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과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전한 쇼미더웹툰 시즌1에 이어, 쇼미더웹툰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즌2를 마련했다.
서른일곱 번째 인터뷰는 외모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에서 획일화된 외모기준으로 차별을 받는 소년소녀들의 이야기 '외모윤리'의 이아영 작가다. 외모 때문에 오해받고 상처 입은 소년소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고 이를 추구하는 사회를 만나고 싶게 만드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참고기사: 쇼미더웹툰 '외모윤리']
다음은 이아영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사실 외모윤리라는 작품은 제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구상하게 된 작품이 아니라 대학생 때 산책을 하던 도중 우연히 떠오른 스토리로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혼자 산책을 하면서 여러 생각을 하는 편인데, 그날따라 우연히 떠오른 '못생긴 만화 좋아하는 아이'와 '잘생기고 예쁜 오타쿠'의 소재가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산책에서 완결까지 금방 떠올랐었거든요. 집으로 돌아와 빨리 그리고 싶어서 연필로 러프하게 그린 원고를 도전만화에 올렸는데, 웬걸... 이전에 그렸던 올컬러에 더 공들여 작업했던 작품보다 반응이 더 좋았습니다.(기뻐야할지 슬퍼야할지...)
이렇게 작품 전체적인 내용은 빠른 시간 안에 나왔지만, 제목을 구상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제가 당시에 제목 지을 때 꼭 신경쓰자 생각했던 게 있었어요. 이전 작품이 실존하는 악어 이름을 제목으로 삼았던 터라 검색하면 작품보다 악어 관련 이야기가 떴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품은 제목을 검색했을 때 딱 이 작품만 검색결과에 뜰 만한 제목을 만들자...' 생각을 했었는데 마땅한 제목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외모에서 빚어지는 오해가 주가 되니 '외모'를 제목에 넣자 생각은 했는데 단어나 문장을 만들어도 그럴싸한 느낌이 안 왔어요. 그때, 책장에 꽃혀있던 '환경윤리'라는 대학교 교양책이 눈에 들어와서 제목을 '외모윤리'로 지었거든요. 그땐 러프 원고를 빨리 도전만화에 올리고 싶어서 급하게 책 보고 이름을 지었는데 여동생에게 제목 어떠냐니까 손사래를 치더라고요. 저도 동생과 마찬가지로 당시엔 제목이 좀 마음에 안 들긴 했는데 작품을 하다 보니 '외모윤리' 네 글자가 제가 원했던 대로 검색하면 딱 제 작품이 뜨는 제목이라 점점 정이 들었어요. 지금은 만족스런 제목입니다.
Q. 작가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웹툰 작가가 된 배경과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저는 공룡과 판타지, NC다이노스(야구팀), 새를 좋아하는 부산토박이 웹툰작가입니다. 어렸을 땐 또래보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때는 그냥 그리면 잘 그렸다 얘길 들으니까 그림이 어렵다고 생각을 안했거든요. 그래서 중고등학생이 되면서도 그리고 싶은 거만 그리고 그림을 공부하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정말 후회되는 일입니다. 아무튼, 제가 중고등학생 때는 만화로 먹고 산다는 것에 부모님이 부정적이셨고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림을 반대를 하셔서 처음엔 공대를 입학했었습니다. 그런데 공대를 다니면서 제가 너무 어두워지는 거예요. 통학 거리도 멀었고, 공부가 재밌지도 않고, 뭐가 즐거운지 모를 시기였어요. 이때 부모님이 저를 공대에 보낸 걸 후회 많이 하셨고, 같이 그림을 그렸었고 계속 그림을 하고 있었던 여동생이 제 편을 들어주면서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었습니다.
사실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부모님이 나를 그림을 못 그리게 하셨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가 직접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 표현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저희 집이 꽤 어려웠었고, 저는 맏이다보니 부모님이 원하시는 안정적인 삶을 살아야한다 여겼었거든요.
