 이 시장을 우리가 선점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며 "또,

가볍게 도입할 수 있는 업무용 메신저가 기업 IT 시장에서 네이버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 네이버 내 B2B 사업을 네이버클라우드가 총괄하도록 자회사 간 역할을 조정하면서, 네이버클라우드의 버티컬 전략이 한층 추진력을 받게 됐다. 역할 조정으로 인공지능 플랫폼 '네이버 클로바'의 기업용 서비스 부문과 업무용 헙업툴 자회사 '웍스모바일'의 한국 사업 네이버웍스를 네이버클라우드로 흡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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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무는 "네이버 클로바와 웍스모바일은 연구와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이 것을 고객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은 네이버클라우드가 맡을 예정"이라며 "외부 업체와 협력 창구가 네이버클라우드로 단일화되면서 더 많은 협업이 이뤄지고 고객피드백이 빨리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말했다.

마지막으로 "네이버는 올해를 B2B 사업 원년으로 보고 있다"며 "네이버가 대중들에게 대표적인 온라인 서비스 회사인 것처럼 네이버클라우드는 B2B에서 대표적인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