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웹툰2] 인간의 악과 편견 ‘방황하는 신’

1230 작가 "느림의 미학 즐기는 분들에게 추천”

인터넷입력 :2020/10/18 08:16    수정: 2020/10/25 09:48

대중문화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웹툰은 요즘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전달되면서도, 드라마나 예능 등 쉴 틈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콘텐츠와 다르다. 감상할 때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학을 갖고 있다. 이런 공감과 반추의 매력 때문에, 정서적 위안과 위로를 원하는 이들이 웹툰을 많이 찾고 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레진과 함께 지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다양한 웹툰 속 이야기를 전한 쇼미더웹툰 시즌1에 이어, 쇼미더웹툰 작가에게 직접 듣는 시즌2를 마련했다.

서른네 번째 인터뷰는 인간 내면의 진실을 볼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연쇄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웹툰 '방황하는 신'의 1230 작가다. 인간의 악한 본성과 이에 대한 편견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참고기사: 쇼미더웹툰 ‘방황하는 신’]

1230 작가가 전한 인터뷰 관련 이미지

다음은 1230 작가와의 일문일답.

Q. 작품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이 작품을 구상하시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흔히 신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완벽하다’와 함께 ‘선(善)하다’입니다.

‘방황하는 신에서 악역을 맡은 무녀는 누구보다 강한 신을 모시지만 그 능력을 통해 사람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보다, 그들의 욕심을 채워주는 것에 더 급급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들이 원하는 욕심은 선함과 거리가 먼 것임에 불구하고 말입니다.

결국 신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무녀가 올바른 길로 안내하지 못한다면 사람은 물론 완벽을 뜻하는 신 역시 방황할 수 있다는 뜻에서 지었던 제목입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작품 내에서 모두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Q. 작가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웹툰 작가가 된 배경과 계기 등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레진코믹스에서 ‘1230’이란 필명으로 웹툰을 그리고 있습니다. ‘방황하는 신’, ‘구원하소서’를 거쳐 지금은 ‘세상에 없는 이웃’을 연재 중입니다.

그림이나 만화와 관련된 학과를 나오거나 교육과정을 따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평범한 독자입장으로 지냈었고… ‘웹툰은 보는 것이다’란 인식만 갖고 있었죠. 그러다 처음 만화를 그려본 것이 디아블로3란 게임이 출시됐을 때인데 당시 게임 게시판에 그림을 주기적으로 올리는 아이디 옆에는 특별한 아이콘을 달아줬는데 그게 너무 탐이 났었습니다. 게임을 하며 파티원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그림일기 형식으로 올렸고 댓글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른이 된 후 받은 칭찬에 기분이 들뜨니 그때부터 그리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취미처럼 네이버 베스트도전에 ‘글라디우스 프로젝트’를 올리다 공개 공모전에 1화 분량에 웹툰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 작품을 통해 레진코믹스로부터 연락을 받게 됐고 지금까지 쭉 웹툰을 그리게 됐습니다.

레진 웹툰 ‘방황하는 신’(작가 1230),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Q. 작가님이 평소 작품 활동에 영감을 받게 되는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카우보이 비밥’,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에반게리온’ 등 90년대 명작이라 불리던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습니다. 그 중에서 ‘우라사와 나오키’ 작가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판타지 세계지만 그곳에 놓인 캐릭터들을 극현실적으로 표현하면서 느껴지는 상실감과 절대적인 우울함에 강렬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연재를 하는 중에도 항상 다른 모니터를 통해 켜 놓는 TV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것이 알고싶다’ 입니다. 저에게 정말 많은 영감과 에피소드를 남겨주는 프로그램입니다.

Q. 작품의 연재 과정에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나요.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전문적인 과정을 배운 적이 없기에 멈춰 있는 그림과 스토리 있는 그림의 차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구분 짓고 그것을 다시 세분화해서 내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독자 입장이었을 때 봤던 만화는 그냥 쉽고 재미있으면 끝이었는데 만드는 입장에서 작업을 해보니 간단한 장면 하나도 이것이 다른 장면에서 어떤 식으로 도달할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니 매주 한계를 느끼며 했던 것 같습니다.

극복했다기 보다는 지금 연재 중인 작품에서도 계속 안고 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과연 이걸 극복할 수 있을지 그게 지금 제일 힘든 고민이네요.

Q. 작가가 꼽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각각 어떤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방황하는 신’의 프롤로그인 1화 전체를 가장 좋아합니다. 첫 연재 작품의 설렘으로 시작해서 당시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노력을 쏟아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Q.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공개한 적 없었던 에피소드 있을까요?

시즌1을 마무리 짓고 시나리오를 정리하던 도중, 전 세계에서도 집중한 큰 이슈가 한국에서 터진 적이 있습니다. 그 이슈 속에 있던 일련의 사건들이 준비하고 있던 시즌2의 흐름과 너무 흡사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시즌1에 이어 바로 시즌2를 시작했다면 시기가 겹치면서 어떤 반응이 있었을 지 지금도 궁금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레진 웹툰 ‘방황하는 신’(작가 1230), 자료제공: 레진엔터테인먼트

Q. 작품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는 누구인가요. 독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제 이야기는 템포가 느리고 끝에 가서야 이야기의 전체를 알 수 있습니다. 느림의 미학을 즐기시는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타인에게 개성 있는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또 어떤 차기작을 구상 중이신가요?

지금 연재 중인 ‘세상에 없는 이웃’을 마무리한 뒤, 두 달 정도의 휴식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다른 장르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Q.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남겨 주시는 피드백에 일일이 다 답변을 드리지 못하고 있지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보시고 영어로 남기는 피드백도 제가 답변을 다 드리지 못하지만 사전까지 검색해가며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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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연재 중인 ‘세상에 없는 이웃’은 11월 안에 마무리될 예정인데 그때까지 건강관리 잘해서 한 호흡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대중성이 부족한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함께 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