하지만 재입시를 통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학과에 입학하고 새 삶을 살면서 왜 진작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얘기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부모님도 놀라실 정도로 밝아지고, 그 시기에 삶 자체를 긍정적으로 여기게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만화를 그리는 것에 어린 시절 꽤 오랜 공백이 있었지만,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다시 만화 그리는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지금 정말 행복하거든요.
Q. 작가님이 평소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저는 다른 분들의 창작물에서 영감 받는 것은 최대한 피하려고 합니다. 감명 깊게 봤다가 비슷한 작품을 만들게 되거나, 그 작품의 굴레에서 못 벗어나 제 색깔을 못 찾을까 걱정을 하는 편이라서... 그래서 저는 창작물 보다는 다큐멘터리나 과학서적, 뉴스 등에서 영감을 얻는 걸 선호합니다. 과학과 창작은 다소 먼 이야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창작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엉뚱한 이야기를 소재를 삼으면서요.
Q. 작품의 연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연재 중일 때 가장 힘든 건 스토리가 막힐 때입니다. 그림이 안 그려지는 건 성에 안차더라도 억지로 결과물을 만들 수는 있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안 풀리는 스토리를 풀기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었어요. 특히 스토리는 시간에 쫓겨 살짝만 잘못 풀어내도 나중에 더 크게 막힐 수가 있기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사실 외모윤리는 처음 스토리 떠올랐을 때 기승전결이 거의 다 나온 상태라 연재 중에 스토리가 힘들 정도로 크게 막혔던 적은 없었는데, 솔직히 차기작 때는 그 시간을 잘 극복해내지 못한 것 같아요. 그 이후에 반성을 하고 이제는 작품 준비할 때 스토리를 꼼꼼하고 디테일하게 다 구상해놓으려 합니다.
Q. 작가가 꼽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각각 어떤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개인적으로 외모윤리에서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고 좋아했던 장면은 미나와 복이의 쇼핑 후, 미나&동주의 각자 짝사랑이 시작되는 장면이었어요. 둘의 짝사랑 시작으로 작품 전반의 흐름(각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변해가는...)이 생겼기 때문에 작품 내용 면에서 중요하기도 하고, 설레면서도 다가가지 못하는 사춘기의 감성을 그릴 수 있어서 재밌었거든요.
Q.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공개한 적 없었던 에피소드 있을까요?
생략되거나 미공개된 에피소드는 딱히 없고, '외모윤리'라는 제목을 짓게 된 이야기를 후기에서 그려야지 했다가 생략했었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말씀드릴 수 있었네요.
Q. 작품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어느 날 우연히 떠오른 작품이었고 처음 그릴 당시 아마추어 지망생이었기에, 외모윤리를 그리면서 외모와 사춘기라는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뭔가를 보여줘야겠다 큰 포부를 가진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작품을 진행하면서 미나처럼 외모 때문에 상처받았던 분들이 위로받았다, 미나가 힘냈으면 좋겠다, 변했으면 좋겠다 하는 연락들을 받았어요. 그 때 '제가 그린 만화가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될 수도 있구나' 하면서 더 신경을 써야겠다 생각을 했어요.
그런 분들이 제 작품을 봐주시고 긍정적인 감정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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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어떤 차기작을 구상 중이신가요?
앞으로도 사춘기 학생들의 이야기는 계속 그려보고 싶어요. 사춘기만큼 많은 고민을 하고 그때만큼 감정이 다양하고 복잡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의 풋풋한 감정을 계속 그려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떠오르는 소재가 당장엔 없어서... 차기작은 사춘기가 아닌 로맨스 판타지, 이세계의 로맨스물을 그려보고 싶네요.
Q.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미나가 주변사람들로부터 용기를 얻고 변해가는 것을 보고 나도 그런 친구가 생기면 좋겠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테지만, '내가 그런 친구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면 좋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부족한 작품이었지만 끝까지 지켜봐 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