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한국GM 철수설' 재점화에 근심 깊어져

한국GM, 노조 파업에 투자 보류…산은, 조속한 화해 촉구

금융입력 :2020/11/09 17:25    수정: 2020/11/09 17:27

한국GM 노사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자 2대 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17.02%)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갈등을 계기로 한국GM이 생산 차질을 빚은 것은 물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대규모 공동투자를 통해 어렵사리 잠재운 '철수설'까지 재점화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국GM 노동조합의 파업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앞으로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한국GM 노조는 사측의 투자계획 보류 압박에도 부분파업을 강행했으며 지난달 23일 시작한 잔업·특근 거부도 이어갔다. 또 노조는 오는 10일에도 같은 방식의 부분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사진=산업은행)

한국GM의 갈등은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간 이견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29일 단체 교섭에서 사측이 임금협상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바꾸는 것을 전제로 조합원 1인당 700만원씩 성과금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노조가 이에 반발해 파업을 결의하기에 이르렀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산업은행 측은 불면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GM 노조의 단체행동이 GM에 한국 시장 철수 명분을 줄 수 있어서다.

지난 2018년 산업은행은 GM과 총 71억5천만 달러(약 7조7천억원) 규모의 한국GM 경영정상화 계획에 합의한 바 있다. GM이 총 64억 달러를, 산업은행이 7억5천만 달러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대신 GM은 오는 2023년까지 지분 매각이 제한되며 2028년까진 지분율 35% 이상의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10년간 한국 시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그러나 노사 관계가 악화되자 한국GM은 곧바로 태도를 바꿨다.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해 부평1공장에 투입하려던 2천1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전면 보류하면서다. 파업으로 1만9천 대의 생산 손실이 예상돼 투자 백지화가 불가피하다고 회사 측은 주장하지만, 일각에선 이를 빌미로 GM의 철수 계획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상황을 예견한 듯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그간 한국GM 노조를 향해선 유독 강도 높은 발언으로 경영정상화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해왔다.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선 "어렵게 이뤄낸 정상화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한국GM 노사의 화해를 촉구하는 한편, "회사의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을 위해 임단협을 다년제로 바꾸고, 호봉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이어 한국GM 노조가 파업에 나선 지난 6일엔 산업은행 차원의 입장문으로 "한국GM은 경영정상화 기반 마련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매년 반복되는 노사갈등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노사가 회사를 살리고 신차 개발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달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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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산업은행 측은 그 이상의 개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2대 주주라고는 하나, 투자와 생산 등 주주간 협약에 따라 결정된 내용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산업은행이 중재에 나설 경우 노조의 파업이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국GM의 노사 갈등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노사 양측이 서로 양보해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